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주택 공급 정책에 주택관리 정책은 없다

서금석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광주시회장

광남일보@gwangnam.co.kr
2025년 11월 18일(화) 18:38
서금석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광주시회장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에 주택관리 정책은 없다. 주택 정책에 주택을 관리하는 전문가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았다. 집을 지어 공급하는 정책은 중요하다. 주택 공급은 안정적이어야 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주택 시장의 안정을 충분한 공급에서 찾고자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착각하기도 쉽다. 주택의 공급이 곧 주택 정책이라는 마치 ‘등가교환’ 같은 법칙이 생겨버렸다. 중요한 것은 주택에서 사는 사람들이 오래도록 행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집을 잘 지어야 한다.

주택법 제1조를 보면 ‘쾌적하고 살기 좋은 주거환경 조성에 필요한 주택의 건설·공급 및 주택시장의 관리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국민의 주거안정과 주거수준의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주택법은 주택의 건설·공급 및 주택시장의 관리 등에 관한 사항을 정의하고 있다. 그 목적은 국민의 주거안정과 주거수준의 향상에 이바지해야 한다. 그리고 주택의 건설·공급 및 주택시장의 관리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하는 데는 쾌적하고 살기 좋은 주거 환경 조성에 필요해야 한다.

이를 다시 추려보면 정부의 개입에 의한 주택 공급 정책과 시장 관리 조건은 ‘쾌적하고 살기 좋은 주거 환경 조성’이다. 그리고 ‘국민의 주거안정과 주거수준의 향상’에 방점이 찍혀 있다. 정부는 적기에 충분한 주택을 공급해야 할 책임이 있다. 국민의 주거안정과 주거수준의 향상은 주택의 건설·공급 및 주택시장의 관리에 앞서, 쾌적하고 살기 좋은 주거 환경 조성에 있다. 바로 ‘주택관리’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집을 짓는다’가 아니라 ‘집을 잘 짓는다’가 돼야 한다. 주택 정책에서 공급과 관리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 밑그림은 ‘공급 확대에 무게를 둔 수요 억제’에 있다. 수요 억제만을 통해서는 청년·신혼·무주택자에게 실질적인 기회를 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8일 발표된 정부의 5년간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의 주요 골자는 이렇다.

첫째 2030년까지 수도권에 연간 27만가구, 총 135만가구를 착공한다. 둘째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직접 시행자로 나서는 공공 주도 방식이다. 셋째 노후 공공임대주택 및 유휴 부지를 활용하는 등 도심 재정비 및 민간 참여를 통한 다양한 공급 방식을 택했다. 넷째 수요 억제 및 시장 감독의 강화이다.

주택 공급에 따른 정부 정책 어디에도 ‘주택관리’ 정책은 없다. 여전히 집 짓는 데만 자본과 제도와 정책이 집중됐다. 집을 짓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사람들이 집에서 살아가는 시간이 훨씬 길다. 주택관리의 시선은 설계부터 아예 끼어들 수가 없다. 단적으로 설계에서 시공에 이르기까지 관리자와 그곳에서 살아야 할 사람들의 바람이 충분히 반영됐다면 부실시공을 미연에 막아낼 수 있었다.

주택관리제도 목적은 건축물의 장수명화에 있다. 그리고 ‘국민의 주거수준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지난 2015년 8월 공동주택관리법이 제정됐다. ‘국민의 주거수준 향상’이라는 주택 공급의 목적과 주택관리의 목적은 같다. 건축물의 장수명화와 주거수준의 향상은 ‘집을 잘 짓는다’에서 출발한다. 문제 많은 주택을 잘 관리할 수 없다. 만약 하자로 범벅이 된 주택을 청년·신혼·무주택자에게 공급한다고 한다면, 이는 ‘쾌적하고 살기 좋은 주거환경’을 누려야 할 권리를 빼앗는 것과 같다.

2022년 2월 광주 화정동 아파트 신축 공사 중 아파트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희생자들이 생겼다. 아직 양성되지도 않았는데, 그 위에 다시 콘크리트 타설이 이뤄졌다. 안전 불감증 탓이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만연된 작업 행태는 향후 ‘관리’를 무시한 작업이었다. 그곳에서 살아갈 사람들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아파트를 짓는 많은 현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비록 무너지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건축물의 시멘트가 흘러 내려 지어진 아파트는 심각한 하자로 남았을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 주택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떠맡는다.

주택 정책의 효능감은 ‘적시성’에서 드러난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공급량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시장 관리를 통한 주거 안정의 과녁은 ‘삶의 행복 지수’에 있어야 한다. 주택이 없는 사람에게 주택을 제공하는 정책이 틀렸다는 얘기가 아니다. 주택법 제1조 쾌적하고 살기 좋은 주거환경 조성과 주거수준의 향상이 ‘집에서 사는 것’과 ‘집에서 잘 사는 것’ 중, 어디에 주목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정부가 발표한 주택 정책에서 주택 공급만 있고, 주택관리는 없다. “국민의 주거수준 향상”이라는 공동의 목적을 이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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