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인구 정책과 균형발전 전략

이성오 서울취재팀장

이성오 기자 solee235@gwangnam.co.kr
2025년 07월 06일(일) 16:59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가임기간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자녀 수, 이하 출산율) 0.75,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다.

대규모 이민 없이 인구 안정에 필요한 출산율이 2.1명임을 고려하면 얼마나 열악한 수준인지 알 수 있다. 지구에서 가장 먼저 멸망하는 나라가 어디냐고 물으면 누구든 망설임 없이 한국이라고 할 정도다.

그런데 이를 선진국이 되면 겪는 유행병 같은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물론 나라의 경제력이 올라갈수록 출산율이 낮아지는 현상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중에서도 유별나게 심각한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출산율은 지난 1983년에 2.06명을 기록해 대체출산율(현재 인구 규모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출산율)을 밑돌기 시작했고, 지난 2023년에는 0.72명까지 하락했다. 최근 5년 연속 자연 인구 감소 상태에 있다. 지난 2020년 5183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고, 오는 2072년에는 3622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결코 유행이나 추세라고 치부할 수 없다.

인구 감소를 이겨낸 나라도 있고, 아직 싸우고 있는 나라도 있다. 이들 국가의 사례를 들여다보면 대체로 육아 휴직, 세금감면, 가족수당 지급 등이 대표적이다. 스웨덴과 프랑스의 사례를 보면 출산율이 떨어지자 정부가 일찌감치 인구 정책을 펴 지난 1990년대부터 어려움에서 벗어났다.

프랑스는 출산과 양육에 연관된 각종 수당을 지급하며 가계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을 취했다. 출산 관련 의료서비스, 입원·시술 등의 모든 의료서비스도 대부분 무료로 지원된다. 특이한 것은 전체 출산 가운데 63%가 비혼 출산(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것)이고, 이에 걸맞는 정책을 펼쳐 효율을 높였다.

이소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프랑스 가족정책은 정책의 일관성, 정책 간의 조화, 자녀가 성장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지원 정책이 유지될 것이라는 국민의 신뢰 등이 효율을 높인 요인”이라고 풀이했다.

스웨덴도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 양육자의 부담을 낮추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집행한 것이 효과를 높였다.

정책의 일관성과 함께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인식 전환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취임 한 달 기자회견에서 소멸위기 대책을 묻는 질문에 지방과 중앙의 불균형을 지적하며 국가 정책의 전면적인 대전환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수도권 집중 문제가 지방 소멸을 가져온다든지, 이게 하나의 일종의 추세처럼 돼서 우리나라 지속적 성장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이제 전면적인 대전환을 해야 한다”며 “이 추세 자체를 없앨 수는 없을 것 같으나 정책이나 예산 배분에서 지방을 배려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 우선 정책을 해야 비로소 약간의 균형을 회복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역 거점대 육성정책, 에너지 공급 대책 등을 통한 ‘5극 3특(5대 초광역권·3대 특별자치도 육성)’ 체제로 지역균형발전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균형발전 전략이 인구 정책과 맥락을 함께하고 있어, 따로따로 대응할 과제가 아니라 공동의 문제와 공동의 해법을 가진 ‘연계 과제’라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진국들도 이런 점에 주목하며 인구정책을 국토통합정책과 연계하고 있다. 프랑스와 스웨덴 등 유럽 선진국들도 최근 다시 출산율이 감소하자 기존의 수혜자 중심의 지원정책을 넘어 ‘지역균형발전’에 초점을 맞춘 정책들은 내놓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인구가 희박하고 취약한 코뮌을 지원하기 위해 농촌지역보조금(DETR), 취약지구보조금(DPV), 지역투자지원보조금(DSIL)을 지급하며 국토통합정책과의 연계를 논의하고 있다.

우해봉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제1차 인구미래포럼’에서 ‘전환기의 인구정책 : 주요 이슈와 과제’라는 발제를 통해 “우리나라의 초저출생 현상은 단기 정책으로 해결될 수 없다”며 “가족 가치관, 젠더 역할, 노동시장 유연성과 같은 근본적 제약 해소와 함께 지역 기반의 장기 전략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균형발전 없이 인구 정책이 효율적인 성과를 거둘 수 없고, 인구 정책에 대한 일관성과 국민의 이해가 없다면 균형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 최근 선진국들의 인구 정책 방향이다.

한마디로 줄이면 인구정책과 균형발전은 대한민국이 인구소멸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짓는 열쇠다. 이 열쇠가 없으면 대한민국이 희망찬 미래로 가는 문은 쉽사리 열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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