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향사랑기부제, 대한민국의 미래

김순권 (사)광주동구자원봉사센터장

광남일보@gwangnam.co.kr
2025년 09월 14일(일) 17:59
김순권 (사)광주동구자원봉사센터장
대한민국은 지금 ‘지방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수도권에 인구와 자원이 집중되면서 지방은 점차 활력을 잃고 있으며, 청년 유출과 고령화, 생활 인프라 부족 등으로 지역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 교육, 문화, 의료 서비스의 불균형까지 겹치며 생활 여건은 악화되고, 이는 다시 인구 유출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든다.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절실함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고향사랑기부제’는 단순한 기부 제도를 넘어 지방을 살리고 국가 균형발전을 이끄는 중요한 마중물이 될 수 있다. 기부자가 고향이나 응원하는 지방자치단체를 선택해 기부하고 세제 혜택과 답례품을 받는 구조이지만, 본질은 지역 자립 기반을 강화하고 공동체에 생기를 불어넣는 데 있다. 기부 행위로 지역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참여형 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광주 동구는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적 정착을 통해 지방정부와 시민이 협력하는 모범 사례를 만들어왔다. 단순한 행정 안내를 넘어 민·관이 함께하는 적극적 홍보와 맞춤형 기부 유도 전략이 돋보였으며, 그 중심에는 임택 동구청장을 비롯한 자원봉사자의 자발적 참여가 있었다. 지역 사회단체, 소상공인, 청년 그룹까지 함께 나서면서 동구 전체가 하나의 캠페인 공동체가 됐다. 이러한 협력은 다른 지역에도 귀감이 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광주극장 보존 100년 프로젝트’와 ‘발달장애 청소년 E.T 야구단 지원’은 전국적으로 주목받았다.

그 결과 2년간 3만1578명이 참여해 33억여원의 기부금이 모였고, 이는 광주극장의 시설 개선과 청소년 야구단의 전국 대회 우승으로 이어졌다. 작은 기부가 지역의 문화와 희망을 살려낸 것이다. 특히 광주극장은 단순한 영화관을 넘어 시민의 기억과 추억이 담긴 공간으로, 기부를 통한 보존 사업은 문화 자산을 지키는 데에도 큰 의미가 있다.

(사)광주동구자원봉사센터는 고향사랑기부제의 의미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캠페인을 펼쳐왔다. 거리 홍보, SNS 콘텐츠 제작, 참여 독려 활동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전개하며 고향사랑기부제가 공동체 회복을 이끄는 새로운 사회운동임을 보여 주고 있다.

앞으로는 지역 축제, 교육 프로그램, 청소년 자원봉사 활동과 연계한 홍보를 확대해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다. 작은 참여가 큰 변화를 만드는 경험을 확산시키는 것이 곧 제도의 성공으로 이어진다.

더 나아가 고향사랑기부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꾸는 균형발전의 씨앗이 될 수 있다. 기부금이 복지, 교육, 문화, 환경 등 핵심 분야에 재투자돼 주민 삶의 질을 높이고 자립적 발전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수도권 주민이 지방에 관심을 가지고 기부할 경우, 지역 특산물 소비와 교류 확대가 이뤄져 지역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는다. 결국 기부는 단순한 재정 보완이 아니라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는 촉매제이다.

이제는 광주 동구의 성공 사례를 넘어 전국 곳곳에서 자원봉사자가 이 운동을 선도해야 한다. 자원봉사자는 지역을 사랑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가치를 실천해온 시민이다. 고향사랑기부제야말로 자원봉사의 철학이 제도 속에서 실현되는 장이며, 대한민국이 함께 살아가는 길을 열어주는 모범적 시민 실천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고향을 떠난 이들에게는 그리움의 표현이고, 지역 주민에게는 공동체 회복의 희망이며, 국가에는 균형발전의 출발점이다. 모든 시민이 고향사랑기부제의 홍보대사이자 실천가, 연대의 주체가 돼야 한다. 작은 정성이 모이면 큰 변화가 이뤄진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광주는 오랫동안 민주주의, 평화, 인권, 연대의 정신을 지켜온 도시이다. ‘사람 사는 세상’,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하며 함께 행복한 공동체’를 꿈꾸어온 광주정신은 고향사랑기부제의 철학과도 깊이 닿아 있다. 광주가 보여주는 실천은 곧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등불이다.

고향을 위한 나의 기부와 우리의 자원봉사는 지역을 살리는 작은 실천이자 큰 희망이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살고, 고향이 살아야 공동체가 행복하다. 지금, 우리의 마음과 손길을 고향으로 보내야 할 때이다. 이것이 곧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켜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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