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오년 신년시 그림] 아리고 맵고 순하고 여린 것들 불평없이 안다

붉은 말띠해 신문지의 쓸모
조성국

광남일보@gwangnam.co.kr
2026년 01월 01일(목) 22:36
김영화 작 ‘적토마의 해’
더께 낀 유리창 세정 하듯 닦을 거다

말 많은 구설수 죄다 내려놓고 차곡차곡 접혀 쟁여졌다가 이따금

삼겹살 굽는 거실 바닥에 튀기는 기름기 받아줄 거다

내가 구독한 신문은

얕은 불에 천천히 끓인 밀가루 풀 바른 도배의 작은 방

묵은 때와 낙서를 도려낸 초벌 벽지 돼주고 또,

넓게 펼쳐 깔린 채 마늘 양파 널어 말린 베란다

고구마 감자의 몸

시들지 않게 감싸 주고 일테면

아리고 맵고 순하고 여린 것들을 불평 한번 없이 안아줄 거다, 또

그늘에 자리 잡고 앉아

쌀벌레 바구미 슬은 입쌀 솎아내고

떼어낸 마른 멸치 똥이나 알 굵은 마늘 껍질을 죄다 받아줄 거다

또, 구겨져 뭉쳐서는 빗물 젖은 신발 속의

고린내도 냉큼 잡아주고

밖에 나가 깨지기 쉬운 이삿짐 살림살이 보살펴 돌보듯

잠든 노숙의 얼굴을 가만 덮어줄 거다 그리고는

버려진 듯 찢어져서 마침내 저를 태워 누군가의 언 손

쬐어주는 불쏘시개 돼준 것도 빼놓을 수 없을 거다

내가 조간에 구독하는

병오년 붉은 말띠해의 광남일보는





조성국 시인
시·조성국

△광주 출생 △1990년 ‘창작과 비평’ 봄호로 등단 △2015년 ‘문학동네’ 여름호에 동시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 ‘슬그머니’·‘둥근 진동’·‘나만 멀쩡해서 미안해’·‘귀 기울여 들어 줘서 고맙다’·‘해낙낙’ △동시집 ‘구멍 집’·‘들키고 싶은 비밀’ △평전 ‘돌아오지 않는 열사, 청년 이철규’

김영화 화가
그림·김영화

△광주 출생 △초대 개인전 32회 △개인전 18회 △한·러 현대미술전 등 국제초대전 17회 △동화속의 우리가족전 및 99국제 섬 미술전 초대 등 각종 130여회 △그룹 단체전 250여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 △현 광주전업미술가협회 회장 △현 평화예술재단 광주·전남 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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