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통합돌봄 시대, 지역주민 건강 지키는 새로운 길 박형선 광주 남구보건소장
광남일보@gwangnam.co.kr |
2025년 08월 18일(월) 18: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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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선 광주 남구보건소장 |
특히 2045년경에는 75세 이상 후기 고령 인구가 1000만명을 초과하며, 고령 인구 비율은 일본을 넘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광주 남구 역시 노인 인구는 4만4875명(올해 2월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21.5%를 차지한다.
이처럼 급격한 인구 구조의 변화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돌봄 문제의 심각성과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고 있다.
고령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단순한 의료 지원을 넘어, 삶의 질을 높이고 존엄을 지키는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돌봄 서비스의 제공이 절실해졌다. 이는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을 나누는 새로운 돌봄 체계 구축에 있어 정책적·사회적 합의와 협력이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최근 한 조사 결과를 보면,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과반수가 현재 거주하는 집에서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계속 살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모 부양의 책임을 가족만이 아닌 정부와 사회가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개인과 가족 중심이었던 돌봄의 틀을 넘어, 지역사회와 국가가 함께 돌봄을 책임지는 새로운 사회적 패러다임으로 전환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발맞춰, 2026년 3월 시행을 앞둔 ‘의료요양 등 지역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은 지역사회 중심의 돌봄 체계를 법제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 법은 노쇠, 만성질환, 장애, 사고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병원이나 시설이 아닌 익숙한 환경에서 생애 말까지 건강하고 존엄한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의료, 요양, 복지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연계·지원하도록 제정됐다.
돌봄이 필요한 대상자가 통합지원을 신청하면, 전문적인 통합판정을 거쳐 진료, 간호, 재활, 복약지도, 건강관리, 장기요양, 일상생활 지원, 가족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복지 서비스 확대가 아닌 보건의료와 복지, 돌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사회보장 체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남구는 ‘지역 돌봄 통합 지원법’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의료와 돌봄을 아우르는 통합지원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조직개편을 통해 전담 부서인 ‘통합돌봄과’를 신설하고 의료급여·노인맞춤돌봄·통합사례관리 등 기존 복지업무까지 이관해 보다 체계적인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사회보장정보, 질병·자격 정보, 일상생활 자립도 등 37개 항목의 빅데이터를 6개월 단위로 갱신해 대상자의 복합적 욕구를 파악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공동 조사 및 가정 방문, 선별 조사, 심화 평가 등 데이터 기반의 현장 접근 방식은 특히 치매 환자와 고령자 가구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돌봄 부담을 덜어주는 의료돌봄 매니저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남구는 이 시범사업에 2023년부터 운영 중인 ‘광주다움 통합돌봄 7대 서비스’도 연계해 방문간호, 구강교육, 맞춤 운동 프로그램을 통합했으며 아픈 아동을 병원까지 동행하는 긴급 지원 등 특화사업도 병행 운영하며 통합돌봄의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
사실 의료-돌봄 통합지원의 성공은 단지 법률이나 행정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 중심의 돌봄문화와 이를 실현할 지역공동체의 적극적인 참여다.
돌봄은 본질적으로 사람과의 관계에서 출발하는 일이다. 의료인,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뿐 아니라, 이웃과 자원봉사자, 지역 단체가 함께 어르신의 삶에 손을 내밀 때, 비로소 진정한 통합돌봄이 실현될 수 있다.
더불어 지역사회와 가장 가까이에서 주민건강을 책임지는 보건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제는 단순히 내원 환자를 진료하는 기관을 넘어, 주민이 사는 곳으로 찾아가는 ‘현장 중심 통합 건강 돌봄 플랫폼’으로 변화해야 한다.
이처럼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성실히 준비하고 책임을 다한다면, 빠르게 다가오는 고령화 위기 속에서도 누구나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하고 따뜻한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