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고위험 상품 설계·판매 단계부터 차단

금융소비자보호 로드맵 발표…사후구제→사전예방 전환

이승홍 기자 photo25@gwangnam.co.kr
2025년 12월 22일(월) 11:18
금융감독원이 금융소비자 보호의 무게중심을 기존 ‘사후 구제’에서 ‘사전 예방’으로 전면 전환한다. 고위험 금융상품의 설계·판매 단계부터 소비자 피해 가능성을 차단하고, 불완전판매에 대한 금융회사 책임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금감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금융소비자보호 개선 로드맵’을 마련하고, 2026년을 ‘실질적 금융소비자 보호 원년’으로 삼아 조직과 감독체계를 전면 재편하겠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로드맵은 홍콩 H지수 ELS 사태, 파생결합상품(DLF)·해외부동산펀드 부실 등 반복된 대규모 불완전판매 사례를 계기로, 기존 소비자보호 체계가 피해 발생 이후 구제에 치중돼 있었다는 내부 평가에 따른 것이다.

금감원은 우선 민원, 감독·검사 정보, 언론 동향 등을 종합해 소비자 위험 요인을 상시 분석하는 ‘리스크 기반 소비자보호 감독체계’를 도입한다. 특정 금융상품의 판매 급증이나 손실 우려가 포착되면, 전담 협의체를 통해 경영진 면담, 현장 점검, 판매 제한 등 단계별 대응에 나선다.

특히 금융상품의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관리가 강화된다. 상품 설계 단계에서는 금융사가 핵심 위험 요소를 명확히 정의하고, 고위험 상품의 경우 외부 전문가 참여를 의무화한다. 해외부동산펀드 등에는 실사 점검 보고서 제출을 요구하고, 파생결합증권의 상품 구조 요건도 한층 엄격해진다.

판매 단계에서는 설명의무가 대폭 강화된다. 소비자 이해 수준을 고려한 핵심설명서 중심 체계로 개편하고, 온라인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의 비합리적 선택을 유도하는 ‘다크패턴’ 관행도 차단한다. 판매 직원의 상품별 사전 교육 이수도 의무화된다.

사후 관리 역시 달라진다. 소비자 피해 우려가 큰 금융상품은 판매 제한이나 기초서류 변경 권고가 가능해지고, 필요할 경우 소급 적용도 허용된다. 고난도 ELS 상품에는 손실 가능성 도달 이전에 경고 문자를 발송하는 ‘조기경보 알림제’도 도입된다.

금융비용 부담 완화도 주요 과제다. 금감원은 대출금리·수수료 산정 체계를 점검하고,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 제고, 예탁금 이용료 산정 합리화 등을 통해 금융소비자의 비용 부담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불필요한 고지의무 폐지, 유료 부가상품 안내 강화 등 불합리한 관행도 손질한다.

아울러 불법사금융과 보이스피싱 등 민생금융범죄 대응을 위해 원스톱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디지털 금융 확산에 맞춰 IT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감독도 강화한다.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포용금융 평가체계 도입과 서민금융 공급 확대도 병행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특정 부서의 역할이 아닌 감독·검사 전반의 핵심 가치로 재정립하겠다”며 “금융회사의 판매 이익보다 소비자 보호 비용이 더 크다는 인식이 정착되도록 감독 강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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