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광남일보 신춘문예] 평론 당선소감

배우들 몸짓 대도약하는 활자처럼 읽혔다
최지안(류빈)

광남일보@gwangnam.co.kr
2026년 01월 01일(목) 22:32
최지안
올해 연말은 초조했으되 외양만은 차분하려 애썼다. 격렬하게 흩날리다 차분히 안착하는 눈, 저 발끝처럼 아름다운 무용수처럼.

바라던 것이 쥐어지지 않는 기분이란 어떠한가? 그런 슬픔을 너와 고고한 곁눈질로만 묻고 답했다. 낙선을 직감했어도 크리스마스엔 사랑하는 이에게 내색조차 안 했다. 묵묵히 눈길을 걷던 그때 난 아마도….

속으로만 슬펐더란다. 흰 것들이 쌓여 만든 눈의 집합체가 도처에 널브러진 순간이었다. 그게 다 거짓 천사가 긁어모아 둔 무너질 언덕이요 비루한 장난 같았다. 교회당의 종소리도 불가의 무엇도 싫고 싫었다. ‘근사치의 재능’이란 말이 매년 이맘때쯤 가슴 한쪽을 후벼팠으니까.

여기까지가 당선을 알리는 전화를 받자마자 온몸에 힘이 풀린 이유다. 평론 투고작이 예년의 두 배 이상 많아 극적으로 12월 29일에야 전화가 올 줄 몰랐다.

소감문을 읽어주시는 분이라면 아마 도전하는 기질을 지닌 자일 것이므로 그간 절박했던 마음을 이해하시리라. 축하해주신, 글을 가르쳐주신 모든 분을 구태여 호명하지 않겠으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추웠던 마음에 따뜻한 입김을 불어주시면 나도 멀리서 이내 숨을 보내고 싶다.

특히 당신, 나와 손잡고 이 길을 걷고 있는 네게 말이다. 여섯 번째 겨울을 함께 건너는 동안 무수한 탈락 소식에 조용히 감응해준 오직 한 사람.

나는 오늘을 빌려 감히 그에게 “소중한 건 언제나 마지막에 주어지는 것만 같으므로 포기하면 안 된다” 응원하고 싶다. 내가 무수히 굴하며 살아왔더라도, 한 번만 사랑하는 이 앞에서 이게 진리인 양 교만하고 싶다. 그리고 “나를 구할 자는 오직 나뿐이지만, 때론 서로가 힘이 되었노라” 귓가에 읊조리고 싶다.

가능성을 봐주신 심사위원님과 광남일보 관계자, 문화부에 감사 인사가 늦었다. 당초 문학평론을 전공했지만 공연 비평으로 등단에 도전한 건 모험이자 용기였다. 이 장르야말로 세계에 밀도 높게 접합한 예술의 한 극점이라 생각했기에 펜끝이 향했다. 때론 무용수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무언극도 한 편의 시가 되는 걸 느꼈고 배우들의 몸짓은 대도약하는 활자처럼 읽혔다. 나도 평자로서 사유를 체화하고 탐미하는 저 공연예술의 일원이 되고 싶었다는 의미다.

그러고 보니 참, 어깨에 쌓인 눈 녹여가는 나의 삶도 물비린내 가득한 지하 공연장을 벗어나 가까스로 무대에 오른 어리숙한 초연작 같다. 오늘의 당선에 머무르지 않고 더 성장해야만 이 값진 ‘공연’이 재연을 넘어 살아가는 내내 상연될 거라 믿는다.

이제 나는 수년간 부르튼 호명에 보답한 겨울의 은유가 조금은 좋아졌다. 눈 내리는 그것은 시리고 아름다우며, 혹독하지만 품 안에 든 자를 언젠가 거두어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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