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사용한 마을 진입로, 원상복구 명령 ‘논란’

담양 대전면 대치리…군 "토지 지목은 ‘밭’ 농지법 위반"
70여세대 주민들 "군이 오수관로 설치…도로 유지해야"
대법 판례 무시·공익적 판단 외면…수억원 혈세 낭비 우려

윤용성 기자 yo1404@gwangnam.co.kr
2025년 11월 25일(화) 19:11
“70년 넘게 사용된 마을 진입로를 없앤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전남 담양군이 70여년 간 마을 진입로로 사용돼 온 토지에 대해 ‘지목이 밭(전)’이라는 이유로 원상복구 명령을 내리면서 주민들과 토지 소유 기업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군이 실질적 공익보다 형식적 절차에 얽매여 선택적 행정을 하고 있다는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25일 담양군에 따르면 군은 지난달 27일 대전면 대치리의 폭 10m, 길이 70m 규모의 도로 토지(998㎡)를 소유한 A기업에 ‘농지 불법전용에 따른 원상회복 명령’을 통지했다. 해당 토지가 지목상 ‘밭’으로 돼 있음에도 도로 포장이 이뤄져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 토지는 수 십 년 동안 마을 주민들의 생활도로로 활용돼 왔다. 인근 공장과 비닐하우스, 70여 세대 주민들이 이동하는 유일한 진입로로 사용해 오고 있으며, 그동안 단 한 번도 경작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지리정보원 항공사진에서도 오래전부터 뚜렷한 도로 형태가 확인된다.

특히 이 도로에는 담양군이 자체 설치한 우수·오수 관로가 매립돼 있어 사실상 농지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A기업은 군의 요청을 받고 도로 포장 공사를 추진하기 위해 수억 원을 들여 토지를 매입한 뒤 용도변경을 준비해 왔다. 당시 군은 “토지 매입 후 용도변경을 신청하면 포장이 가능하다”며 간이 포장도 안전상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담양군이 돌연 입장을 번복해 원상복구 명령을 내리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주민들은 이 같은 조치가 외부 민원인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정작 민원을 낸 이들 가운데 해당 도로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도로를 실제로 이용하는 70여세대 마을 주민들은 최근 군수에게 ‘마을 진입로 개설 요청’ 주민서명서를 제출하며 도로를 유지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원의 판례 역시 군의 판단과 거리가 있다. 2009년 대법원, 2015년 대구지법, 2016년 대전고법 등은 “지목이 ‘전’이라도 장기간 도로로 이용된 토지는 농지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한 바 있다.

만약 군의 원상복구 명령대로 흙을 다시 메우고 농지 형태로 되돌린다면, 군이 직접 매설한 관로의 이설 공사까지 필요해 최소 10억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대치리 주민 B씨는 “아버지 세대부터 사용해 온 도로를 이제 와서 흙으로 다시 덮으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주민 편의를 높이겠다던 군이 오히려 불편과 예산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관련, 담양군 관계자는 “해당 토지가 도로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로 파악된다”며 “올해 농지법 개정 이후 중앙 부처에 소급 적용 여부를 문의한 결과 ‘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아 절차대로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농지법 위반 여부만 판단한 것이며, 공익적 필요성 등 다른 판단은 행정심판이나 소송을 통해 결정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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