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자루로 만든 붓’ 작업…입체적 화면 구현 ‘사실에서 추상까지’ 화업 50년 김혁정 작가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
2025년 07월 02일(수) 17: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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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라미’ 연작들 옆에서 포즈를 취한 김혁정 화가 |
1일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작품을 꼭 봤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한 뒤 작품을 하나 하나 설명하던 중 갑작스럽게 붓을 보여주며 자신이 만든 붓이라고 소개한다. 별 다를 것이 없어보였지만 ‘빗(방비)자루로 만든 붓’이라고 한다. 벌써 35자루나 되는데 빗자루 외에도 대나무, 나무, 젓가락, 새의 깃털 등으로 만든 다양한 붓들을 가지고 작업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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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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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연작들 옆에서 포즈를 취한 김혁정 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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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자루로 만든 붓으로 작업 시연을 해 보이는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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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자루로 만든 붓으로 작업 시연을 해 보이는 작가 |
붓도 붓이었지만 사계 작품 중 봄과 여름, 가을은 한데 벽면에 배치됐다. 그러나 겨울만 떨어뜨려 배치했다. 처음에는 벽이 좁아서 인가 했는데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한 접속사 하나 때문에 겨울을 따로 다른 벽면에 걸었던 것이다. 그에게는 조형적인 측면에서 자신이 구사한 언어 하나일지라도 의미부여를 해내고 그것을 실현한다. 전시공간에서는 접속사 하나 버려지지 않고 큐레이팅에 활용된다는 점이 이채롭게 다가왔다.
그의 화폭에는 산과 맨드라미, 꽃, 동백 등이 등장한다. 어찌보면 사실화 같지만 작품으로부터 한발짝만 뒤로 물러서면 입체적 그림으로 보인다. 그리고 각도를 달리하거나 빛을 달리해도 작품의 풍기는 이미지가 달라진다. 가령 동백꽃을 보고서 달려있는 꽃잎 및 떨어진 꽃잎들과 교감을 통해 생과 사를 넘어 인간사의 윤회와 연결짓고 그만의 해석이 더해져 화폭에 투영된다. 그래서 그의 화면은 그만의 개성이 뚜렷하게 스며있다.
그는 이번 전시를 위해 사실과 추상을 넘나들며 1년 전 전시 이후 새롭게 70여점을 작업했다. 그중 ‘사계’를 비롯해 ‘겨울나무로부터’, ‘세월’, ‘꽃’ 등 35점을 엄선해 출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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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업 50년차에 접어든 김혁정 화가가 15일까지 갤러리 생각상자에서 전시를 연다. 사진은 ‘빗자루 붓’으로 작업 시연을 해 보이는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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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빗자루를 비롯해 대나무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든 붓 |
아울러 드로잉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도 잊지 않았다. 내적 정서를 통해 눈으로 들어온 게 있을 것이고, 그것이 다시 가슴으로 들어와 손끝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드로잉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나는 줄곧 내 길을 걸어왔다. 내가 사유화해 꽃도, 반딧불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는 사실에서 추상까지, 추상에서 사실까지 무언가를 뽑아서 보여줘야 하는 조형관에 집중했다”며 “나는 그림을 그려오면서 그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았다. 그래서 모든 작품들은 내가 사유를 통해 마무리한 꽃과 반딧불인데 이것들을 보여주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는 중간에 암 투병하느라 작업을 하지 못하던 때를 빼면 딴청이나 해찰을 한 적이 없다. 다만 그에게 대문 밖으로 나서면 여행이라는 생각도 이 무렵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서울에서 ‘6년만의 외출’이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열었었고, 지스트 오룡관 초대전 이후 호랑가시나무창작소 아트폴리곤 전시, 그리고 이번 생각상자 전시에 이어 내년에 국윤미술관에서 전시를 열 계획이다.
전시는 ‘겨울 꽃 여름 눈’이라는 타이틀로 지난 6월 19일 개막, 오는 15일까지 갤러리 생각상자에서 열린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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