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문화예술 창의성’ 도시공간에 생명럭 불어 넣다

강보선 기획자(광주 동구 인문학당)

광남일보@gwangnam.co.kr
2025년 09월 25일(목) 17:44
강보선 기획자(광주 동구 인문학당)
“신은 자연을 만들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God made the Country, and man made the town)”는 William Cowper의 말처럼 도시는 인간이 만든 최고의 작품이다. 그러나 “인간이 만든 도시는 도시의 형상에 따라 인간을 만든다(We shape our buildings; thereafter they shape us)”는 Sir Winston Churchill 의 경구는 도시가 인간의 삶과 얼마나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지를 시사한다. 도시는 식량생산을 위해 집단 거주를 시작한 인간이 공존을 위한 만든 공간에서 시작했지만 오늘날 인류의 생존을 위한 최상의 구조물이 되었다.

수천 년의 인류역사에서 영원한 도시는 없었다. 수많은 도시들이 만들어지고 사라졌다. 산업화 이후의 근대도시는 첨단 과학기술의 실험장이었다. 현대도시도 예외가 아니다. 스마트시티라고 명명될 미래도시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 적용된 도시이다. 도시의 역사를 보면, 테베레 강 유역의 라티움(Latium)에서 출발한 고대 로마는 세계를 지배하는 거대도시 로마를 건설했지만 로마제국의 멸망과 함께 평범한 유럽의 도시로 전락하였다. 당시에 로마와 경쟁하던 많은 도시들도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시대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을 수용한 도시는 변신을 거듭하며 성장하였고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도시들은 지도상에서 사라졌다. 대한민국이 시행하는 도시재생도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삶의 공간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들이다. 따라서 도시전반의 재생사업은 삶의 공간을 복원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것을 상상하는 공간으로 복원되어야 한다. 이것이 도시재생에서 문화예술의 창의성이 필요한 이유이다.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도시는 도시혁명을 거치며 지능화되었다. 문명의 등장과 자연과학의 발전에 따라 부침을 거듭한 도시는 ICT 기반의 스마트시티(SMART CITY)로 진화하며 미래도시를 꿈꾸고 있다. 그러나 ICT 기술이 지배하는 도시라도 편리성이 증가한 만큼 인간의 삶이 근본적으로 변하지는 않는다. 첨단 기술에 의해 자동제어가 되는 도시가 건설되더라도 도시인의 일상에서 커다란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고도문명사회의 미래도시에 대한 준비는 해야겠지만 현재의 도시를 거주민에 맞게 가꾸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 대한민국에서 진행 중인 도시재생사업에 주민이 참여하고 문화예술을 접목한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타당하다. 도시를 정비하는 일은 도시의 전통과 역사, 시민의 기대가 어우러진 사업이어야 한다. 따라서 도시재생은 개별 도시에 맞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계절에 따라 인간의 옷이 달라지듯이 시대에 따라 도시도 변했다. 도시의 공간은 시대정신을 표현하는 공간이었다. 산업사회를 중심으로 건설된 근대도시는 자본의 논리에 따라 공간이 구성되었다. 반면에 ICT 기반의 미래 스마트시티는 실용성, 효율성, 안전성, 편의성 등을 중심으로 공간을 구성할 것이다. 그러나 미래의 스마트시티는 인문적 사고가 지배하는 공간을 갖추어야 한다. 창의적 공간을 통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수렴되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IOT와 BigData, AI로 대변되는 ICT기술이 지배하는 미래 스마트시티는 사이버물리시스템(CPS)이 작동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감성과 창의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간을 필요로 한다. 인문학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간은 기계적인 삶을 사는 시민의 각박한 삶을 치유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문화예술의 창의성을 도시재생사업에 접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게다가 COVID 19로 인한 팬데믹 사태는 미래도시의 단면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따라서 과거와는 다른 사회.경제 구조의 등장으로 공동체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요구된다. 결과적으로 COVID 19로 인한 팬데믹 사태는 도시공간의 기능을 근본적으로 성찰하게 하였고, 문화예술을 활용한 도시재생 방식을 수용하게 만들었다. 가장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도시공간을 재생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제기된 것이다.

1980년대 등장한 도시재생은 무분별한 재개발 중심의 전략이었기 때문에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탈산업사회에 적합한 사회·문화적 방식의 도시재생이 시도되었다. 문화적 가치를 부여한 문화적 도시재생(Cultural Regeneration)이 1990년대의 새로운 도시재생의 방식으로 등장하였다. 문화적 도시재생은 공공미술이나 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도시재생 방식으로 문화관광(Cultural Tourism) 측면에서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어 냈다. 도시는 문화적 도시재생을 통해서 이야기가 있는 도시로 재탄생되었고 문화를 즐기는 관광객의 방문을 유도하였다. 문화적 도시재생을 통해서 주민의 삶이 변하고, 도시문화를 체험하는 관광객의 증가로 도시경쟁력이 향상되자 많은 도시들이 문화적 도시재생 방식을 도입하였다.

그러나 문화적 도시재생이 성공하여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관광 활성화를 유도하기도 하지만 미흡한 운영으로 기대 효과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따라서 문화적 도시재생이 도시경쟁력을 향상시키고 미래 스마트시티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려면 도시의 지속적 변화를 담보하는 장기적인 안목을 갖은 도시재생 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 문화적 도시재생과 주민의 만족도 중심으로 문화적 도시재생과 도시공간을 연결하는 요소들을 복원하여 도시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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