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세평] 정년 연장 논쟁, 이젠 ‘찬반’보다 ‘설계’문제

박병진 금구초 교장·교육학박사

광남일보@gwangnam.co.kr
2025년 11월 12일(수) 17:23
박병진 금구초 교장·교육학박사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2033년까지 법정 정년을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법안을 연내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우리 사회는 다시금 ‘정년 연장’ 논쟁의 열기 속으로 들어섰다.

이번 논의는 단순히 노동계와 경영계의 이해관계를 넘어, 여야 간 정치적 견해차와 세대 간 갈등, 재정 문제 등 복잡한 사회적 변수를 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혼란 속에서도 정년 연장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급속한 고령화,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숙련 인력의 부족이라는 현실은 결국 노동시장 구조의 재설계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인가’다.

임금 체계, 고용 방식, 직무재설계 등 구체적 해법이 포함된 사회적 타협이 불가피하다.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교직을 중심으로 한 정년 연장 시나리오를 생각해 본다.

교육 현장은 조직의 안정성이 높지만, 세대 간 인력 교체가 가장 민감하게 작용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정년이 연장된다면 가장 먼저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임금 체계다.

교직을 포함한 대부분의 공공부문은 여전히 호봉제 중심의 임금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연령과 근속연수에 따라 급여가 상승하는 이 구조는 정년이 65세로 늘어날 경우 재정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결국 ‘고통 분담 없는 정년 연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가 공무원 정년 연장을 검토하면서 동시에 호봉제개편을 병행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년 연장과 함께 임금피크제나 이에 준하는 급여 보정 방식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일정 연령 이후 급여 인상 속도를 완화하거나 일정 비율로 조정하는 방안이다.

현재 기간제 교사에게 적용되는 ‘14호봉 제한’ 제도와 유사하게, 세대 간 부담을 완화하고 재정적 균형을 맞추려는 취지다.

또한 정년 연장은 단순히 근속 기간의 연장이 아니라 노동시장 구조 전반의 재편을 의미한다.

‘정년은 유지하되, 정년 이후 재고용 계약을 확대하는 방식’이 현실적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교직에서도 정년 이후 희망자에 한해 기간제 교사나 시간제 강사 등 계약직 형태로 재고용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이는 숙련 교사의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하면서 개인의 선택에 따라 만65세까지 근무할 기회를 제공하는 유연한 방식이다.

그러나 계약직 신분의 불안정성과 청년층 일자리 위축이라는 부작용이 불가피하다.

정년 연장이 청년 고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교직뿐 아니라 민간 부문에서도 동일하게 제기되는 구조적 문제다.

결국 정년 연장은 단순한 고용 정책이 아니라 세대 간 사회 계약의 재조정에 가깝다.

청년 고용, 재정 부담, 고령화 대응, 근로자 권익 등 다층적인 이해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의 요구만 반영한 일방적 추진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사회 각계의 자율적 논의와 폭넓은 사회적 합의가 병행돼야 한다.

우리가 직면한 과제는 단순히 ‘정년을 늘릴 것인가’가 아니라 ‘새로운 고용 질서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다.

고령자와 청년, 공공과 민간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 해법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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