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과 나날' 심은경 "'난 재능이 없구나' 대사에 확 꽂혔죠" 미야케 감독 신작서 작가 ‘이’ 역…"관객이 투영하게끔 나 자신 덜어내" “블랙 코미디를 좋아해요. 제가 맡은 캐릭터는 기존에 제가 맡았던 역할과 상반된 캐릭터여서 저한테는 큰 도전이에요. 하루하루 즐겁게 촬영하고 있습니다. 많이 기대해주세요.”
연합뉴스@yna.co.kr |
| 2025년 12월 05일(금) 18: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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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여행과 나날’의 배우 심은경[엣나인필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
영화는 극중극 형식을 택해 ‘이’가 글을 쓴 영화를 보여준다. 여름 배경의 해변 마을에서 펼쳐지는 남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는 감독과 함께 이 작품을 갖고 관객과 대화를 나눈다. 관객들은 여러 찬사를 보내지만, 정작 ‘이’는 이런 감상 소감을 털어놓는다. “나는 별로 재능이 없구나….”
‘여행과 나날’의 주연 배우 심은경은 5일 서울 아트나인에서 국내 기자들과 만나 “‘재능이 없는 거 같다’는 대사에 확 꽂혔다”며 “내 이야기라고 많이 공감됐다”고 출연 계기를 말했다.
‘여행과 나날’은 슬럼프에 빠진 각본가 ‘이’가 눈이 덮인 작은 마을로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쓰게 요시하루의 만화 ‘해변의 서경’과 ‘혼야라동의 벤상’(ほんやら洞のべんさ)을 엮어 만들었다.
올해 열린 제78회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국제 경쟁 부문 대상인 황금 표범상을 받은 작품으로,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2018),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2022) 등으로 주목받고 있는 일본의 미야케 쇼 감독이 연출했다.
‘여행과 나날’은 대사가 적고 등장인물도 많지 않다. 카메라로 조용히 풍경과 인물을 응시하는 정적인 영화다. 이도 여행지를 혼자 돌아다니거나 글을 쓰거나 한다. 심은경은 여백이 많은 만큼, 행동거지 하나하나 감독과 논의하며 세심히 연기했다고 밝혔다.
심은경은 “카메라 앵글 안에서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에 초점을 많이 맞췄다”며 “그동안 다른 작품에서는 캐릭터 개성이 뚜렷했는데, 이번에는 많이 덜어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슬럼프에 빠져 있고 자기 재능을 의심하는 모두가 ‘이’에 투영할 수 있다”며 “그래서 덜어내는 연기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저 자신이 각본가 ‘이’고, 이 영화를 보시는 관객분들도 ‘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생경한 장소에서 느끼는 감정과 기분도 연기에 담겼다.
“저도 여행을 하고 있다는 기분으로 연기에 임했어요. (촬영 장소가) 여관이었는데 너무 추웠어요. 영화 속에서 추위를 느끼는 모습은 연기와 실제가 섞이지 않았나 싶네요. (웃음)”
심은경과 미야케 쇼 감독과의 인연은 3년 전 부산국제영화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둘은 당시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의 관객과의 대화(GV) 행사로 만났다. 미야케 감독은 당시 멋을 부리지 않고 잘 보이려 애쓰지 않은 모습으로 심은경을 머릿속에 담아뒀다가, ‘여행과 나날’의 각본을 쓰던 중 다시 떠올렸다. 그래서 원작에선 40대 중년 남성이었던 캐릭터가 한국에서 온 젊은 여자로 바뀌었다.
심은경은 미야케 감독의 오랜 팬이었다. 그는 미야케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로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초상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심은경은 “동시대 최고의 감독님이라 생각한다. 너무 존경하고 감독님 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고 다짐하게 된다”며 “사려 깊고 배려심이 많고 누구보다 영화를 사랑하는 소년 같으면서도, 모두를 아우르는 힘이 있다”고 극찬했다.
심은경은 끊임없이 자신의 재능을 의심한다는 점에서 각본가 이와 닮았다. ‘신문기자’(2019)로 2020년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는 등 각종 연기상을 받은 배우로서는 어울리지 않은 면모다. 그는 ‘여행과 나날’로 싱가포르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후보로도 올랐다.
“무언가를 제대로 하려면 자기 자신에게 냉정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어릴 때는 ‘한국에서 제일 연기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이런저런 경험이 쌓이며 최고가 되는 것만이 다가 아님을 느꼈어요. 그간 작품에 어떻게 녹아들어 가야 하는지 간과했다는 것을 느낀 뒤엔 저 자신이 한없이 부족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는 그렇게 부족함을 느끼면서도, 연기가 너무 좋아 계속 배우 생활을 한다고 했다. “(연기를) 좋아하는 마음을 계속 생각해요. 천재가 아니어도 되는 것 같아요.”
심은경은 차기작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드라마 두 편을 선보일 계획이다. 한 편은 일본 방송 NHK 개국 100주년을 기념한 드라마 ‘화성의 여왕’으로 그는 화성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화성인을 연기한다.
다른 한 편은 ‘대한민국에서 건물주가 되는 법’이라는 tvn의 블랙 코미디 드라마다. 심은경은 이 작품에서 색다른 모습을 예고했다.
“블랙 코미디를 좋아해요. 제가 맡은 캐릭터는 기존에 제가 맡았던 역할과 상반된 캐릭터여서 저한테는 큰 도전이에요. 하루하루 즐겁게 촬영하고 있습니다.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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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코미디를 좋아해요. 제가 맡은 캐릭터는 기존에 제가 맡았던 역할과 상반된 캐릭터여서 저한테는 큰 도전이에요. 하루하루 즐겁게 촬영하고 있습니다.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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