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년만에 돌아온 김건모 "멋지게 늙은 영감 돼 항상 여러분 곁에" ‘핑계’에서 ‘잘못된 만남’까지 32년 히트곡 망라…관객에 큰 절 ‘내 가슴 속 하고픈 말들을 이제서야 말해요 /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어요 / 우리의 사랑이 지쳐있을 때 / 나만을 믿어준 그대 때문에 / 견딜 수 있었어요.’
연합뉴스@yna.co.kr |
| 2025년 11월 16일(일) 00: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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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김건모 9월 부산 콘서트[아이스타미디어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
가수 김건모는 15일 오후 경기도 수원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국투어에서 마무리 인사로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댓글에 신경 쓰지 않고 살겠다”며 오랜만에 팬들 앞에 다시 선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이 자리는 김건모가 지난 2019년 활동을 중단한 지 6년 만에 가요계 복귀를 알린 전국투어의 수도권 공연이었다. 지난 9월 부산에서 성황리에 복귀 신고식을 치른 그는 지난달 대구 공연에 이어 이날 수원을 찾았다.
김건모는 약 2시간 30분에 걸친 이번 공연에서 지난 32년 동안 내놓은 히트곡을 망라하며 자신의 음악 여정을 정리했다. 재즈, 솔, 발라드, 댄스, 레게 등을 아우르는 빼어난 가창력,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흥겨운 음색, 넉살 좋은 입담은 긴 공백에도 녹슬지 않고 여전했다.
이날 공연은 무대 뒤 LED에서 지난 공백을 암시하는 듯한 영상 메시지로 시작됐다.
그는 이 영상 속 자막 메시지를 통해 “하얀 여백이었을까, 깊은 어둠이었을까 살면서 때로 멈추게 된 그 순간들은. 어떻든 우린 그냥 가면 돼 다시”라며 “이번에 찍는 건 ‘쉼표’가 아니라 ‘마침표’가 될 것”이라며 활동 재개와 투어 완주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이후 첫 무대부터 1990년대 전국을 들썩이게 한 메가 히트곡 ‘핑계’와 데뷔곡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가 흘러나오자 장내는 6년의 공백이 언제 있었냐는 듯 순식간에 함성과 함께 열기로 달아올랐다.
김건모는 트레이드마크 같은 동그란 알의 선글라스에 짧은 머리로 흥이 넘치는 목소리와 애드리브를 들려줬다. 무대 좌우를 오가는 그의 움직임과 제스처에는 노련한 여유가 넘쳤다. ‘핑계’를 부를 때는 1993년 활동 당시처럼 춤을 추는 여성 댄서 한 명과 짝을 이뤄 무대를 꾸며 관객을 추억 속으로 안내했다. 객석 곳곳에서는 ‘기다렸어요 건모 오빠’ 같은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고, 한편에서는 “오빠!” 하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김건모는 “푹 쉬다가 5년쯤 됐을 때 ‘아 이제 (복귀할) 때가 됐구나’ 했는데 광고에서 ‘홍삼은 6년’이라길래 1 년 더 푹 쉬고 아주 잘 좋게 나타난 김건모”라고 익살스럽게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앞서 부른 ‘핑계’ 등을 언급하며 “방금 정말 신나는 곡을 들으셨는데도 불구하고 한 분도 일어나는 사람 없이 질서를 지켜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신나는 곡이 많이 준비돼 있는데”라고 너스레도 떨었다.
김건모는 이어 라이브 밴드와 합을 맞춰 ‘냄새’, ‘바보’, ‘사랑이 날 슬프게 할 때’, ‘당신만이’ 등 가을에 잘 어울리는 서정적인 노래를 이어갔다. 그는 음과 음 사이를 여유롭게 노니며 오랜만의 무대를 즐겼고, 색소폰 등 풍성한 브라스 사운드는 어느 재즈 바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
‘짱가’, ‘스피드’, ‘사랑이 떠나가네’로 장내의 공기가 또다시 신나게 바뀌자 관객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손뼉을 치며 몸을 흔들었다.
그는 2부에서는 흰 재킷을 입고 피아노를 치며 등장해 ‘아름다운 이별’, ‘미련’, ‘미안해요’ 등 발라드 히트곡을 내리 들려줬다. 노련한 보컬이 돋보인 ‘서울의 달’의 곡조에서는 삶의 쓸쓸함과 고달픔이 퍽 잘 묻어났다.
김건모는 이날 관객과의 소통에도 공을 들였다. 결혼한 지 10년 된 부부를 무대 위에 앉히고서 ‘미안해요’를 이들의 이름을 넣어 개사해 부르기도 했다.
그는 관객과 이야기를 나눌 때는 특유의 입담을 발휘했지만, 노래가 시작하면 180도 다른 진지한 표정으로 목에 핏대를 세우며 고음을 쏟아냈다. ‘나는 노래하고 싶어요 스티비 원더 비지스처럼 노래할래요’라는 가수의 꿈을 그린 ‘마이 선’(My Son) 가사가 이날따라 더욱 진솔한 고백처럼 다가왔다.
김건모는 자신의 최대 히트곡 가운데 하나인 ‘잘못된 만남’에 이어 ‘내게도 사랑이’, ‘빗속의 여인’, ‘사랑합니다’를 앙코르로 선보였다. 마지막 곡을 마치고 벅찬 표정으로 장내를 빼곡히 채운 관객을 향해 ‘큰 절’로 고마움을 표현했다.
김건모가 6년의 침묵을 깨고 나온 이 순간, 공연을 마무리하는 ‘사랑합니다’의 노랫말은 긴 여운을 남겼다.
‘내 가슴 속 하고픈 말들을 이제서야 말해요 /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어요 / 우리의 사랑이 지쳐있을 때 / 나만을 믿어준 그대 때문에 / 견딜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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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 속 하고픈 말들을 이제서야 말해요 /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어요 / 우리의 사랑이 지쳐있을 때 / 나만을 믿어준 그대 때문에 / 견딜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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