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혁신과 지속가능성의 도시, 꾸리찌바

김광훈 광주지속협 시민참여재생에너지전환위원장

광남일보@gwangnam.co.kr
2025년 12월 22일(월) 15:57
김광훈 광주지속협 시민참여재생에너지전환위원장
브라질 꾸리찌바(Curitiba)시를 방문하고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던 푸른 녹음과 활기찬 생명력은 여전히 깊은 인상으로 남아있다. 흔히 브라질 하면 떠올리는 복잡함이나 혼란스러움 대신, 꾸리찌바는 계획된 질서와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평화로운 안정을 보여줬다. 이 도시는 단순히 건물을 짓고 도로를 놓는 데 집중하는 것이 아닌, 사람과 환경을 중심에 두는 도시 설계가 무엇인지를 몸소 증명하는 곳이었다. 폐채석장이 아름다운 오페라하우스로 변모하고, 도시 곳곳에 넉넉하게 자리 잡은 공원들은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도시의 허파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대자보 도시를 선언한 광주의 시민으로서, 단연 간선급행버스체계(BRT)는 최대 관심 사항이었다. 단순한 대중교통을 넘어, 도시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한 혁신 그 자체를 직접 체험하는 기회를 가졌다. 도시철도처럼 빠르고 효율적이지만 훨씬 저렴하게 운영되는 이 시스템은 시민들에게 편리함과 더불어, 버스 중심의 대중교통이 최고의 선택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시그니처인 원통형의 독특한 버스 승강장과 빠른 환승 시스템은 모든 시민이 차별 없이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다. 이제는 시즌2를 맞아 모양과 형태가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에 서운함이 앞서지만, 꾸리찌바는 이 BRT를 통해 교통 체증과 대기 오염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으며, 세계 수많은 도시에 선진적 모범 사례를 만들었으니 고생이 많았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도로를 메우는 자가용 대신,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 빨간 버스 행렬은 꾸리찌바의 성숙한 도시 의식을 상징하는 듯했다.

꾸리찌바의 중심부에는 ‘꽃의 거리’와 같은 보행자 전용 거리가 활성화돼 있는데, 우연히 들린 숙소 앞 도로가 바로 강제적 병목현상으로 만든 거리였다. 현관문에서 버스 승강장까지는 편하고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빠름을 담보하고 있는 직접적 사례이다. 차가 사라진 그 공간은 곧 사람과 문화의 공간이 됐고, 주말이면 거리 예술가들의 공연과 활기찬 시장이 펼쳐져 도시 전체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이곳에서 느낀 점은, 도시 계획이 단순히 물리적 구조를 만드는 것을 넘어 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라는 깨달음이었다. 꾸리찌바는 ‘가난한 도시에서도 혁신은 가능하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우리에게 ‘어떤 도시를 만들고 싶은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본다.

이 도시는 또한 도시농업을 우선시하고 있으며, 꿀벌에 관한 관심을 강조하고 있다. 먹기 위해 벌을 치는 것이 아닌, 농작물의 생산활동에 도움을 주고자 함이다. 그들의 열망이 ‘꿀잼도시’라는 표현을 만들 정도니, 이 도시의 매력을 찾고 있는 우리의 기준에서는 ‘식물들이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다소 엉뚱한 상상을 해 본다.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것들이 건강하고 행복하니, 우리의 마음도 생각도 행동도 꿀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설물이나 프로그램으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서 찾는 지혜를 주문하고 싶다. 끊임없이 서로가 노력하는 과정과 긴 호흡으로 투자해 만들어지는 것에 두려움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꾸리찌바는 오래전 미국 시사주간지인 타임지에 ‘지구에서 환경적으로 가장 올바르게 사는 도시’로 선정돼 유명세를 탔다. 시장을 세 번 역임하고 빠라나 주의 주지사까지 맡았던 자이메 레르네르씨는 이렇게 말했다. “더 나은 도시에 대한 꿈은 언제나 그곳 주민들의 머리 속에 있다. 우리시는 낙원이 아니다. 우리도 다른 시가 갖고 있는 문제들을 대부분 공통적으로 안고 있다. 다만 우리는 시민들을 존경하고 내일의 시민인 아이들과 그들이 살아갈 환경을 다루는 일에 더 깊은 연대감을 느끼고 실천하고 있을 뿐….” 일백년 정도는 투자하겠다는 결기가 읽히지 않는가? 어떤 분은 책을 통해 꾸리찌바를 ‘꿈의 도시, 행복 도시’라 표현했다. 통계적으로 단순 비교는 힘들다. 면적도 다르고 인구도 다르며, 기후 등 조건도 다르다. 그러하기에 책이 아닌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자 하는 목적이 연수의 가장 큰 의미가 아닐까 싶다. 반백년을 넘기며 꿀잼으로 자리를 잡고있는 꾸리찌바를 다시 한번 찾겠다는 약속을 숙제로 남기며 짧은 연수 소감을 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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