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작가들의 예술사유…미래미술 ‘빛’ 밝힌다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 내년 2월까지 하정웅미술관서
광주 김자이·대전 강철규·대구 장미·경기 최지목 작가 등
휴식의 기술 천착…"서로 안부 물으면서 감상하길" 밝혀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2025년 11월 28일(금) 16:17
‘제25회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에 출품한 최지목·장미·김자이·강철규 작가(왼쪽부터)가 지난 18일 전시작품 설명을 한 뒤 입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저마다 처한 상황과 환경으로부터 깊은 예술적 고뇌와 성장을 고민해온 청년작가들의 예술적 현주소를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고뇌나 성장하면 민중과 리얼리즘 미학을 언급할 수 있겠지만 이들 청년작가들은 자아와 심리, 우울과 위로, 대상에 대한 시각과 자각, 파편화된 휴식들의 양상 등이 놓인 사이와 안팎, 경계의 안팎을 감성과 사유로 현미경같은 조망을 통해 예술적 깊이를 더하기 위해 노력을 펼쳐왔다.

광주의 김자이 작가를 비롯해 대전의 강철규, 대구의 장미, 경기의 최지목 작가 등 제각기 사는 곳이 다른 4명이 주인공들로 광주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올해 스물다섯번째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에 뽑힌 작가들이다. 이들이 지난 18일 개막, 2026년 2월 15일까지 하정웅미술관에서 진행되는 ‘빛2025’전에 출품했다. 하정웅 명예관장의 메세나 정신을 기리고 청년작가 발굴과 육성을 위해 2001년에 시작된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에 부합되는 작가들이다. 이들은 쉽게 관문을 통과해 전시에 참여한 것이 아니다. 서울을 제외한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눈 뒤 작가 선정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각 권역의 대표 공립 기관인 대전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대구시립미술관, 경기도립미술관에서 12명의 작가를 추천 받아 최종 작가선정 회의를 거쳐 뽑힌 이들이다. 그래서 각 지역의 청년 작가 중 활동이 두드러진 이들로 고르고 골라서 이번 초대전에 작품을 출품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들의 작품 색깔이나 지향하는 세계는 모두 다르다. 어떤 작품에서는 작가들의 작품 아이디어 한계가 어디까지일지 자못 궁금해지는 작품도 있다.

최지목 작 ‘소멸하는 흰색’
먼저 김자이 작가의 작품은 비계 파이프와 모니터라는 형상으로 구성됐다. 그 안에 다뤄지는 내용은 헤테로토피아와 유토피아의 관계 설정이다. 그는 헤테로토피아에 대해 유토피아적 기능을 수행하는 실재 공간으로 인식한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가 제시한 개념인 헤테로토피아는 현실의 질서와 규범에서 벗어난 공간을 말한다. 이런 것들이 대체적으로 작가가 말하는 휴식의 내용인 듯하다. 그가 구현한 휴식의 기술은 30개로 분류돼 있다. 비계 파이프가 침실같은 조도로 설치공간을 이루고 있고, 그 서른개의 파이프에서는 지하철 소리, 기도 소리, 명상소리 등 서로 다른 소리가 나온다. 그리고 모니터 3개가 있는데 이는 그가 레지던시를 다니면서 바다에 사는 사람, 산에 사는 사람, 도시에 사는 사람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휴식의 양상을 인터뷰한 자료 또한 접할 수 있다. 작가의 휴식 관련 작업은 올해 15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그럼에도 작가는 아직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한 과정에 있다. 이 작품은 그 과도기에 놓인 작품으로 이해하면 된다. 작가는 “빨리 빨리 경쟁하면서 산다. 그래서 휴식을 해보지 않았다. 이제 저한테 찾아가는 과정과 결과물을 작업으로 만들고 있다”면서 “너무 익숙하게 우리가 그냥 휴식이라고 하지만 사실 100% 휴식이 된다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것이 작가가 예술가로서 휴식을 파고 드는 이유로 이해됐다.

최지목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자이 작 ‘휴식의 기술. ver.헤테로토피아’,
최지목 작가는 빛과 눈의 상호 작용을 회화로 옮기는 작업을 펼쳐왔다. 그는 부재의 빛과 빛의 잔상 사이를 오간다. 강렬한 빛으로 인해 시력이 망가질 수 있어 선글라스나 용접 안경 혹은 잡업용 보안경을 착용할 정도로 빛의 탐색에 대해 진심인 작가로 보인다. 부재와 잔상은 그의 설명 속에 극명하게 드러난다. 작가는 눈을 감으면 우리는 빛을 통해서 무언가를 보고 싶다. 눈을 감으면 보이는 것이 없다고 하지만 사실 기존 빛의 개념을 상징하는 색채와는 너무 다른 빛이 보인다. 그런데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 더 뚜렷하게 근원의 빛이 있다고 생각한다. 추상처럼 보이는 빛이 그가 말하는 잔상의 의미로 읽혔다. 작가는 독일 유학 초기인 2007년부터 작가는 시각이라는 감각기관이 대상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빛과 눈, 감각과 기억 사이에서 발생하는 회화적 경험을 탐구해 왔다고 한다.

장미 작 ‘SAY’
장미 작가는 동화적 상상력을 발현한다. 마치 동화 책 한 페이지를 잘라다 전시장을 꾸민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이런 그의 작품 화두는 안부와 위로의 문제다. 작품을 통해 외로움과 우울, 좌절과 무기력이 삶에 스며드는 시대 속에서 관객에게 따뜻한 위로를 보내기 위한 구성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화 전공자였지만 1년 동안 해외 의료봉사에 합류해 다녀왔었는데 그곳의 아이들과 페이스 페인팅을 했었다. 그때부터 칠판 페인트와 분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금 칠판 페인트와 분필은 작가의 중요한 표현도구로 안착된 듯 포착된다. 작품 ‘How are you?’는 코로나 시기 작가가 돌보던 식물을 주인공으로 해 말보다 곁에 있는 존재가 더 큰 위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Say?’는 한마디의 말이 상처가 되거나 치유가 되는 등 언어가 가지는 힘을 이야기한다. 평면 시리즈 ‘Dear My Friend’는 편지 형식으로 우리에게 다정한 안부를 건넨다.

작가는 “이제 내일을 사는 저희들의 일상에 대해 제가 달력에 분필같은 것으로 써 놓는다. 좋은 날은 우리한테 행복을 주며, 나쁜 날은 우리에게 경험을 준다. 최고의 날은 또 우리에게 좋은 추억을 주고, 안 좋은 날은 우리에게 삶의 수업이 된다. 그래서 매일 매일이 소중하다. 관람객들이 서로 안부를 물으면서 감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철규 작 ‘인간들의 기묘한 출처’
이외에 강철규 작가는 작품 ‘인간들의 기묘한 출처’에서 드러나듯 내면에 잠재된 불안과 분노, 인지, 모호성 등과 같은 감정의 서사를 시각화한 작품을 출품했다. 특정할 수 없는 현대인들의 삶에 대한 여러 감정 기제들을 들여다보는 듯 싶다. 머리카락이나 초목이 한쪽 방향으로 바람결에 쏠려 있는 현상에 주목하거나 발가벗은 욕망덩어리 신체의 무심한 배열을 통해 무미건조한 시대의 단면을 드러낸다. 물질만능의 시대 인간의 심리는 더욱 짙은 불안과 긴장 속으로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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