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광주 청년 창업, 공유숙박 특례는 아직 닿지 않았다

이승환 호남대 호텔컨벤션학과 교수

광남일보 기자 @gwangnam.co.kr
2025년 10월 19일(일) 17:32
이승환 호남대 호텔컨벤션학과 교수
시대의 변화는 청년 창업의 방식에도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대규모 자본 없이도 일상 속 공간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시대, 그 중심에는 ‘공유숙박’이 있다. 특히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광주는 공간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공유숙박 창업의 무대로서 높은 잠재력을 지닌 도시임에도, 여전히 제도적 기회의 바깥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청년 창업의 기회는 넓어졌지만, 제도는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다. 공유숙박이 지역 청년의 현실이 되려면 규제 완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공유숙박 제도는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2012년 ‘관광진흥법’을 통해 도입된 이 업태는 도시지역의 주택 일부를 외국인 관광객에게 임대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도심형 공유숙박의 대표적인 형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내국인은 숙박할 수 없다는 조항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어, 동일한 공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창업자는 한국인 고객을 받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시장이 절반을 포기한 채 사업을 이어가야 하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정부는 이러한 제도적 한계를 완화하기 위해 2019년 ‘ICT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도입했다. 이는 신산업과 신기술의 시장 진입을 촉진하기 위해 기존 규제를 일정 조건 하에 유예하거나 예외를 인정하는 제도이다. 공유숙박 분야에서는 ‘위홈(Wehome)’, ‘미스터멘션(Mr.Mention)’ 등 일부 플랫폼을 통해 서울과 부산에서 내국인 대상 숙박이 제한적으로 허용되었다. 제도적 완화 조치임에도 불구하고 진입장벽은 높고, 적용 지역은 서울과 부산에 한정되어 그 외 지역 청년들에게는 여전히 닿지 않는 현실이다.

2025년 기준 전국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등록 호스트의 70% 이상이 서울과 부산에 집중되어 있으며, 광주는 통계상 확인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문화예술도시로서의 매력을 갖춘 광주임에도 불구하고, 청년 창업자들은 여전히 제도적 기회의 바깥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그러나 광주는 뒤처진 도시가 아니다. 양림동 근대문화마을, 동명동 카페거리, 펭귄마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은 젊은 세대의 발길을 지속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러한 장소들이 공유숙박과 결합한다면 지역 체험 콘텐츠와 로컬협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도시 브랜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하나의 공간이 지역 경제를 순환시키는 허브로 작용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무엇보다 공유숙박은 초기 투자비용이 적고, 플랫폼 시스템을 활용한 1인 창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청년층에게 현실적인 창업 대안이 된다. 최근 숙박 트렌드는 ‘로컬 경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단순 숙박을 넘어 지역 기반의 체험형 숙소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광주가 가진 문화적 자산과도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제도는 지역 청년들에게 동일한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과 부산 외 지역은 여전히 제도적 공백 상태에 놓여있으며, 이는 지역 간 창업 기회의 격차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도는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청년이 공간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려면, 정책 또한 지역의 다양성과 현실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는 공유숙박 규제샌드박스 특례가 서울과 부산을 넘어 전국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광주와 같은 문화 기반 도시가 제도권 안에 포함되어야만 지역 간 불균형이 해소되고, 창업 생태계가 균형을 이룰 수 있다. 청년이 있는 곳에 창업의 기회도 함께해야 하며, 그것이 진정한 지역 균형발전의 출발점이다.

공유숙박은 단순히 여행자를 위한 잠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도시의 공간을 재해석하고, 청년의 삶을 바꾸며, 지역을 살리는 창업 모델이다. 내 방 한 칸에서 시작된 작은 도전이 도시를 연결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대한민국 창업 지도를 새롭게 그려갈 수 있다. 이제 광주의 청년들이 그 가능성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제도가 응답해야 할 때다.
광남일보 기자 @gwangnam.co.kr         광남일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는 광남일보 홈페이지(gwangnam.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gwangnam.co.kr/article.php?aid=1760862775519625129
프린트 시간 : 2025년 10월 19일 22:5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