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에 빠져 지낸 ‘8년간의 기록과 성찰’

전직 교사 최남열씨 사진·에세이집 출간
거미줄의 사계절 변화 등 담아 제8부 구성
"거미줄과 만남, 사진 인생의 새로운 시작"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2025년 08월 18일(월) 17:36
표지
중력 이미지 거미줄 사진
아무리 희귀한 소재를 발굴한다고는 하지만 거미줄을 가지고 여러해 탐색한 결과를 묶은 도서가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금호고 등 교육현장에서 영어 교사로 31년간 아이들을 가르쳐온 최남열씨로, 출판사 휴앤스토리 맑은샘에서 나온 사진·에세이집 ‘작은 거미줄에 걸린 큰 이야기’가 그것.

‘렌즈에 담은 빛의 무늬와 대화’라는부제를 달고 있는 이 사진·에세이집은 저자가 지난 8년 동안 산하를 다니며 거미줄을 촬영해 모은 기록과 성찰을 담았다.

저자는 거미줄에 대해 단순한 생존 도구가 아니라, 자연이 빚어낸 정교한 예술 작품이자 삶의 은유로 인식한다. 그에 따르면 거미는 중력과 바람이라는 질서 속에 순응, 때로는 먹이를 기다리며 묵묵히 인내하고, 때로는 찢어진 거미줄을 수선하는 한편, 자신만의 방식으로 생존 전략을 펼쳐 나간다. 그 주변에서는 종종 삶과 죽음이 교차하고, 자연의 섭리가 담담하게 흘러간다는 시각이다.

특히 이슬과 햇빛을 머금은 거미줄은 마치 보석처럼 반짝이며, 보는 이로 하여금 인간의 예술 활동과도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고 보는 저자는 이 책에서 거미줄의 사계절 변화, 빛과 색의 조화, 그리고 감상하는 다양한 시선을 제시하며, 그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사는, 작은 아름다움과 삶의 지혜를 전하고자 했다. 아울러 아름다운 거미줄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야말로 일상 속에서 작지만 확실한 희망이 되는 것으로,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자연과 더 친밀해지고, 삶의 여유와 기쁨을 느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저자는 시작하는 이야기를 통해 거미에 대한 애틋한 감성을 드러낸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거미줄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마치 신기루처럼 아른거리는 자연의 경이로움에 빠져든다.

거미줄은 단순한 거미의 생존 도구를 넘어, 자연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삶의 지혜와 아름다움의 상징과도 같다.

환경에 적응하고 변화에 대응하는 거미의 모습은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한다. 중력에 의해 축 늘어진 거미줄, 바람을 타고 부풀어 오른 가느다란 실, 그리고 밤새 내린 이슬을 머금고 보석처럼 반짝이는 그 모습은 거미와 자연이 협력해 만들어 낸 하나의 작품이라고 정의한다.

거미줄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생물학적으로, 공학적으로 연구할 가치가 충분한 존재라는 설명이다. 거미줄 위를 가볍게 오가는 거미의 유연한 움직임은 호기심을 자극하며, 그 섬유의 탄력성과 강도는 과학자들에게 끊임없는 연구 주제를 제공하는 동시에 각기 다른 패턴과 형태를 가지며, 자연이 창조한, 정교한 예술 작품처럼 다가오기도 한다는 점 또한 잊지 않았다.

저자 최남열씨
이 사진·에세이집은 ‘자연이 그려낸 실의 질서-사계, 중력, 바람, 물방울’을 비롯해 ‘생과 사 사이, 거미줄 위에서-먹이, 위기, 거리’, ‘거미의 붓질, 자연의 화폭-무늬와 시선의 미학’, ‘거미가 만든 그림-동물, 사물, 기호’, ‘액자 속 실의 풍경들-속담, 종교, 민속’, ‘꽃과 풀잎 위에 놓인 실의 선율-배경과의 조화’, ‘빛과 색이 머문 그물-계절의 색감 실험’, ‘실 너머의 이야기들-출사, 신화, 풍경’ 등 제8부로 구성됐다.

저자는 “8년 전, 이슬 맺힌 거미줄과의 우연한 만남은 제 사진 인생의 새로운 시작이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거미줄을 꾸준히 사진으로 기록해 오고 있다. 제게 거미줄은 자연의 이치를 되새기고 삶의 본질을 성찰하게 하는 매개체이자, 자연 속을 걷게 해주는 건강한 길동무”라면서 “아름다운 거미줄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는 일상 속 작은 희망의 원천이기도 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저자인 최남열씨는 전북 남원 출생으로 전남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으며, 금호고등학교 영어 교사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영어단어 퀴즈게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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