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의 풍경 담은 사진에 마음 속 시의 언어 얹어"

■두번째 디카시집 ‘괜찮아’ 출간한 정순애 작가
따스한 눈길로 바라본 세상 재해석 ‘위로’ 독자들에 전파
4부 구성 120편 넘는 사진·시 수록…30일까지 사진전도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2025년 11월 21일(금) 18:48
전시장 앞에서 포즈를 취한 정순애 작가
전시전경
사진작가로 출발했지만 꾸준하게 사진과 시(詩)의 접목을 시도해온 정순애 작가(그린출판기획 대표)가 2021년 첫 시집 ‘바람에 흔들리고 비에 젖어도’를 펴낸 이후 4년만에 디카시집 ‘괜찮아’(그린출판 刊)를 펴냈다.

첫 시집이 순수한 감성과 감각으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굴절된 삶의 형태를 표현했고,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삶의 길을 잃고 피폐해진 몸과 마음을 위로하고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은 마음을 매개체로 표현했다면, 이번 디카시집은 ‘마주 보는 따스한 눈길 너의 마음이 보인다’는 부제로 갈수록 각박해지고 있는 물질만능의 시대, 인스턴트화돼 가는 일상으로 인해 삶이 늘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더라도 ‘괜찮다’라는 위로를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시집은 위로에 방점을 찍고 있는 만큼 작가의 섬세한 문체가 발현된다. ‘괜찮아’는 위로를 모토로 작가가 스스로와 독자들에게 전하는 속삭임처럼 이해된다.

작가는 사진과 짝을 맞춰 쓴 시들에서 ‘오늘은/속내음 훌훌 벗어 버리고/푸른 하늘 아래 움켜쥔 버거움도 놓고/마음대로 미쳐본다/노란 웃음 와르르 쏟아질 때까지’(‘무아지경’ 전문)라거나 ‘눈 뜨기 바쁘게/재잘거리는 시간/갇힌 한 영혼 구하려/파아란 창문 열어/날개짓 퍼득이게 한다’(‘그리움의 저편’ 전문), ‘작은 마음 하나/가슴 꽃 피운다/그 누구에게도 보여 주지 않고/가끔씩 바람결에 떨림 감춘 채/널 기다리며 사랑 품고 맴돈다’(‘수줍음’ 전문)고 각각 노래한다. 기발한 감각에 기대기보다는 평범한 듯한 감각을 통해 속으로 파고드는 울림과 휘발유같은 감각의 소모보다는 긴 여운을 안겨주는 시풍을 구사한다.

작가의 디카시들은 자신이 겪는 극한의 어려움 속에서 소중한 대상을 향한 여정을 묘사하고 있는 한편, 다양한 감정과 경험을 함유하고 있다. 작가의 디카시들 역시 사람을 향한 그리움과 기다림, 그리고 위로의 말을 주요 주제로 다루고 있다. 이는 종종 고통스럽고 흔들리는 감정으로 표현되는가 하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쌓이는 생각과 자기 위안의 과정을 보여주며 지나온 아픔과 변치않는 추억에 대한 성찰도 포함하고 있다. 결국 꾸밈없는 그리움은 물론이고 사랑의 본질과 더불어 새로운 설렘과 희망을 맞이하는 긍정적인 기대감을 담아내고 있다는 풀이다.

전시전경
이번 디카시집은 ‘봄-낯선 설렘들과 나란히 소풍간다’, ‘여름-그리움에 젖어 서 있는 애처로움이 우산 받쳐 준다’, ‘가을-기다림 태우며 아픈 가슴 토닥토닥 안는다’, ‘겨울-그 자리 그곳에서 기다림 배우며 서 있다’ 등 사계로 나눠 4부로 구성됐으며, 120편이 넘는 사진과 시 작품이 실렸다.

작가는 머리말을 통해 “사진은 눈으로 보는 숨겨진 예술이지만, 시는 마음으로 읽는 고백이다. 사진 한 장이 말하지 못한 숨결을, 시가 대신 속삭이기를 바란다”면서 “토닥토닥 ‘괜찮아’라는 말을 여러분께 건네고 싶어 엮었다. 살아가는 길에서 혹시 주저앉고 싶을 때, 잠시 이 책을 펼쳐 사진 한 장을 바라보고, 짧은 시 한 줄을 읽어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 순간 마음 속 어딘가에 조용히 스미는 온기가 있다면, 그것만으로 이 시집은 제 역할을 다한 것”이라며 “삶은 늘 완벽할 수 없다. 때론 흔들리고, 때론 젖으며, 때론 부서지듯 힘겨운 시간을 지나간다”고 덧붙였다.

정순애 작가는 사진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 다방면에서 재능을 펼쳐 보이고 있다. 개인전 3회와 단체전 300여회에 출품했으며 광주시미술대전 최우수상과 특선 3회를 비롯해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공예사진대전 우수상, 디카시공모전 최우수상 등 다수 수상경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는 사진분야에서 한국사진작가협회 광주지부 부지회장과 빛고을사진문화포럼 이사 및 포아트사진동호회 회장 등을, 미술분야에서 한국미술협회 회원 및 추천작가 등을, 문학분야에서 광주문인협회와 광주시인협회 회원 등을, 기타분야에서 국제로타리3710지구 광주상무로타리클럽 회장 등을 각각 역임했다. 그는 2011년 월간 ‘문학공간’ 시부문 신인문학상 수상으로 문단에 데뷔, 사진 솜씨 외에 글솜씨도 뽐내고 있다.

정순애 디카시집 ‘괜찮아’ 표지
정순애 작가의 사진과 디카시 ‘보고파’
이와 함께 디카시집 출간에 맞춰 근래 사진 25점을 출품한 사진전이 지난 17일 개막 오는 30일까지 동구 금남로 2가 소재 ACC 디자인호텔 1층 갤러리에서 열린다.

작가는 전시 노트를 통해 “사진을 찍고 그 내용을 5행 이내 쓴 짧은 시를 디카시라 하는데, 눈앞의 풍경을 담은 사진과 함께 그 순간 제 마음 속에서 흘러나온 시의 언어를 얹었다. 그렇게 사계절을 따라 걸으며 삶의 희로애락을 디카시로 풀어냈다”고 전했다.

전시에는 실제 사진 작품과 그 작품에 걸맞는 짧은 시가 함께 전시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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