"구전 설화도 편집저작물…보조금 취소 정당"

법원, ‘함평군 보조금 교부 결정 취소’ 원고 패소 판결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2025년 06월 30일(월) 18:15
저작권을 침해한 설화집 발간 비용에 대해 함평군이 보조금을 주지 않은 것은 적법·정당하다는 법원이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제1행정부 김정중 재판장은 함평문화원이 함평군수를 상대로 낸 보조금 교부 결정 취소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함평문화원은 지역 설화 등을 담은 책을 발간하는 보조사업자로 선정돼 함평군에서 보조금 1억원을 받은 뒤 함평 설화집 1, 2권을 발간했다.

그러나 2021년 해당 설화집에 대한 표절 논란이 일자 함평군은 특정 감사를 벌였다.

이후 함평군은 감사를 통해 다른 연구원 발간 도서에 수록된 129개 설화를 출처 표기 없이 임의 사용한 점, 면(동)을 임의로 바꿔 원 저작물의 내용을 훼손한 점, 인용한 연구·조사·채록자 성명을 타인으로 바꿔 저작권을 침해한 점 등을 확인했다.

이에 함평군은 설화집 1500권 전량 폐기 등 시정 조치를 내리고, 보조금 교부 결정을 취소했다.

소송을 제기한 문화원 측은 “설화는 구전돼 오는 이야기라는 특성상, 저작권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 될 수 없다”며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문화원이 펴낸 설화집이 표절한 도서는 구술 내용을 녹취·정리해 발간한 것이다. 설화 자체가 저작물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원작자의 정신적 노력이 든 편집저작물에는 해당한다고 봐야 타당하다. 저작 인격권을 침해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문화원이 직접 발굴·정리해 설화집에 수록했다는 설화 335개 중 3분의 1에 달하는 129개가 제3자 저작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법령 위반 정도가 가볍지 않다. 문화원의 표절로 인해 설화 보존이라는 보조사업의 목적 달성이 사실상 좌절됐다”며 “보조금 교부 취소는 재량 일탈·남용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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