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로 미래를 여는 기업]임은섭 ㈜신성테크 대표

기술이 사람을 향하다…'정밀의 미학' 의료로 확장
브레이크·조향 부품 기술로 완성차 품질 신뢰 높여
스마트 수액모니터링 ‘아이링거’ 병동 안전 새 표준
산학협력·연구개발 지속…알약 보급 디스펜서 등 확장

송대웅 기자 sdw0918@gwangnam.co.kr
2025년 10월 27일(월) 18:38
임은섭 ㈜신성테크 대표
자동차의 안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부품 하나에서 결정된다.

브레이크와 조향장치처럼 오차가 허용되지 않는 정밀 부품일수록 기술자의 손끝이 품질을 좌우한다.

광주 광산구 진곡산단에 위치한 ㈜신성테크(대표 임은섭)는 이런 ‘정밀의 미학’을 20년 넘게 지켜온 기업이다.

완성차 벨트의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한 이 회사가 이제 병동으로 눈을 돌렸다. 공장에서 다듬은 기술을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영역으로 확장하며 새로운 산업지도에 도전하고 있다.

신성테크의 출발점은 2003년이다. 16년간 국내 자동차 대기업에서 근무했던 임은섭 대표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독립을 결심했다. 자동차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부품 조립에서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목표였다.

회사명 ‘신성’에는 ‘새롭게 완성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설립 초기에는 자동차 부품 납품과 물류대행을 맡았지만 단순 운송이 아닌 정밀조립과 품질검사까지 직접 수행하는 현장형 시스템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현재 신성테크의 주력은 브레이크 시스템과 조향장치 부품이다. 생산 공정에서의 오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조립과 검사를 동시에 수행하는 특허 공정을 도입했다. 부품을 외주로 보내지 않고 현장에서 직접 맞추는 구조로 장거리 이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세 불량을 원천 차단한다. 완성차 라인과 동일한 수준의 품질을 구현하면서도 납기 단축을 실현해 고객사와 신뢰를 쌓았다.

현장에서는 브레이크와 조향장치를 운전자의 ‘감각’을 설계하는 부품이라고 말한다. 그도 그럴것이 나라마다, 운전자마다 선호하는 담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전시회 수상
예를 들어 일본은 가벼운 핸들과 부드러운 제동을, 남미권은 묵직한 조향과 강한 색채감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성테크는 이런 국가별 감성품질을 반영해 조립값을 세밀히 조정하며 차량 특성에 맞는 세팅을 제안한다. 수많은 완성차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공정 정밀도와 유연성이 바로 신성테크의 경쟁력이다.

회사는 창립 이후 꾸준히 설비와 인력을 확충하며 성장 궤도를 그려왔다. 지난해 기준 매출 100억원대, 임직원 40여명, 34개 협력사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광주 진곡산단 본사와 공장은 생산라인과 연구소를 한데 두고 있으며 스마트공장 고도화 사업을 통해 검사 자동화와 불량 예측 시스템을 구축했다. 입고에서 납품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물류 체계를 정착시키며 납품 신뢰도를 높였다.

최근에는 생산라인 내 AI 기반의 센서 계측 시스템을 도입해 조립 데이터의 실시간 분석과 품질 로그화를 추진 중이다. 과거에는 숙련자의 감각에 의존했던 조립값을 수치화해 동일 부품의 편차를 ±0.01㎜ 수준으로 통제한다. 공정 정보는 전산화돼 즉시 피드백되며 모든 납품이 이력을 가진 데이터로 관리된다.

아이링거 적외선 장치
부품 단위의 품질이 아니라 ‘공정 전체의 품질’을 관리하는 구조 역시 신성테크의 힘이다.

