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원예농협 농업용 필름공장 가보니…] 농가 맞춤 주문생산…가격·수급 안정 ‘든든한 울타리’
이승홍 기자 photo25@gwangnam.co.kr |
2025년 09월 30일(화) 10: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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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원예농협이 운영하는 농업용 필름공장에서 공장 관계자가 내부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곳은 광주원예농협이 운영하는 농업용 필름공장이다. 농가의 하우스를 덮고, 밭을 감싸며, 수확한 농산물을 보호하는 ‘농업의 투명한 울타리’가 태어나는 곳이다.
이 공장은 지난 1993년 12월 광주·전남 118개 지역농협이 뜻을 모아 설립됐다. 당시 농업용 필름 시장은 민간업체가 가격을 주도해 농가 부담이 적지 않았다. 농협은 ‘농자재만큼은 농협이 책임진다’는 원칙 아래 직접 생산에 뛰어들었다. 가격 안정을 통해 농가의 생산비를 낮추고, 안정적인 자재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이 공장은 협동조합 정신의 실현체로 평가받는다. 현재 공장은 68개 지역농협이 공동 출자·운영하고 있으며, 누적 출자금만 82억원에 달한다. 협동의 힘으로 일군 공장은 이제 연간 2만t 규모의 농업용 필름을 생산하는 전국 최대 수준의 제조기지로 성장했다. 그중 1만8000t이 하우스·멀칭·포장용 필름이며, 2000t은 비료·사료 등을 담는 중포대 제품이다. 폭 17m의 초광폭 필름 생산이 가능해 다양한 재배 환경에 대응할 수 있고, 전국 주요 농협을 통해 농가로 공급된다.
농업용 필름은 단순한 비닐이 아니다.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돕고, 비·바람·서리를 막아 작물을 지키는 생명 보호막이다. 하우스용 필름은 투광률과 보온성이 생장을 좌우하고, 멀칭용 필름은 토양의 수분을 지켜 잡초를 억제한다. 또한 포장·저장용 필름은 수확물을 신선하게 유지시켜 유통 과정에서 품질 저하를 최소화한다.
생산라인에서는 광폭기, 소폭기, 압출기, 인쇄기 등 설비가 가동된다. 고온의 압출공정을 거친 원료가 길게 늘어나며 필름을 형성하고, 냉각·권취·검수의 과정을 통해 완성품으로 거듭난다. 공정마다 투광률, 두께, 인장강도 등 품질 지표가 실시간으로 점검된다.
광주원협은 농가 맞춤형 주문생산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별 기후, 작물 특성에 따라 필요한 두께나 투광률이 다르기 때문이다. 생산 단계에서부터 농가의 요구를 반영해 최적의 자재를 공급하고, 출하 후에도 신속한 AS 체계를 가동해 현장 문제를 바로 해결한다. 현재 전국 41개 대리점을 통해 신속한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으며, 광주·전남뿐 아니라 충청, 경상 지역까지 공급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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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원예농협이 운영하는 농업용 필름공장에서 공장 관계자가 내부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설립 32년째를 맞은 공장은 최근 ESG 경영기조에 맞춰 친환경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농업용 필름은 사용량이 많은 만큼 폐기 과정에서 환경 부담이 크다. 광주원협은 내년부터 탄소저감형 필름과 생분해성 소재를 적용한 신제품 개발에 착수한다. 또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잔여 필름을 다시 원료로 순환시키는 시스템도 강화하고 있다.
정일기 광주원협 조합장은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서는 자재 생산 단계부터 친환경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며 “환경과 농가가 함께 웃는 순환형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승홍 기자 photo25@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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