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작업장 안전, 기본 수칙 준수가 생명을 지킵니다

박재홍 안전보건공단 광주광역본부 광역사고조사센터장

광남일보
2025년 10월 15일(수) 16:26
박재홍 안전보건공단 광주광역본부 광역사고조사센터장
지난해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는 안타까운 사고로 827명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올해도 전반기에만 449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필자는 안전보건공단 광역사고조사센터에서 사고조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조사를 통해 기술적 원인 규명과 동종 및 유사한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등을 마련하고 있다.

사고조사를 하다 보면 사고 유형 및 원인은 모두 제각각이지만 기본적인 안전 수칙만 준수했으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가 대부분이다.

올해 필자의 기억에 가장 안타깝게 남아있는 2건의 사고가 있다. 하나는 올해 3월 화물자동차 적재함 상부 1.3m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한 사고이며 다른 하나는 올해 4월 사다리 작업 중 1.9m 높이에서 추락한 사고였다.

두 사고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2m가 채 되지 않는 낮은 높이에서 추락한 사고였으며 돌아가신 작업자 모두 보호구, 즉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고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산업현장에서의 추락 사고는 사망사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앞서 말한 사례처럼 2m 내외의 낮은 높이에서도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사고조사를 하는 동안 내내 ‘안전모만 제대로 착용했더라면 살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추락 사고에서 생사를 가르는 핵심은 머리 부상이다.

바닥이 딱딱한 콘크리트나 시멘트인 산업현장에서는 불과 1~2m 높이에서 떨어지더라도 머리에 가해지는 충격량은 치명적인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산업현장에서 안전모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떨어지는 물체뿐만 아니라 작업 중 추락 시 머리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여 치명적인 손상을 예방하는 최후의 방어선이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 현장에서는 여전히 ‘잠깐이니까’, ‘불편하니까’, ‘나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안전모와 같은 보호구 착용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통계와 사고 사례는 이 안일함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가를 끊임없이 경고하고 있다.

2m 이하의 낮은 높이에서 떨어진 단순 추락 사고가 사망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너무나도 흔하며 앞서 언급한 2건의 사고 역시 이러한 안일한 생각이 불러온 참사는 아니었을까.

이러한 사고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안전모 착용과 같은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 그것이 가장 확실한 재해 예방책이라는 사실이다.

‘안전’은 단발적인 캠페인이나 일회성 단속으로 정착되지 않는다.

기본 수칙 준수는 습관이자 문화가 돼야 한다. 사업주와 관리자, 노동자 모두가 ‘안전은 나부터’라는 인식을 가지고 각자의 자리에서 실천할 때 비로소 진정한 변화가 시작된다. 또 사업주는 교육과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노동자는 자발적으로 보호구를 착용하며 점검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작은 방심이 큰 비극으로 이어지는 것을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이 목격했다. 다시는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작업장 안전은 안전모를 올바르게 착용하는 기본 수칙을 준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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