‘정밀기술’을 자랑하는 신성테크의 시선은 이제 병원으로 향한다. 자동차 조립에서 다져온 정밀기술을 의료기기로 옮긴 결과물이 바로 ‘iRINGER(아이링거)’ 스마트 수액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수액의 유속과 잔여량, 투여시간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환자의 투여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만든 장치다. 광센서(적외선)가 낙하하는 수액 방울을 감지하고 로드셀 센서가 무게를 측정해 잔여량을 계산한다. 수액이 멈추거나 투여속도가 달라지면 알람이 울리고, 병동 단위로 연결된 시스템이 간호사에게 실시간으로 알람을 전달하는 구조다.

이 장치는 병동 전체를 무선인터넷으로 연결해 각 병실의 투여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의료진이 외부에서도 확인할 수 있으며, EMR(전자의무기록)과 연계해 병원 시스템과의 통합 운영도 가능하다.

회원별 로그인 기능, 자동 로그인·로그아웃, 투여 데이터 기록, 알람 이력 관리 등 세밀한 기능이 탑재돼 있다.

아이링거2
기술력은 국제 무대에서도 인정받았다. 스위스 제네바 국제발명전(2018)과 말레이시아 국제발명전(2023)에서 연속으로 금상을 수상했고, GMP·ISO13485 의료기기 제조 인증을 모두 확보했다.

의료 현장에서의 안전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의료 규격을 철저히 반영한 결과물이다.

물론,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고 임 대표는 말했다.

신성테크가 이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2013년이다. 당시 임 대표는 “가장 위험하지만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인식하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며 수액 관리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환자가 임의로 조절하거나 간호 인력이 놓치는 순간, 과투여나 급사가 발생할 수 있다. 회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 연구기관으로부터 특허를 이전받고 현장에 맞게 다시 설계했다. 10년 넘는 연구개발 끝에 실용화 단계에 이른 지금, iRINGER는 상용화를 앞두고 병원 실증 테스트를 준비 중이다.

의료계 반응도 긍정적이다. 간호 인력 부족으로 인한 관리 공백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병원·요양시설을 중심으로 도입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성테크는 내년부터 시범 공급을 시작해 소형병원 중심의 국내 파일럿 보급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향후에는 해외 시장에도 진출해 스마트병동 플랫폼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신성테크 전경
신성테크는 의료기기 분야의 다음 단계로 ‘인지장애 환자용 자동 알약 디스펜서’를 개발하고 있다. 약 복용 시간을 스스로 인지하기 어려운 고령자나 경증 치매 환자를 위해 약 복용 시간이 되면 약을 자동으로 배출하고 미복용 시 음성으로 알림을 제공하는 장치다.

이미 프로토타입(시제품)이 완성돼 연내 연구개발 마무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의 또 다른 강점은 사람 중심의 경영이다.

아이링거
신성테크는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위해 학사·전문학사·대학원 등록금을 지원하고 사내 기숙사와 아침식사 제공, 청년내일채움공제 참여 등 실질적인 복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때문에 임직원의 장기 근속률이 높다. 배우고 성장하는 조직만이 기술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임 대표의 철학이다.

지역 대학과 산학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전남대학교,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과 협약을 맺고 인턴십·공동연구를 운영하며 청년 기술인력 양성에도 힘을 쏟는다.

임직원의 상당수가 연구·기술직으로 구성돼 있으며, 매출의 20%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지역 산업단지 내 중소기업이 기술기반으로 생존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처럼 20여년간 자동차 부품 산업에서 다져온 정밀조립 기술이 이제 의료현장의 안전기술로 이어지고 있다. 브레이크의 0.01㎜ 오차를 잡던 기술이 수액 한 방울의 안전을 지키는 시스템으로 진화한 것이다. 제조업의 기술이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는 기술로 확장된 셈이다.

임은섭 신성테크 대표는 “자동차든 의료기기든 결국은 사람에게 이로운 기술이어야 한다”며 “정밀한 기술이 모여 안전을 만들고, 그 안전이 결국 기업의 신뢰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신성테크 자동차 생산 주요 품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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