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하고 싶은 청년

박민국 광주청년센터 교류협력팀장

광남일보@gwangnam.co.kr
2026년 01월 11일(일) 18:00
박민국 광주청년센터 교류협력팀장
이제는 겨울이 왔다고 느껴질 만큼 바람이 차갑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보면 청년이 처한 현실은 더 춥게 느껴진다. 특히 최근 발표된 통계에서는 30대 ‘쉬었음’ 인구가 33만명을 넘어섰다. 그리고 언론에서는 이를 인용하여 청년들에게 가혹한 기사를 쏟아내기 바쁘다. 특히 고령층의 취업률이 높다는 점을 주목하며 ‘부모 세대는 계속 일하는데 청년은 놀고 있다’는 식으로 비난하는 기사도 있다. 1986~1995년에 태어난 30대들은 1955~1963년에 출생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녀이다. 일자리 시장에서 부모와 자리다툼을 하는 세대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물론 모든 30대가 그런 것은 아니고 고령자에 대한 일자리 사업으로 발생한 통계상 왜곡도 있지만, 아직 부모에게 의지해 살고 있다는 30대가 늘어났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일을 하지 않을까?

청년이 일하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일자리 개수만 놓고 보면 많다. 하지만 청년이 일하고 싶은 혹은 일할만한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일부는 ‘청년들이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 같은 곳만 원하는 것 아니냐’, ‘일자리 눈높이가 너무 높아서 그런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지만, 그런 일자리를 선호하는 이유는 정년을 보장하고 성과와 실력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해주면서 개인과 조직이 함께 성장할 수 있고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는 일터로 대표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만 해도 공무원은 인기가 없는 직업 중 하나였다. 당시에는 규모가 작은 회사라도 공무원보다는 급여 수준이 높고 대우도 좋았기에 공무원을 선택하는 경우가 드물었다고 한다. 지금과 같이 선망의 직업이 된 것은 IMF를 겪으며 기업의 구조조정, 부도와 파산으로 대량 실직이 발생할 때 공무원만이 정년이 ‘철저’하게 보장되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시에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 격차가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왜 중소기업은 기피 하냐고 묻기 전에 중소기업이 안정성과 보상, 성장, 안전 등을 보장하지 못하는 산업구조 사회구조의 문제를 개선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청년이 일하지 않는 두 번째 이유는 경제적 보상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물론 소득액은 올랐다. 하지만 소득액이 오른 것보다 물가는 더 높게 올랐다. 쉬었음 청년 중 절반 이상은 직장 경험이 있는 청년인데 이들이 쉬었음을 선택한 이유로 ‘급여와 보상이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다. 소득이 인상된 것에 비해 물가는 훨씬 올랐기 때문에 직장에 근무하면서 식비와 교통비 등의 필수적인 생활비를 지출하고 사회생활을 위한 경조사 등을 챙기다 보면 남은 돈은 미래를 준비하기엔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다. 그런데 독립에 꼭 필요한 주택을 마련하려면 한 푼도 쓰지 않고 저축했을 때 5.8년이 걸린다는 2021년의 조사 결과(광주 기준)를 보면 근로소득을 통해 자산을 형성하고 독립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추기에 30대는 아직 어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주변 사람들의 투자 성공담에서 큰 상실감이 드는 것 또한 근로소득에 대한 효능감을 떨어뜨린다. 정보 비대칭과 자산형성을 할 수 없는 환경 탓에 부의 흐름을 놓쳐 발생한 격차를 자조하는 ‘벼락거지’라는 말이 탄생했고 이솝우화 ‘개미와 베짱이’를 비꼬아 개미는 과로사하고 베짱이는 물려받은 자산과 놀며 노래했던 음원이 대박 나서 더 잘 먹고 잘살게 됐다는 만화가 나오기도 했다. 개미처럼 일하고 베짱이처럼 놀면 안 된다는 교훈을 배웠던 30대의 허탈감과 상실감이 얼마나 큰지 조금이나마 이해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세 번째 이유는 불안정한 사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최근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드라마가 인기를 끌며 공감하는 시청자가 많아 SNS에 방영 소감을 남기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김부장’에 공감하는 기성세대와 그 부하직원들에 공감하는 청년세대가 있다. 필자도 즐겨보며 각 인물에 나 자신을 대입해 보기도 하는데, 조직에서 중간관리자 역할을 하다 보니 김부장에 조금 더 이입되는 편이다. 헌신했던 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과 안정적이라 믿었던 대기업조차도 잔인한 의사결정에 의해 누군가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을 수 있는 긴장감. 결국 어디에서도 안정적인 삶을 만들어가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이야기에 청년은 의기소침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인공지능(AI)으로 인해 청년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어떤 일을 시작하더라도 몇 년 해보지 못하고 다른 일을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청년이 쉼을 선택하게 만든다. 경제성장은 멈췄고 ‘계층사다리’라 불리던 기회는 보이지 않는다. 학력과 자격증은 있지만, 사회에서는 거들떠보지 않는다. 그 와중에 정년보장이나 사회보장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에 대한 논의는 점점 청년에게 불리한 결정으로 이뤄진다. 사회구성 집단 중 특정 집단에 이렇게 가혹한 환경이었던 적이 있었을까?

청년은 가혹한 조건을 이겨내고 미션을 수행하는 서바이벌 게임의 참가자가 아니라 함께 이 사회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동반자로 바라보고 모든 정책에 있어 청년이 어떤 요구를 하는지 귀 기울여주기를 바란다. 청년 ‘쉬었음’은 단순 일탈이 아니다. 청년은 일하고 싶다.
이 기사는 광남일보 홈페이지(gwangnam.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gwangnam.co.kr/article.php?aid=1768122018527543000
프린트 시간 : 2026년 01월 11일 07:5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