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현실적 현상에 대한 기억과 감각 작업에 투영 홍수연 개인전 30일까지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등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
2025년 09월 28일(일) 18: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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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연 작 ‘Anamnesis_02-24(기억하는 이유)’ |
‘Long Beginning’이라는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기존의 회화 작업에 더해 ‘Synchronicity’(의미있는 우연) 시리즈와 회화 제작 과정을 기록한 영상 작업을 통해 표현의 폭을 넓혔다. 영상은 회화 이미지와 작업 중 생성된 장면을 촬영한 뒤, 시간·속도·공간의 요소를 더해 입체적으로 구성된다.
전시 제목 ‘Long Beginning’은 찰나의 순간이 본질적인 변화를 일으킨다는 철학적 사유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시간과 공간을 인간이 만든 개념으로 바라보며,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는 초현실적 현상에 대한 기억과 감각을 작업에 녹여낸다. 어린 시절 만화영화 ‘이상한 나라의 삐삐’에서 마법으로 시간을 멈추고 공간을 이동하는 장면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던 작가는 “현재라는 것은 사실상 인간이 만들어낸 개념”이라고 말한다.
또 과거 영화관에서 사용되던 35mm 필름 영사기의 기억도 작업에 영향을 미쳤다. 렌즈에서 출발한 빛이 스크린에 닿아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생기는 잔상과 왜곡은 작가에게 초현실적인 감각으로 다가왔다. 작가는 이러한 무의식 속 이미지들을 영상이라는 매체를 통해 시공간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홍 작가는 오랫동안 사각의 캔버스 안에서 정제된 방식으로 작업해왔다. 우연처럼 보이는 효과조차 철저히 통제해온 그에게, 즉흥성과 비정형성을 수용하는 이번 작업은 큰 도전이다. ‘Synchronicity’ 시리즈는 고정된 화면 대신 흐르는 흔적을 그대로 드러내며, “우연처럼 보이지만 필연적인 사건, 필연처럼 보이지만 우연적인 흐름”을 화면 위에 펼쳐내며 우연과 필연 사이의 경계를 탐색한다.
작가의 전시는 시간과 공간, 의식과 무의식, 우연과 필연 사이의 경계를 탐색하며, 관람객에게 익숙하지 않은 감각의 세계로 진입할 수 있는 통로를 제시하고 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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