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날레 여운 미술제서…호 추 니엔 작품 만나다

‘2025 여수국제미술제’ 섬의 서사 각인
9월 1~30일 여수세계박람회장 일대서
9개국 69명 작가 작품 200여점 선보여
비중있는 강종열 윤진섭 박소빈 등 참가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2025년 08월 26일(화) 18:18
D1 전시장에서 선보일 박소빈 작가의 ‘THE DEEP DREAMS LOVE 3’.
이번 여수미술제에 작품 ‘우타마-역사 속의 모든 이름은 나’를 선보일 호 추 니엔 ‘2026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D4 전시장에서 선보일 강종열 작 ‘설동백’
‘2026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에 싱가포르의 시각예술가이자 기획자인 호 추 니엔(49·Ho Tzu Nyen)이 선임되면서 지역미술계 안팎에서 궁금증이 일었던 것은 사실이다. 다양한 무대를 배경으로 활동을 펼쳤지만 미술전문가들 외에는 낯선 이름이었다. 그는 어떤 성향의 작가이고, 어떤 작품세계를 가졌는지 궁금하던 차에 지역의 한 미술제 행사에 작품을 출품한다. 내년 광주비엔날레에 앞서 다소 그를 이해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는 9월 1일부터 30일까지 여수세계박람회장 국제관 D동 전시홀 (D1-D4) 및 해양야외공원에서 여수시(시장 정기명) 주최, 2025 여수국제미술제추진위원회 주관으로 열릴 ‘2025 여수국제미술제’(예술감독 이유정)가 그것이다. ‘파편의 섬: 해상도(海上圖) 365’이라는 주제로 ‘섬’의 정체성과 인간존재를 시각적 예술로 담아내는 작품들이 대거 출품될 예정인 가운데 호 추 니엔의 작품 ‘우타마-역사 속의 모든 이름은 나’(2003, 21분 21초, HD, 컬러)는 D2 전시장에 설치된다. 다만 그의 신작이 아닌, 국립현대미술관 소장작이 선보인다. 그의 작품은 싱가포르 건국 신화를 기반으로 개인과 사회, 역사적 서사를 탐구하는 미디어 작품으로 관람객은 작품을 통해 추상적 개념 속에서 사회와 개인의 관계를 다시금 성찰하게 된다.

D1 전시장에서 선보일 노원희 작 ‘탑’
특히 이번 여수미술제가 광주의 디자인비엔날레나 목포의 수묵비엔날레에 비해 무게감은 떨어져 보일 수 있으나 여수를 방문객이라면 반드시 챙겨봐야 할 전시로 보인다. 호 추 니엔 같은 이목을 끄는 작가들이 여럿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세계미술계 흐름과 한국의 동시대 미술을 연결하는 취지에 걸맞는 일본과 싱가포르 등 9개국 69명 작가들의 회화와 설치 및 영상을 망라한 작품 20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야외 설치부터 회화·영상·미디어 아트까지, 섬과 바다를 다각도로 탐구하는 5개 섹션으로 구성돼 중소 규모급 비엔날레에 버금간다.

작품이 설치되는 여수세계박람회장 해양야외공원의 ‘파도 위에 서다: 연결하다’를 시작으로, 주제전인 D1 전시장 ‘흩어진 시선, 모이는 파편’과 D2 전시장 ‘기억과 이동: 단절’, D3 전시장에서는 ‘多·島·海 사랑海’를 주제로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가 30명의 작품을, 그리고 D4 전시장에서는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을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다.

해양야외공원에서는 일상성을 바탕으로 동시대인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삶에서 경험했을 법한 장면과 행위들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을 전망이다. 관람객이 직관적으로 작품과 일상의 연결을 상상할 수 있는

해양야외공원에서 선보일 김경민 작 ‘Healing Time2’(woman ver.)
호 추 니엔 작 ‘우타마-역사 속의 모든 이름은 나’ 스틸컷
김경민의 조각 작품 ‘Healing Time2’(man ver, 2025)과 ‘Healing Time2’(woman ver, 2025), 현대 사회의 이미지 홍수 속 ‘편집자’로서 작품을 재구성해온 박찬걸의 작품 ‘소녀와 고양이’(2024) 및 ‘슬라이스이미지 아폴론’(2016)을 만날 수 있다.

이어 D1 전시장에서는 현대 한국 미술을 대표하고 지난 40여 년간 ‘비판적 현실주의’ 작가로 활동한 노원희의 작품 ‘탑’과 ‘머리가 복잡하다’는 사회적 약자와 현대 사회의 모순, 개인의 상처를 다루며, 미술평론가이자 현대미술가로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퍼포먼스 미술의 맥락에서 활동해온 윤진섭의 ‘무제’ 드로잉 100점도 출품돼 선보인다. 광주 출신으로 줄곧 중국 북경과 뉴욕 등지에서 활동을 펼쳐온 박소빈 작가의 연작 ‘THE DEEP DREAMS. LOVE 1 1-3’ ‘THE DEEP 3’ 등 6점도 오랜만에 접할 수 있는 기회다.

D2 전시장에는 호 추 니엔 외에 바느질을 드로잉이자 연결성의 상징으로 활용한 일본의 설치미술가 이노우에 리에(Inoue Rie, 일본)의 작품 ‘돌아가는 물과 건너는 새’(2025, 한지·실, 가변설치)가 주목되고 있다.

호 추 니엔 작 ‘우타마-역사 속의 모든 이름은 나’ 스틸컷
D4 전시장에는 여수 지역의 역량 있는 작가를 선정, 국제미술제를 통해 널리 소개하고 작품 감상을 할 수 있도록 기획한 가운데 겨울의 눈 속에서도 붉게 피어나는 동백을 통해 그리움과 기다림, 삶과 존재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두터운 질감으로 표현한 강종열 작가의 대작 ‘설동백’(雪冬柏)이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여수미술제는 고립과 단절의 공간으로 여겨지던 섬을 기억·감각·삶이 축적된 생명의 지점으로 조명하자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주제가 ‘파편의 섬: 해상도(海上圖) 365’인 만큼 작품을 모아놓은 것이 아닌, 실제 주제에 충실하게 복기하냐가 두 비엔날레 사이에서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는 관건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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