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식품 부산물, 전남의 미래 산업이 될 수 있다

전남도농업기술원 김표현 농업연구사

광남일보@gwangnam.co.kr
2025년 12월 18일(목) 18:38
김표현 농업연구사
농업과 식품 산업은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산업이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잘 보지 못하는 거대한 부담이 존재한다. 바로 수확·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껍질, 씨앗, 잎, 착즙박, 규격 외 농산물 등 다양한 부산물이다. 세계적으로 쓰레기와 탄소배출이 심화되고 있으며, 그 중 농식품 폐기물은 연간 약 500만 톤, 원료의 10~50%에 달하고, 처리비용만 해마다 8000억 원을 넘는다. 이것이 부산물을 단순 폐기물로 바라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버려지는 부산물 속에는 식품, 화장품, 바이오산업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성분이 풍부하지만, 추가 인력·비용 문제와 기존 공정과의 충돌로 인해 그동안 ‘버리는 비용’으로만 여겨져 왔다.

대부분의 부산물은 수분·당분 함량이 높아 부패가 빠르고, 품질 변동과 계절적 편차도 커 표준화가 어렵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는 농가·가공업체 모두에게 부담이 될 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농식품 산업을 저해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세계적으로 업사이클링 산업이 주목받으면서 부산물은 오히려 새로운 산업 자원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맥주·식혜 제조 후 남은 맥아를 대체 밀가루로 만들어 에너지바나 크래커를 생산한 사례, 비지·착즙박 등을 기능성 식품이나 발효 소재로 활용한 사례는 부산물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남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부산물 자원화 연구가 활발하다. 전라남도농업기술원은 홍화 줄기·잎을 이용한 뼈 건강 소재 개발, 양파 전초의 쿼세틴 기반 항산화 제품 개발 등 다양한 연구를 수행해 왔다. 경화된 갯기름나물, 고구마 순, 어린 토란 등 저활용 자원을 발굴해 특허·기술이전·상품화로 이어진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전처리·저장 기술, 수급 체계, 산업체 협업 플랫폼 구축 사업도 본격화되고 있으며, 특히 나주에는 푸드업사이클링 산업을 지원할 푸드테크 연구지원센터가 설립될 예정이다.

전남은 부산물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지만, 동시에 산업화 잠재력이 가장 큰 지역이기도 하다. 전남의 양파 생산량은 연간 50만 톤, 배추는 67만 톤에 달하며, 배·매실 등 과일 가공 과정에서도 다량의 부산물이 발생한다. 부산물은 원래 폐기되던 자원이기 때문에 원료비가 낮고 지역경제 순환 효과가 크며, 기업에는 ESG·탄소 감축·친환경 이미지 제고라는 장점도 제공한다. 전남의 농업 기반과 산업체 협력 구조가 결합된다면 부산물 업사이클링은 전남의 새로운 성장축이 될 수 있다.

다만 부산물 자원화의 핵심은 결국 현장 가공업체의 참여에 달려 있다. 부산물 발생량과 품질 변동 등 핵심 데이터는 가공업체만이 정확히 알고 있으며, 수거·전처리·저장·유통 체계도 업체의 작업 환경과 맞물려야 현실성이 확보된다. 그러나 많은 중소업체가 인력·시간 부족으로 조사 참여가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따라서 인센티브 지원, 행정 간소화, 자동화 기반 자료수집 시스템 도입 등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현재 전남을 포함한 8개 도 농업기술원, 농촌진흥청, 업사이클링 기업 등이 2025~2029년까지 부산물 발생 조사, 제도 개선, 전처리·저장·유통·활용 모델 구축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부산물 자원화는 어느 한 기관의 노력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 농가·가공업체·지자체·연구기관·기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현장의 가공업체가 있어야 한다.

농식품 부산물은 더 이상 버려야 할 부담이 아니다. 전남처럼 농업 기반이 크고 관련 인프라를 갖춘 지역은 순환경제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부산물을 미래 자원으로 전환하는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남은 환경·산업·지역경제가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순환경제 모델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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