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예술지원사업, 디지털 시대 맞는 변화 필요하다

황형철 시인

광남일보@gwangnam.co.kr
2025년 09월 18일(목) 17:39
황형철 시인
지난해 11월 광주연구원이 공개한 ‘광주광역시 도서관·독서 현황’을 보면 광주시민은 1인당 평균 6.4권의 책을 읽었고, 전국 평균 7.2권에는 못 미친다. 며칠 전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발표한 ‘2024 독서문화 통계’를 보면 성인 1인당 종이책 5.4권, 전자책 1.4권을 읽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마다 차이가 있지만 이 통계를 다해도 우리 국민의 독서량은 매우 낮다는 걸 알 수 있다.

낮은 문해력 때문에 웃지 못할 말도 들린다. 중식(中食)을 중국 음식으로, 사흘은 4일로, 금일(今日)은 금요일로 오해해 착오가 생기기도 한단다. 입시제도 속에서 독서나 토론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거나 스마트폰에 밀려 독서량이 현저히 적은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의 ‘2025 교육지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대학을 졸업한 25~64세 우리나라 성인의 문해력은 조사 대상 30개국 중 네 번째로 낮다. 독서가 취미가 아닌 생활이기를 바라는 건 언감생심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도 있다. 일부이긴 하나 10~20세대에게 독서가 ‘힙’한 문화라는 것이다. 유명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가 소셜 미디어에 올린 책을 사고, 북카페를 방문하거나 굿즈를 수집한다. 책은 혼자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재미있게, 예쁘게 공유와 인증을 통해 자기를 드러내며 ‘경험’하는 수단이 된 지 오래다. 책을 읽는 행위가 멋지다는 뜻의 텍스트힙(Text Hip)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일부 출판사는 이런 변화에 빠르게 대처했다. 북클럽이 그것이다. 여기에 가입하면 구매 혜택은 기본이고, 책과 선물이 담긴 ‘웰컴키트’를 보내준다. 회원만 소장할 수 있는 에디션이나 키링, 스티커 등 탐나는 굿즈를 제공한다. 작가 강연에 우선 초대하고, 커뮤니티에서 자유롭게 소통한다. 출간 전 먼저 읽어볼 수 있는 서평단이나, 표지 선정 투표를 진행하는 등 책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할 수도 있다. 출판사 물류 창고를 개방하는 이벤트를 열기도 하니 ‘오픈런’이 있다고 해도 놀랄 것이 아니다. 디지털 환경에 친숙한 독자들을 흡입하여 충성도 높은 마니아층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출판사는 작가에게 문턱이 너무 높다.

그렇다면 답은 나와 있다. 지역 예술을 육성하는 광주문화재단, 전라남도문화재단 같은 기관에서는 지원 사업의 패러다임에 변화가 요구된다. 현재 방식은 발간이나 전시, 공연 비용을 대주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작가는 힘겹게 쓴 작품을 출판할 뿐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다. 주변 사람에게 공짜로 나눠주며 축하 인사를 받고 나머지는 집에 쌓아두기 일쑤다.

단순히 비용을 주고 정산서를 내면 끝나는 지원으론 안 된다. 부가적인 콘텐츠를 개발하고 잠들어 있는 지역의 시장을 깨워야 한다. 미술인이나 전문가와 협업을 통해 굿즈 상품을 제작하거나, 독자와의 대화, 유튜브 채널 등 온오프라인 소통도 해볼 만하다. 굳이 별도로 하지 않더라도 지역 곳곳에서 열리는 문화예술행사에 포함할 수 있는 여지도 얼마든지 있다. 다양한 분야의 창작물을 지역민이 부담 없이 누릴 수 있도록 쿠폰 발행이나 마일리지, 회원제 같은 방법도 있다. 북클럽 사례를 우리 실정에 맞게 얼마든지 해볼 수 있겠다.

이렇게 독자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면 작가는 창작에 더욱 매진하는 계기가 되고, 동네 서점 같은 곳은 커뮤니티의 거점이 되어 경영에도 작은 보탬이 될 것이다. 다양한 장르와 세대, 계층으로 확산하면 창작 활성화는 물론 지역민의 예술 향유 방법 또한 풍성해질 것이다. 지역 예술을 육성하는 기관의 목적도 당연히 여기에 있지 않나. 지원 사업의 결과물을 어떻게 알리고 소비시키며 지역민이 누리게 할 것인지, 이 부분을 새로운 업무영역으로 받아들여 전담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 맞게 적극적이고 획기적인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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