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도주·추락사…체포영장 집행 지침 ‘흔들’

장비 사용·현장 통제 부실…"매뉴얼 전면 점검을"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2025년 12월 07일(일) 18:01
수사당국이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피의자를 놓치거나 사망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기본적인 법 집행 절차가 흔들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피의자 안전 확보와 도주 방지라는 원칙이 동시에 무너진 만큼, 체포영장 집행 매뉴얼과 현장 대응 체계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검은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달아났던 40대 사기 혐의 피의자 A씨를 이날 오전 3시30분께 전북 전주시 한 숙박시설 인근에서 붙잡았다.

검찰은 나흘 만에 A씨를 검거해 도주 경위와 조력자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A씨는 지난 1일 오전 10시10분께 서구 치평동 한 호텔 인근에서 검찰 수사관 2명이 체포영장을 집행하려던 순간 도주했다. 당시 A씨는 “차에 있는 짐을 챙기겠다”고 요청했고, 수사관이 이를 허용한 사이 스스로 차량 시동을 걸고 현장에서 이탈했다.

‘체포·호송 등 장비 사용 지침’에는 도주 우려가 있을 경우 최소 범위에서 수갑 등 보호장구 사용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지만, 검찰은 A씨에게 어떠한 장비도 사용하지 않았다. 차량을 막아서던 수사관 1명이 부상을 입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검찰은 이에 대해 “확인해줄 내용이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A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입건된 인물로, 투자 유도 및 차용금 편취 등 다수의 사기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출석 요구에도 여러 차례 응하지 않았다.

피의자가 영장 집행 직전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지난 3일 광주 서구 치평동 한 숙박업소에서 사기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30대 피의자 B씨가 영장 집행 직전 7층 창문 밖으로 추락해 숨졌다.

B씨는 객실 문을 잠근 채 내부에서 버티고 있었고, 경찰이 숙박업소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문을 열기 직전 창문 밖으로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객실 창문에는 방범창이나 추락 방지 장치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의식을 잃은 상태로 소방당국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고, 출동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당시 대응이 적절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이처럼 피의자 도주와 사망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자 법조계에서는 “기본 절차 점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변호사는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도주 우려가 커진 피의자에게 수갑 등 보호장구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지침 미준수 문제”라며 “현장 판단과 지휘 체계 모두에서 허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정병곤 남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도주나 사망 사고는 단순 실수로 치부할 일이 아니라 허술한 관리 규칙 미준수로 발생하는 것”이라면서 “검찰과 경찰 모두 체포·호송 매뉴얼을 실제 상황에 맞게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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