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로 미래를 여는 기업]㈜윙스

AI가 연 언어재활의 새 길…코로나 세대 말문 트다
원격학습 앱 ‘말이랑’ 개발 손쉬운 발음 훈련 지원
사회복지-공학 융합…음성인식·발화자 구분 기술
다문화·시니어까지 기술 확장…해외 진출 준비도

수도권 중심의 에듀테크 산업에서 광주 청년이 주도한 AI 기반 언어재활 기업이 투자와 기술 검증을 동시에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윙스의 성장은 단순한 기업 스토리를 넘어, 지역 기술창업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꼽힌다.최진영 대표는 “언어발달 문제는 가정의 노력만으
2025년 11월 11일(화) 18:29
최진영 ㈜윙스 대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장기화된 마스크 착용은 영유아의 언어·정서 발달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입 모양과 표정을 보며 배우는 시기에 시각적 자극이 차단되면서 또래보다 말이 늦은 아동이 크게 늘었다.

이 같은 사회문제에 기술로 접근한 청년 창업가가 있다. 최진영 대표(31)가 이끄는 ㈜윙스(Wings)는 언어발달 지연 및 장애로 재활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일상으로의 복귀를 돕는 ‘날개’를 달아주는 에듀테크(EduTech) 기업이다.

에듀테크는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통해 교육의 효과를 높이는 산업 분야다. 최근 원격 학습과 비대면 교육이 일상화되면서 디지털 기술이 교육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역할이 커지고 있다. 윙스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언어재활 영역의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2023년 4월 창업했다.

핵심 제품은 AI 기반 언어재활 앱 ‘말이랑(malirang)’이다.

㈜윙스의 ‘말이랑’을 사용중인 어린이의 모습
‘말이랑’은 아이가 말하는 음성을 인식해 발음의 정확도와 오류 유형을 분석하고 아동별 취약 음소를 중심으로 맞춤형 훈련 콘텐츠를 제공한다. 언어재활사가 수행하던 발음 분석·기록 과정을 자동화해 전문가의 업무 효율을 높이고, 가정에서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로 손쉽게 재활 연습을 이어갈 수 있다.

‘말이랑’은 기술의 단순한 전환이 아닌 ‘접근성’의 문제를 해결한다. 언어재활센터 방문을 꺼리는 부모가 많고, 비용이나 거리 문제로 정기 방문이 어려운 가정이 많다. 윙스는 가정용 앱을 통해 초기 테스트부터 반복 훈련까지 지원하며 재활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돕는다. AI는 아이의 발음 데이터를 축적해 음운 오류 패턴을 학습하며 반복 사용으로 개인 맞춤 정확도가 지속적으로 향상된다.

회사는 음성인식 엔진을 자체 개발하며 발화자 구분 기능을 정교화했다. 초창기에는 보호자 목소리가 함께 녹음돼 결과가 왜곡되는 사례가 있었지만 이후 보호자 음성을 감지하고 자동으로 재녹음을 요청하는 UI를 추가해 문제를 해결했다. 이 과정에서 확보된 아동 발음 데이터는 비식별화 과정을 거쳐 연구용으로 축적되며 향후 언어 인공지능 모델의 학습 정확도를 높이는 기반이 된다.

‘말이랑’의 또 다른 특징은 흥미 유발형 학습 콘텐츠다. 단순한 음성 테스트가 아니라 캐릭터와 게임 요소를 결합해 아이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설계됐다. ‘사과’, ‘자동차’ 등 친숙한 단어를 따라 말하면 캐릭터가 반응하고 인공지능이 발음 정확도를 평가해 스스로 다시 시도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 같은 구조는 아동의 ‘발화 동기’를 강화해 반복 훈련의 지속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AI 음성청진기 기반 진단 기술을 갖춘 말이랑
이 같은 기술은 단순히 편의를 높이는 수준을 넘어 ‘데이터 기반 치료의 표준화’라는 변화를 예고한다. 기존 언어재활은 치료사 개인의 경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발음 오류나 진척 정도를 객관적으로 수치화하기 어려웠다. 윙스는 인공지능을 통해 발음의 정확도, 음운 패턴, 훈련 빈도 등을 수집해 정량적 지표로 제시함으로써 언어재활의 새로운 평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또 윙스의 기술은 의료와 교육의 경계를 잇는 융합 영역에서도 의미가 크다.

