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광주 청년, 남고 싶다는 신호는 이미 나왔다

송대웅 산업부 차장

광남일보
2025년 12월 29일(월) 17:00
송대웅 산업부 차장
광주 청년 취업을 둘러싼 인식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수도권 진출이 당연한 선택처럼 굳어졌지만, 정작 청년들의 응답은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만 있다면 정착하겠다는 의향이 뚜렷하게 확인됐다.

광주경영자총협회와 조선대학교가 실시한 청년 취업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73.9%가 “지역 기업에 일자리가 있다면 취업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매우 있다’는 응답이 44.0%, ‘있다’가 30.0%로, 단순한 조건부 희망 수준을 넘어선 수치다.

수도권 선호가 절대적이라는 기존 통념과는 다른 결과다. 희망 근무 지역에서도 광주·전남 권역을 선택한 비율이 51.5%로, 수도권 희망 응답(41.7%)을 웃돌았다. 청년들이 지역을 선택지에서 완전히 배제하고 있지는 않다는 의미다.

그러나 기대와 현실의 간극은 분명했다.

광주에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가 충분하냐는 질문에 부정적 응답이 38.4%로, 긍정 응답(27.7%)을 크게 앞섰다. 지역 취업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 역시 ‘전공 일자리 부족’이 46.6%로 가장 높았다.

임금 수준이나 기업 인지도보다 전공 미스매치가 더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단순히 일자리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전공과 경력을 연결할 수 있는 구조가 보이지 않는다는 인식이 청년들의 선택을 가르고 있다.

이는 지역 일자리 정책이 왜 체감되지 않는지를 보여준다. 숫자상 일자리는 늘었지만, 전공과 직무가 분리된 채 공급되면서 청년에게는 ‘선택 가능한 일자리’가 되지 못하는 구조다. 취업이 곧 경력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이 깔려 있다.

교육에 대한 요구도 같은 맥락이다. 청년들은 현장 실무 중심 교육과 기업 맞춤형 프로젝트, AI·스마트제조 등 신기술 교육을 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론 위주 교육으로는 지역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이번 조사는 청년 유출을 다시 보게 만든다. 청년들이 떠나는 이유는 수도권이 좋아서가 아니라, 지역에서 머물며 성장할 경로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남겠다는 의향은 이미 확인됐다.

결국 관건은 일자리의 ‘양’이 아니라 ‘구조’다. 전공과 직무, 성장 경로가 연결되지 않는 한 청년의 선택은 바뀌지 않는다. 광주 청년들은 떠난 것이 아니라, 아직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이 기사는 광남일보 홈페이지(gwangnam.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gwangnam.co.kr/article.php?aid=1766995240526590000
프린트 시간 : 2025년 12월 29일 20:4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