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응급실 뺑뺑이’ 막을 현실적 대책 마련을

이산하 정치부 차장

광남일보@gwangnam.co.kr
2025년 12월 22일(월) 19:18
이산하 정치부 차장
의과대학 정원 확대로 발발한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전공의, 의대생들의 복귀로 큰 산을 넘었지만, 여전히 의료계에는 난제가 산적해 있다.

의정 갈등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응급실 뺑뺑이’가 대표적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병원 주변을 돌면서 환자를 수용할 병원을 찾고 있어서다.

응급실 뺑뺑이는 과거에도 존재해 왔지만, 의정 갈등 이후 더욱 심해진 양상이다. 병상 포화, 의료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응급 환자 거부가 이어지고 있으며 병원을 찾아 다른 지역까지 이동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응급실 뺑뺑이는 과거엔 존재하지 않았다. 병원에서 진료 거부를 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응급실 과밀화를 막기 위해 의료법상 의료진 부재나 병상 포화 상태일 때 진료를 거부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문제는 병원의 거절 사유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때문에 환자를 이송 중인 구급대원은 각 병원에 전화를 돌리며 수용 가능 병원을 찾느라 속이 타고, 환자와 가족들은 불안감에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 계속되는 중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각에서는 의사 수 확대를 제안하지만, 의료계 안팎에서는 제도적 장치가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이송 거부 사유를 투명하게 관리·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급선무로 꼽는다. 병원의 병상 상황, 의료진 근무 여부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도로 위에서 길을 헤매는 구급차의 수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이다.

나아가 응급 의료 인프라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도 필요해 보인다.

응급실 운영에 병원이 난색을 표하는 이유는 ‘적자’ 때문이다. 적자 운영이 해결만 된다면 병원 측도 응급실 운영에 옹색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정부는 응급실 뺑뺑이를 줄이기 위해 구급대원과 응실 사이의 핫라인을 개설하는 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그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정부가 길 위에서 죽어가는 국민이 없도록 응급실 뺑뺑이를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이 기사는 광남일보 홈페이지(gwangnam.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gwangnam.co.kr/article.php?aid=1766398718526071000
프린트 시간 : 2025년 12월 23일 00:35: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