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가 성장하는 도시 광주 프로젝트

이당금 예술이 빽그라운드 대표

광남일보@gwangnam.co.kr
2025년 09월 11일(목) 18:08
이당금 대표
[문화산책] 마로니에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어느새 다정한 친구처럼 순정하다.

공원 벤치에 앉아 눈을 감으면, 오고 가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발랄한 발걸음, 버스킹의 선율이 어우러져 작은 오케스트라가 된다.

눈꺼풀 위로 번지는 햇살은 무대 위 조명처럼 환하다.

서울에서 공연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연습을 전후로 대학로를 찾는다. 대학로는 연극인들의 삶의 보금자리 같은 곳으로 여전히 활기차다. 아르코예술극장을 비롯해 수많은 소극장과 단체, 배우들의 에너지를 감각할 수 있는 곳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많은 극장이 문을 닫았고, 경제적 어려움은 여전하다. 그러나 여전히 대학로는 살아있는 문화예술 학습장이자, 예비 예술가들이 꿈을 키우는 현장이다.

아르코극장 외벽에는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다.

“예술은 삶을 예술보다 더 흥미롭게 하는 것.” -로베르 필라우.

나는 그 앞에서 묻는다. 나의 삶은 예술적인가? 나의 예술은 삶을 예술적으로 만드는가?

그 질문은 곧 광주로 향한다.

광주의 일상과 예술은 얼마나 맞닿아 있는가. 문화중심도시 광주, 아시아문화의 거점이자 민주와 인권의 기억을 품은 도시이면서도 오늘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읽혀야 할 도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의 현실은 여전히 모순적이다. 광주광역시임에도 불구하고 연극영화과, 연기과 등 예술문화 관련 학과들이 통폐합되거나 다른 전공으로 대체되면서, 공연예술가를 꿈꾸는 예비 예술가들에게 광주는 어쩌면 점점 척박한 환경이지는 않을까? 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하면서도 정작 미래의 예술가를 키워낼 토양의 겉과 속이 다른 건 아닐까?

광주가 진정으로 문화예술 중심도시를 표방한다면, 화려한 기념사업이나 축제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지역 안에서 자라나는 청년 예술가들을 위한 교육 시스템, 전문 아카데미, 장기적인 창작 지원 체계와 기본소득 제도가 절실하다. 예술은 하루아침에 피어나는 꽃이 아니다. 오랜 시간의 훈련과 학습, 그리고 실패와 실험을 품을 수 있는 제도적 울타리 속에서 자라난다.

광주는 국제적 네트워크 기반의 교류 시스템 구축을 강화해야 한다. 광주 국제 비엔날레,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아시아문화거점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 있는 예술문화의 국제적 거점으로서의 충분한 토대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가입한 주요 도시들의 경우, 해외 거점 레지던시와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예술가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반면 광주는 이러한 국제적 연계가 취약하다. 국제 교류 시스템을 제도화하지 않는 한, 지역 예술가의 성장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또 지역 예술가의 창작 활동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재정 지원과 정책적 기반이 필요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조사(2023)에 따르면 국내 예술인의 평균 연간 창작 소득은 약 1,000만 원 이하로, 생계와 창작의 병행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힌다. 광주가 문화중심도시임을 자임한다면, 최소한 지역 예술가들의 창작 여건을 개선하고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정책으로 예술인 기본소득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시작하고 실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비 예술가들이 성장할 수 있는 창작 아카데미 설립이다. 독일 베를린의 ‘아카데미 데어 쿤스트’처럼, 도시 차원에서 청년 예술가를 위한 교육·연습·실험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데이터에 따르면, 청년 예술가들이 안정적으로 훈련받을 수 있는 도시일수록 예술산업 고용률과 지역 경제 파급 효과가 크게 증가한다(유네스코 문화산업 보고서, 2022)고 했다.

예비 예술가가 꿈꾸고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토양, 국제적으로 교류하며 확장할 수 있는 네트워크, 지역 예술가가 안정적으로 창작할 수 있는 장기 플랜의 정책 기반. 이 세 가지가 어우러질 때 광주는 비로소 ‘문화중심도시’라는 이름을 공허한 수식어가 아닌, 살아있는 현실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예술하는 사람 다 광주로 모여라~!!!
이 기사는 광남일보 홈페이지(gwangnam.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gwangnam.co.kr/article.php?aid=1757581698516942000
프린트 시간 : 2025년 09월 12일 02:1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