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도 추운데 물량 줄고 가격까지 하락…"생계 막막" /새벽 칼바람에 폐지 줍는 어르신들/
엄재용 인턴기자 djawodyd0316@gwangnam.co.kr |
| 2025년 11월 21일(금) 18: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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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오전 8시 광주 동구의 한 고물상에 노인들이 새벽부터 주운 폐지를 리어카에 담아 찾아 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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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이른 아침부터 노인들이 리어카를 끌고 폐지를 줍고 있다. |
폐지를 수거해 생계를 이어가는 고령층의 생활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경기침체와 자영업 불황으로 ‘주울 폐지’ 자체가 줄어든 데다 매입 단가마저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하루 수입이 국밥 한 그릇 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20일 오전 7시께 찾은 광주 동구의 한 고물상. 매서운 ‘칼바람’ 속에서도 폐지를 실은 수레와 리어카가 끊임없이 들어섰다. 이 고물상에는 비가 오는 날을 제외하면 평일 기준 하루 30~40명의 고령층이 꾸준히 폐지를 반입한다. 날씨가 추워도 이른 새벽부터 어르신들이 몰리는 이유는 새벽에 나가야 조금이라도 더 폐지를 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폐지 매입 단가는 ㎏당 50원. 이날 리어카를 끌고 온 김모(93)씨가 내려놓은 폐지는 150㎏. 성인 남성 2명 몸무게에 해당하는 양이었지만 손에 쥔 돈은 고작 7500원이었다. 그는 전날부터 하루 종일 동네를 돌아다녔지만 수입은 1만원에도 못 미쳤다. 시내 국밥집 한 끼가 1만원을 훌쩍 넘는 상황을 감안하면 ‘끼니 해결’조차 부담되는 셈이다.
김씨는 “요즘은 동네에서 박스를 찾기가 정말 어렵다”며 “가게 문 닫는 데도 많고, 문을 열어도 물건이 안 팔리니 박스가 예전만큼 나오질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가끔 주민들이 따로 모아둔 폐지를 건네줄 때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고 말했다.
이날 고물상을 찾은 박모(78)씨도 “폐지를 수거한 지 13년째인데 이제 리어카 무게가 버겁다”며 접이식 수레로 하루 3~4차례 이곳을 찾는다. “다른 일을 구할 수 없으니 폐지를 계속 줍는다”는 그는 “가격은 해마다 내려가고 물량도 줄어 이제는 하루 벌이가 1~2시간 시급에도 못 미친다”고 토로했다.
폐지가격 하락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순환자원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전남지역 폐지(신문지 기준) 가격은 127.5원으로 올해 1월(162원) 대비 약 27% 떨어졌다. 같은 기간 골판지 가격도 128.3원에서 85.3원으로 급락했다. 코로나19 이후 물류 증가로 일시적으로 올랐던 폐지 수요가 둔화된 데다, 글로벌 제지 제조업 불황이 장기화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폐지 배출량 감소도 고령층 소득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골목 상권 침체로 박스 발생량이 줄면서 폐지를 줍는 노인들 사이 경쟁까지 치열해졌다. 한 수거자는 “예전에는 오전에도 박스를 제법 찾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새벽이 아니면 아예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고물상 업주 이경찬(52)씨는 “폐지를 가져오는 분들 대다수가 생계형이라 하루 반입량이 줄면 바로 생활비가 부족해진다”며 “가격도 오를 기세가 없고 물량도 줄어 상황이 갈수록 더 나빠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폐지 수거가 고령층의 대표적인 생계 수단임에도 구조적 시장 변화로 소득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대체 소득원 발굴과 지역 맞춤형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한 복지기관 관계자는 “폐지 수거는 고령층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노동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경기 문제로만 볼 수 없다”며 “최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공공근로, 돌봄 연계형 일자리 등 지역 기반의 보완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엄재용 인턴기자 djawodyd0316@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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