단순히 장애 아동을 위한 기능 보조 도구를 넘어, 일반 아동의 발음 교정·언어 성장 관리에도 활용될 수 있는 확장성이 있다. 회사는 이를 ‘발화 중심 AI 학습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언어 습득 전 과정을 포괄하는 솔루션으로 진화시킬 계획이다.

윙스는 현재 광주 동구,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등과 협력해 ‘말이랑’의 공공 납품을 추진 중이다. 특히 지역 다문화가정 아동을 대상으로 한 발음 개선 실증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언어 다양성과 사회적 포용성을 함께 실험하는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 광주·전남권 스타트업 중에서도 드물게 공공기관과 민간기관의 동시 검증을 거치는 사례다.

회사 내부에는 사회복지사 출신, 언어재활사, 엔지니어, 디자이너 등 다양한 전공의 인재가 함께 일한다. 기술 중심 스타트업이지만 ‘데이터보다 사람’을 강조하는 문화가 뿌리 깊다. 분기마다 운영되는 사내 멘토링 세션에서는 외부 교수진과 함께 제품 개선 방향과 임상 적용성을 검토한다.

최 대표는 “좋은 기술은 결국 좋은 일터에서 나온다”는 원칙 아래 구성원 간 수평적 소통과 복지를 강조하고 있다.

창업 초기, 최 대표는 전국의 언어치료학과 교수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협업을 제안했다. 이 같은 각고의 노력을 바탕으로 다문화가족센터와 특수학교에서 실증 테스트를 진행했다.

㈜윙스와 광주남구가족센터가 고도화된 교구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말이랑’의 기술력은 언어재활사의 수작업 보고서를 자동화하는 영역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아동의 녹음 기록, 세션별 진척률, 발음 교정 내역 등이 데이터화되면서 재활사의 행정 업무를 크게 줄였다. 향후에는 누적 데이터를 활용해 개별 아동의 성장 추이를 시각화하는 ‘언어 성장 리포트’ 기능도 도입할 계획이다.

또 시니어 세대의 언어·인지 훈련 분야로 기술 확장을 모색 중이다. 장기적으로 치매 예방과 고령층 발성 훈련 등 노년층 대상 솔루션으로 시장을 넓힐 계획이다. 이 같은 접근은 아이에서 어르신까지 아우르는 ‘평생 언어재활 플랫폼’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열고 있다.

이와 함께 윙스는 지역 청년 창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광주 지역 대학생 출신 창업기업으로, 창업 단계에서부터 지역 테크노파크와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멘토링을 거쳐 성장했다.

최 대표는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지역 아동의 언어 문제를 직접 목격한 경험을 창업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사회적 약자를 기술로 돕겠다’는 목표는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닌, 청년 세대의 사회적 실천이다.

윙스는 현재 지역 기술지주 등 협업을 통해 후속 투자를 확정했으며 AI 음성인식 엔진의 정밀도 향상과 함께 다국어 음성 데이터 확보를 위한 국제 공동연구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2026년까지 아시아권 언어 특성을 반영한 버전을 선보일 계획이다.

수도권 중심의 에듀테크 산업에서 광주 청년이 주도한 AI 기반 언어재활 기업이 투자와 기술 검증을 동시에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윙스의 성장은 단순한 기업 스토리를 넘어, 지역 기술창업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꼽힌다.

최진영 대표는 "언어발달 문제는 가정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기술이 보조재로 작동해야 한다"며 "아이와 부모, 그리고 언어재활사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 누구나 집에서 시작하고, 전문가와 함께 완성하는 재활 플랫폼이 윙스의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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