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락한 도심공간서 10년간 분투…문화 군불 지피다

비영리 공유공간 ‘뽕뽕브릿지’ 발산마을서 아트 전파
2015년 개관 다양한 국내외 전시·교류·프로그램 지속
개관 10주년전 14일까지…"향후 주민들과 호흡 주력"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2025년 09월 10일(수) 18:09
공유공간 뽕뽕브릿지 전시 전경
공유공간 뽕뽕브릿지 전경
한때 광주 학동과 함께 대표적 달동네의 한곳으로 치부됐던 양3동 발산마을. 쇠락한 도심 공간 그 자체였지만 노령층 중심이던 마을에 하나 둘 변화의 물꼬가 트이면서 활기가 사라진 마을이 핫플 가능성을 보여줬다. 낙후된 환경 때문에 철거가 먼저 생각났겠지만 철거하지 않고 보존으로 가닥을 잡아 민관이 협력한 도심재생공간의 모델로 부각됐다.

광주시와 서구, 기아차 광주공장, 공공미술프리즘 등과 함께 한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가동됐으며, 기존 마을을 보존하고 개선하는 방식으로 도심재생이 진행되면서 활기를 잃은 지역에서 생기가 넘치는 명소로 탈바꿈했다. 현대차그룹이 지자체와 함께 4년 간 진행한 국내 최대규모의 민관협력 도시재생사업도 성황리 마무리한 바 있다.

디자인과 사람, 문화 등 세 가지 주제를 정하고 개선에 착수해 월평균 방문객이 40배 늘었던 때도 있었다. 여기다 식당과 카페, 미술관, 예술작업공간 등 12개 청년기업 입주로 마을에 활력이 돌았으며, 마을 투어 및 집밥 체험, 주민 포토그래퍼 등 다양한 주민과 청년 간 연계 프로그램 등이 가동돼 사진맛집 지역으로 떠올랐다. 그만큼 지역을 넘어 광주 필수 여행 코스가 됐었다.

지금은 옛 명성에 비해 다시 수그러든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어 아쉬움을 더한다. 그럼에도 발산마을이 핫플로 부각될 무렵부터 이곳에 똬리를 틀고 문화예술향유 거점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온 아트공간이 주목된다.

더욱이 이곳에서 올해 개관한 지 10년째를 맞아 각별한 의미를 더하고 있다. 마을이 핫플이든, 그렇지 않든 발산마을을 떠나지 않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문화거점의 역할을 묵묵히 실행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곳은 비영리단체 발산마을 프로젝트(project B)가 운영하는 공유공간 뽕뽕브릿지(space ppong·대표 최윤미)이다.

뽕뽕브릿지는 1, 2층 전시공간에 132.2㎡(40여평) 규모로 10년 동안 방치돼 있던 가구 창고를 일부 개조해 2015년 전시공간으로 꾸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특히 정신적 가치와 물질적 가치의 자본을 동등한 선상의 가치로 규정하고 그 자본간의 공유를 통해 예술의 자생성을 실험하는 공간을 지향, 현재 말레이시아 페낭, 싱가폴, 일본 요코하마 코가네쵸와 교류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뽕뽕브릿지가 설립된 배경에는 △도시 재생 사업의 문제점에 대한 대안 고민 △문화향유 소외지역에 다양한 문화예술 경험의 기회 제공 △예술가들의 자연스러운 마을유입에 대한 고민 등 때문이었다.

그렇게 출범한 뽕뽕브릿지는 예술가의 예술 창작 실험과 연구의 장 마련은 물론이고 지역 주민의 문화향유 기회 제공, 지역 예술가의 해외 진출 기회 제공 및 해외 예술가의 마을 유입 기회 제공 등을 목표를 내세워 운영돼 왔다.

지난 8월 광주문화재단 시민예술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들의 결과전시 기념촬영 모습.
신호윤 작 ‘신발 속 작은 돌멩이같은 쉼이 필요해’
당시 초대대표를 맡았던 신호윤 작가는 대인시장에 작업실을 두고 있었으나 대인시장의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이슈와 시끄러운 시장상황을 피해 발산마을로 이동, 마을에서 예술가들의 안정적인 작품활동과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데 노력을 펼치기도 했다.

뽕뽕브릿지는 그동안 개관전인 ‘발산 3부작’전을 시작으로 10년 동안 다양한 국내외 전시와 교류 및 프로그램 등을 지속해왔다.

2023년에는 ㈜뽕뽕브릿지가 설립됐고 2024년에는 예술경영지원센터 신진작가 홍보마케팅사업 ‘그 작품 나도 좋아해’전(권윤지·손지원)을 비롯해 동아시아 교류전 ‘(안)보이는 실타래’전, 광주와 요코하마 교류 10주년 기념 ‘도시를 누비는 건축조형-In japan’전(일본 요코하마) 등의 전시를 열었다. 올들어서는 광주시 민간단체 지원사업 ‘시간을 넘은 예술’전과 창작공간지원사업 ‘아트브릿지-당산나무 아래’전을 선보였다.

이어 뽕뽕브릿지가 지난 10년의 행보를 기념하는 자리인 개관 10주년 기념 초대전시를 마련했다. 초대전은 지난 2일 개막, 오는 14일까지 신호윤 작가의 개인전이 그것으로, ‘관찰자로부터-친애하는 너에게’라는 주제 아래 열리고 있다. 출품작은 10여점이며, 전시장 1층에는 아카이브로, 2층에는 신 작가의 신작들로 꾸며졌다.

이외에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의 작업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인 GB 작가탐방이 신호윤 편으로 14일 오후 4시 뽕뽕브릿지에서 진행된다. 작가의 조형적 태도와 예술 세계에 대한 심층적인 이야기는 김성우 큐레이터와의 대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신호윤 전시 이후 11월 중 10주년을 되새기는 기념전을 다시 한 번 더 열 계획이다.

최윤미 대표는 뽕뽕브릿지의 10년에 대해 “문화소외 지역이다보니 어려운 점들이 많았지만 저희라도 여기 남아 문화공간으로서 기능을 해야 여기 마을분들이 문화적으로 숨통을 틀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앞으로도 이 마을에 머물며 주민들과 함께 문화적으로 호흡을 함께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는 광남일보 홈페이지(gwangnam.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gwangnam.co.kr/article.php?aid=1757495357516828027
프린트 시간 : 2025년 09월 11일 08:5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