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독서공동체의 힘

김소정 광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책임활동가

광남일보@gwangnam.co.kr
2025년 07월 15일(화) 17:31
김소정 광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책임활동가
인류 문명 발달의 흐름 속에서도 독서는 늘 중심에 있었다. 구술 전승에서 문자와 인쇄술의 발명, 그리고 디지털 정보 환경에 이르기까지, 지식은 늘 ‘기록’을 통해 전달돼 왔다. 우리는 여전히 책을 통해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고 있으며, 과거의 지혜를 바탕으로 새로운 통찰을 만들어가고 있다. 문자 그대로든, 은유적인 의미에서든 독서는 사고방식을 변화시키고 논리력을 확장하는 강력한 도구다.

글로벌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는 오늘날,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핵심 키워드로 ‘학습사회’가 부상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교육 기회의 확대를 넘어, 학습이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공동체의 회복력을 높이는 사회적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유네스코 평생학습연구소(UIL)를 중심으로 2015년에 출범한 유네스코 글로벌 학습도시 네트워크(UNESCO Global Network of Learning Cities, GNLC)는 전 세계 학습도시 간 협력 체계를 구성해 사례 공유, 정보 교환, 공동 프로젝트 기획 등을 통한 학습도시의 지속적인 발전을 지원함으로써 학습을 통한 도시의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GNLC의 핵심 노력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중 양질의 교육 보장과 지속 가능한 도시 조성이라는 목표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이는 모든 사람이 학습의 기회를 누릴 수 있어야 하고, 학습이 지역사회 문제 해결과 공동체 회복력 강화를 촉진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배움을 통한 지식 축적이 아닌 시민 주도의 학습문화 정착이 시대적 과제가 됐음을 의미하며, 학습이 행정 주도가 아닌 시민 참여를 기반으로 이뤄져야만 지역사회 문제 해결과 공동체 회복력 강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학습문화의 정착은 결국, 시민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편적인 정보 습득이 아닌, 사고력과 비판력을 키우는 깊이 있는 학습이 요구되며, 이는 다양한 관점과 지식을 내면화할 수 있는 ‘독서’를 통해 자연스럽게 구현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시민 참여 중심의 지속 가능한 학습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식은 함께 읽고, 논의하며, 실천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민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개인의 독서 경험을 기반으로, 함께 배우는 과정을 통해 사회적 자본을 확장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독서를 통한 공동체의 학습은 단순한 독서 모임을 넘어,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면서 사고의 깊이를 더하는 장이 될 수 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국민 독서 실태조사(2023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6명은 1년 동안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성인의 평균 연간 독서량도 3.9권으로 2021년보다 0.6권 감소했다. 이 같은 통계는 현대 사회의 학습 방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동시에, 독서의 가치나 접근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성인 학습자의 독서량이 감소하는 오늘날, 단순한 개인의 독서가 아닌 공동의 학습이 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단절과 파편화가 일상화된 사회에서 집단지성은 시민사회가 지속가능하게 작동하기 위한 핵심 역량이며, 이를 촉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독서를 매개로 한 숙의적 학습이다. 개인 중심의 독서를 뛰어넘어 공동의 학습으로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독서는 같은 책을 읽더라도 독자의 경험과 배경에 따라 해석을 다르게 이끌어 낸다. 이러한 다양한 관점에 대해 책을 중심으로 의견을 나누는 과정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포용을 가능하게하며, 고립된 지식을 넘어서 연결된 집단지성을 형성하게 한다. 또한, 사회적 이슈나 지역 현안을 주제로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함으로써, 개인을 넘어 집단 차원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해법을 함께 모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이처럼 공동체 안에서 지속적으로 책을 읽으며 사고를 확장해 나가는 문화는 시민들에게 꾸준한 동기를 부여하고 지속적인 학습 습관을 정착시키는데 기여한다.

독서는 개인의 성장에 머물지 않는다. 함께 읽고, 함께 질문하고, 함께 해답을 찾는 여정 속에서 시민은 학습자로, 동시에 실천가로 성장하게 된다. 이렇듯 독서를 중심에 둔 집단지성의 발현은 시민 참여를 이끄는 토대이자, 공동체의 회복력과 창조성을 촉진하는 강력한 실천 방식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더 많은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읽고 연결되는 새로운 독서문화다. 함께 읽는다는 것은, 함께 살아가겠다는 선언이자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어 가는 자양분이며 가장 값싼 촉진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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