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MZ와 분단…붉은 산수에 스며든 시대의 기억 동곡뮤지엄, 개관 5주년 기념 이세현 개인전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
| 2025년 11월 28일(금) 18: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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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yound R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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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tween Red’ |
동곡뮤지엄은 개관 5주년을 기념해 한국 대표작가 이세현 개인전을 오는 12월 10일부터 2026년 2월 22일까지 ‘Beyond Red-기억중독’이라는 타이틀로 갖는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광주·전남 첫 개인전으로 마련된 가운데 전통 산수화의 형식 위에 DMZ와 분단의 상흔, 시대의 기억을 붉은색 하나로 그려온 대표 연작 ‘비트윈 레드’, 그리고 개인적 관계에서 출발된 감정과 무한한 세계에 대한 사유를 통해 우주적 풍경으로 확장된 ‘비욘드 레드’(Beyond Red)및 ‘비트윈 레드’(Between Red) 연작을 포함해 30여점을 비롯 초상화·드로잉을 망라한 70여점 등 총 130여점이 소개된다.
이 작가는 전통 산수화의 부감 시점과 능선의 흐름 등 산수 구도를 현대적으로 변용해 자연의 재현이 아닌 전쟁·상실·분단·역사적 기억이 층위처럼 쌓인 ‘기억의 산수’를 구축해왔으며, 그의 붉은 풍경은 군 복무 시절 야간투시경을 통해 본 비현실적 장면, 아름다움과 실존적 두려움이 동시에 존재했던 풍경에서 출발해 현대사의 상흔을 붉은색 하나로 응축한 독창적 회화 세계로 주목을 받아왔다.
‘비트윈 레드’는 DMZ, 철책선, 감시초소, 포격 흔적 등 분단의 지형과 한국 현대사의 상처를 붉은색 하나로 기록한 사회·역사적 산수로, 한국전쟁과 이념 갈등 이후 ‘금기의 색’이었던 붉음을 도입해 정치·사회적 폭력과 시대의 비극을 조형적으로 드러내는 연작으로, 이세현 회화의 출발점이자 정체성을 확립한 작업이다.
반면 ‘비욘드 레드’는 붉은 산수의 시선을 사회적 현실에서 더 넓은 감정과 우주적 사유로 확장한 연작으로, 별빛, 은하, 구름, 바다, 고향의 풍경,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흔적 등 개인적·정서적·우주적 이미지가 화면을 구성하며, 상처와 폭력의 기억 너머에서 삶의 근원성과 존재의 무한함을 탐구한다. 이는 작가가 오래 겪어온 고향 상실·유년의 단절·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자연과 우주의 이미지로 승화시킨 회화적 전환점이기도 하다.
이 두 연작은 전쟁·분단의 역사적 풍경에서 출발해 존재론적·정서적 풍경으로 나아가는 붉은 산수의 변화와 확장을 가장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이어 전시에서 출품된 초상화는 삶과 죽음, 기억과 망각의 경계에 선 인간 내면의 정서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드로잉·습작은 작가의 사고과정과 조형적 탐구를 보여주는 중요한 아카이브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작가가 ‘마음의 고향’이라 말해온 광주에서 열리는 첫 개인전으로 더욱 특별하다. 대학 시절 처음 마주한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은 그의 예술관을 형성한 결정적 경험이었으며, ‘예술은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응시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남겼다. 작가에게 광주는 예술적 사유의 시작점이며, 이번 전시는 그가 다시 광주로 돌아와 붉은 산수의 뿌리와 확장된 세계를 모두 펼쳐 보이는 자리다.
전시의 핵심 개념인 ‘기억중독’은 기억이 감정을 낳고, 감정이 다시 새로운 기억을 생성하는 순환 구조를 뜻한다. 사회적 사건에서 개인적 상실, 시대의 잔향과 관계의 감정까지 서로가 서로를 연결지으며 만들어낸 붉은 풍경의 층위를 이번 전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시 개막 당일에는 작가가 직접 참여하는 아트토크가 함께 진행된다. 이번 아트토크에서는 ‘붉은 산수’의 형성 배경과 작업에 스며 있는 기억의 의미, 최근 작품에서 확장된 사유의 흐름을 중심으로 작가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된다. 관람객은 작품 뒤에 숨은 기억의 층위와 회화적 세계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을 전망이다.
보문복지재단(동곡뮤지엄) 정영헌 이사장은 “한때 금기의 색이던 붉음이 예술가의 손에서 상처를 넘어 회복과 사유의 색으로 되돌아온 뜻깊은 전시”라며 “관람객들이 깊은 감동과 성찰을 경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관람 시간은 기간 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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