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위기의 여수·광양항 해법은? <3>일본 경제 심장 나고야항

바다 위 거대한 공장…27년째 일본 물동량 1위
완성차 연 145만대 수출…자동차 물동량 63% 차지
항만·산업·물류 등 삼박자 갖춘 일본 제1 종합항만

광양=김귀진 기자 lkkjin@gwangnam.co.kr
2025년 09월 17일(수) 16:36
나고야항에서 안벽수심이 -16m로 가장 깊은 도비시마 컨테이너부두.
나고야항의 도비시마 북(좌측), 도비시마 남(우측) 컨테이너부두가 일직선으로 건설돼 있다.
나고야항 컨테이너 부두 전경
일본 중부지역에 위치한 나고야항은 일본 최대 항만이다. 1907년(메이지 40년)에 개항한 나고야항은 컨테이너 화물뿐만 아니라 벌크화물, 완성자동차까지 전 세계 170여개 국가와 연결되는 종합항만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총 물동량 1억5671만t을 처리해 요코하마, 고베, 오사카, 도쿄항을 제치고 27년 연속 일본 제1의 항만이라는 위상을 이어갔다.

나고야항은 일본 열도의 중앙부인 ‘이세만’에 자리잡고 있으며, 주변에는 철강생산기지와 철강유통기지, 석유화학 및 LNG 기지, 곡물기지, 컨테이너 부두, 목재부두, 강재 유통기지, 석유제품 기지 등 다양한 항만시설이 집적돼 있다. 이러한 배후 산업기반은 자동차, 공업기계, 항공우주, 철강, 전기제품 등 세계적인 산업 클러스터와 연결돼 나고야항을 수출입의 중심항만으로 만들고 있다. 지난해 수출 물동량 4354만t 가운데 완성자동차가 44.6%로 가장 많았고 자동차부품 18.6%, 산업기계 6.8%, 강재 4.5%, 화학공업제품 4.1% 등이 뒤를 이었다. 수입은 6747만t 가운데 LNG 20.3%, 철광석 13.6%, 원유 10.7%, 석탄 8.1%, 의류·신발 3.9%, 자동차부품 3.3% 등이 주를 이뤘다.

총 물동량은 2019년 1억9444만t에서 5년 만에 19% 줄었지만, 무역액은 오히려 61% 늘어 23조7352억엔에 달했다. 수출 16조1659억엔, 수입 7조5693억엔으로 수출이 수입을 크게 앞섰다. 이는 원료를 수입해 가공과 생산을 거쳐 다시 역수출하는 구조가 항만을 뒷받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고야항의 물동량 1억5671만t은 요코하마항(1억121만t), 고베항(9297만t), 오사카항(8557만t), 도쿄항(8291만t)을 크게 웃돌며 일본 최대 항만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컨테이너 물동량만 놓고 보면 나고야항은 지난해 276만TEU로 일본 4위에 머문다. 도쿄항이 470만TEU, 요코하마항이 308만TEU, 고베항이 277만TEU였고, 나고야항 뒤로 오사카항이 232만TEU였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284만TEU를 기록했던 나고야항은 2020년 247만TEU까지 줄었다가 최근 들어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무역액 기준으로는 도쿄항(24조6200억엔)에 이어 2위(23조7350억엔)로, 요코하마, 고베, 오사카를 크게 앞서 있다. 나고야항이 고부가가치 화물을 다루는 항만임을 방증한다. 화물의 81%가 수출입 화물이고 환적화물은 19%에 불과하다.

주요 교역국은 중국이 1413만t으로 가장 많고, 미국 545만t, 태국 317만t, 아랍에미리트 247만t, 베트남 207만t, 타이완 196만t, 한국 154만t 순으로 이어졌다. 주당 항차 수는 78항차에 달한다.

나고야항이 일본 제1 항만으로 자리잡은 배경에는 일본 4대 공업지대 가운데 하나인 주쿄 공업지대가 있다. 이세만을 둘러싼 아이치, 기후, 미에 등 3현에 대규모 산업이 입지하며 형성된 주쿄공업지대는 게이힌, 한신, 기타큐슈와 함께 일본의 산업을 이끄는 거점이다. 2차 대전 전까지는 한신공업지대가, 그 후로는 게이힌공업지대가 일본 최대였으나, 자동차와 기계, 우주항공산업이 집중된 주쿄공업지대가 지금은 1위를 차지한다.

이 지역은 메이지 시대 방적과 섬유공업으로 시작해 현재는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우주항공까지 아우르는 첨단산업지대로 발전했다. 미쓰비시중공업, 가와사키중공업, 스바루, IHI 등 일본 4대 중공업사가 항공기 부품을 생산하며 일본 내 항공 기체부품의 80%를 차지하는 등 우주항공산업의 심장부로 자리잡았다. 2021년 기준 연간 제품 출하액은 48조엔(약 441조원)으로 45년 연속 일본 1위를 기록했다.

특히 나고야항의 물동량을 떠받치는 것은 자동차산업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토요타 본사가 아이치현 도요타시에 자리잡고 있으며, 지난해에만 전 세계에서 1030만대를 생산했다. 이 가운데 220만대가 아이치현 본사 공장에서 생산됐고, 토요타는 2030년까지 300만대 생산체제를 갖추기 위해 신규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미에현에도 혼다, 닛산, 미쓰비시 등의 자동차 공장이 입지한다.

지난해 나고야항 수출 물동량의 63.2%가 자동차 관련 품목이었으며, 컨테이너 수출 물동량의 절반 가까이도 자동차와 부품이 차지했다. 반면 수입에서는 자동차부품 비중이 9.7%에 불과해, 의류·화학제품·가전 등 생활 관련 제품이 주류를 이뤘다.

나고야항은 자동차 전용부두만 4곳을 갖추고 있다. 킨죠우, 야토미, 신포, 시오미 부두가 그것이다. 신포부두는 전체 자동차 물동량의 41.4%를 처리하며, 3만9000대 규모의 주차장과 테스트코스, 서비스 공장까지 갖춘 초대형 시설이다. 연간 145만대의 완성차가 이 부두들을 통해 해외로 수출된다.

나고야항은 물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로와 공항 등 인프라 확충에도 공을 들여왔다. 토메이, 메이신 등 고속도로와 중앙·호쿠리쿠·도카이 순환도로를 비롯해 국토 간선도로망과 연결돼 있고, 2005년 개항한 주부국제공항을 통한 항공수송 체계도 구축됐다. 컨테이너터미널은 5개 단지, 13개 선석, 29기의 갠트리 크레인으로 24시간 운영되며, 미주와 유럽 항로에는 최대 9600TEU급 선박이 입출항한다. 최근에는 도비시마, NCB터미널 확장과 모든 터미널을 단일 컴퓨터로 관리하는 시스템(NUTS) 도입 등 항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리뉴얼 사업도 진행 중이다.

배후경제권역은 아이치, 미에, 기후를 포함해 이시카와, 후쿠이, 나가노, 시즈오카, 시가, 도야마 등 9개 현으로 인구만 2100만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83%의 물동량이 아이치, 미에, 기후 3현에서 발생하고 있다. 자동차, 전기·전자, 우주항공 등 첨단산업이 집중된 일본 최대 공업지대가 곧 나고야항의 경쟁력이자 성장 동력인 셈이다.

나고야항관리조합 아오야마 기획창조과장은 “최근 5년간 일본 경제 부진과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물동량이 정체돼 있지만, 토요타와 미쓰비시 등 대형 제조업체들이 입주해 있는 만큼 전기차, 수소차 전환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수송비 절감과 시간 단축을 통해 경쟁력 있는 항만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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