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 빛날수록 원작의 위대함이 느껴졌어요"

[아트 리뷰]전시와 문학 작품 외연확대 돋보여
이강하미술관, 북극 프로젝트전 천안시립서 선봬
채희윤·이화경 소설 작품 연극무대에 올려 ‘호응’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2025년 09월 25일(목) 17:49
천안시립미술관에서 선보이고 있는 광주 이강하미술관의 북극 관련 전시 관람객들
천안시립미술관에서 선보이고 있는 광주 이강하미술관의 북극 관련 전시 전경
천안시립미술관에서 선보이고 있는 광주 이강하미술관의 북극 관련 전시 포스터
광주예술은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가질까. 개별 예술가들이나, 문화단체에서 내놓은 작품들이 타지에 진출되거나 문인의 작품이 공연물로 제작돼 무대에 올려지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청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작품의 타지 진출은 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 이종 장르간 접목은 건강한 문화예술생태계 구축이라는 측면에 각각 부합된다. 근래들어 지역 미술관에서 선보였던 작품이 타지역 전시로 선택돼 다시 선보이게 된 경우나 지역 중견 이상의 소설가들의 작품이 무대에 올려진 경우가 대표적 사례들로 꼽힌다.

먼저 이강하미술관은 기획이 늘 참신한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광주에서는 흔치 않은 북극을 매개로 한 프로젝트나 어린이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북극과 교류가 탄탄해졌다. 2023년 제15회 광주비엔날레 때 파빌리온 프로젝트(국가관)로 마련된 캐나다 전시관에서의 이누이트(Inuit) 예술 작품 소개가 큰 반향을 얻으면서 광주와 북극의 교류로 이어졌다. 이 전시는 2023년 11월 한국과 캐나다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주한 캐나다 대사관의 지원을 받아 웨스트 바핀 코어퍼레이티브 주도로 ‘신화, 현실이 되다’라는 제목 아래 ‘이누이트’(Inuit)가 참여된 첫 번째 전시로 기록됐다. ‘킨가이트 북극 리서치 프로젝트’ 참가는 광주에서 기획자 및 작가가 함께 이누이트 예술가들을 지역 최초로 만나러 갔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었다. 그후 이선 학예실장과 김설아 작가 등은 한차례 더 북극을 방문한 바 있다. 이렇게 교류가 정착되면서 2024년 3월 ‘북극의 신화, 소멸의 저항’ 전시가 열렸으며, 2025년 여름 어린이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 ‘우리는 북극탐험대’가 진행됐다. 북극의 문화와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 지역과의 연결성을 탐구하는 예술적 시도가 됐다.

이런 가운데 광주와 북극의 교류 산물인 이강하미술관에서의 북극 관련 전시가 천안에서 선보이게 됐다. 광주 이강하미술관이 캐나다 웨스트 바핀 코어퍼레이티브와 함께 추진한 북극 프로젝트가 ‘집 그리고 또 다른 장소들’을 주제로 오는 10월 26일까지 천안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어 주목된다. 전시에는 이누이트 예술가 18명과 한국 작가 김설아 이조흠 주세웅씨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집’을 화두로 북극의 자연과 전통문화, 인간의 삶을 담은 작품을 출품했다. 전시에서는 이조흠 작가는 표지판과 기호에서 출발해 집의 의미를 탐구했고, 김설아 작가는 따개비의 생태와 영혼의 형상을 시각화했고, 주세웅 작가는 이누이트 드럼댄싱과 즉흥 공연을 결합한 작업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가 끝난 뒤 천안에서의 총평이 자못 궁금하다.

이당금 연출로 무대에 올려진 채희윤 소설가의 블랙 휴먼 코미디 ‘장인표 상사, 공적을 청하다’ 공연 모습.
이당금 연출로 무대에 올려진 채희윤 소설가의 블랙 휴먼 코미디 ‘장인표 상사, 공적을 청하다’ 공연 모습.
이당금 연출로 무대에 올려진 채희윤 소설가의 블랙 휴먼 코미디 ‘장인표 상사, 공적을 청하다’ 공연 포스터.
이어 광주를 연고로 활동 중인 소설가의 작품이 무대에 올려진 사례 역시 작품의 인지도나 미치는 영향력은 물론이고 이웃 장르와의 콜라보 사례를 한층 더 강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소설이 소설로 끝나는 경우가 셀 수 없을 만큼 비일비재한 상황 속에서 무대로 진출한 소설작품은 단연 눈에 띈다.

극단 깍지 창단 10주년 기념공연 작품으로 선택돼 지난 5일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 무대에 올려진 작품은 소설가 이화경씨의 동명 단편선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모노로그, 2023년) 두 번째 작품 ‘노라의 뽄(本)’이었다. 이 작품은 목포문학상을 수상작으로, 광주문화재단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으로 기획된 것이었다.

순천에 거주하다 전주로 거처를 옮겨 지내는 안준철 시인은 모처럼 이 작품을 관람하기 위해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을 찾았다고 한다. 그는 이 작품을 보곤 난 뒤 페북에 “‘안쪽이’의 시끌법적한 좌충우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나’의 조용한 연기는 빛이 났으며 원작의 주제를 살리기에 충분했다”는 감상평을 남기기도 했다. 원작자인 이화경 작가에게 “공연이 빛날수록 원작의 위대함이 느껴졌어요”라는 말도 전했다고 밝힌다.

이에 앞서 6년만에 다시 돌아온 ‘연극 있다-잇다’ 페스티벌이 광주 씨어터연바람에서 펼쳐진 가운데 공수부대 출신 장인표 상사가 5·18 유공자 인정을 요구하며 국가를 상대로 공적을 신청하는 이야기가 무대에 올려졌다. 이당금 연출로 지난 8월 8일부터 10일까지 무대에 올려진 블랙 휴먼 코미디 ‘장인표 상사, 공적을 청하다’가 그것으로 중견 소설가 채희윤 전 광주여대 교수(전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의 작품이었다.

천안에 순항 중인 이강하미술관의 북극 관련 전시나 한달새 채희윤 소설가와 이화경 소설가의 작품의 무대 진출은 하반기 유독 폭주하는 전시나 공연, 각종 출간 러시 속 가장 돋보이는 성취이자 도전으로 받아들여졌다. 앞으로도 광주의 예술작품이 타지로 나가고, 문학작품이 무대에 올려지고 하는 등의 사례가 빈번하게 시도되기를 학수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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