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화정아이파크 참사 4주기]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할 것"

안정호 유가족 대표 "기억 공간 조성·과정 책 집필"
추모식 거행·사고현장 행진…추모객 "희생자 애도"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2026년 01월 11일(일) 18:00
광주화정아이파크 참사 4주기 당일인 11일 안정호 유가족협의회 대표(48)가 사고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그날의 아픔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네요.”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참사 4주기인 11일 안정호(48) 광주화정아이파크 붕괴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차분하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그는 “유가족들은 여전히 사고 당일에 머물러 있다”며 “사회가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갈 동안,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며 하루하루를 견뎌왔다”고 말했다.

2022년 1월11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사고로 6명이 목숨을 잃었다. 안 대표 역시 이 사고로 매형을 잃었다.

안 대표는 “사고 이후 약 3개월간 운전대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며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한순간에 얼마나 무너질 수 있는지를 몸으로 겪었다”고 회상했다.

유가족들은 사고 직후부터 서로의 곁을 지키며 슬픔을 견뎌왔다. 실종자 수색이 이어졌던 29일 동안 현장 인근에서 텐트를 치고 버텼던 시간, 매서운 겨울바람 속에서도 떠나지 못했던 기억은 지금도 유가족들의 마음에 깊이 남아 있다.

안 대표는 “그 시간만큼은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며 “아픔을 나누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안 대표는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은 유가족 사무실 마련과 추모 사업 등을 약속했지만, 상당 부분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담당자가 바뀌고, 논의는 흐려졌으며, 약속은 미뤄졌다”며 “유가족들은 어느 순간부터 위로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문제’가 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광주화정아이파크 참사 4주기 당일인 11일 안정호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현대산업개발이 유가족 등과 협의했던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관할 행정기관인 서구청의 역할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안 대표는 “구청 역시 시공사에 책임 있는 역할을 요구하지 못하고 있다”며 “행정이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지금의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2024년부터 약속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구청과 시공사를 수차례 찾았지만, 오히려 책임을 회피하려는 기류가 감지됐다”고 덧붙였다.

지금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망각’이다. 안 대표는 “참사가 과거의 사건으로만 남을까 봐 두렵다”며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지는 순간, 같은 비극은 또 다른 현장에서 반복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우려는 최근 다시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달 16일 발생한 광주대표도서관 공사 현장 붕괴사고 소식은 유가족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안 대표는 “같은 도시에서 또다시 건설 현장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화정아이파크 참사가 결코 잊혀져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꼬집었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현실 속에서, 유가족들은 스스로 기억을 지키는 길을 선택했다. 사비를 모아 추모 공간을 마련하고, 참사의 전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그는 “붕괴사고 이후의 과정을 날짜별로 정리해 ‘재난은 찾아온다(가칭)’라는 책을 펴낼 계획”이라며 “사고 이전과 이후, 무엇이 바뀌지 않았는지를 담아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장 인근에 작은 표지석이나 기억 공간을 조성해 시민들이 언제든 참사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안 대표는 “거창한 기념물이 아니라,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면 충분하다”며 “기억하는 행위 자체가 재발 방지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광주화정아이파크 붕괴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11일 공사 현장 인근에 마련한 추모 공간에서 추모식과 산업재해 희생자 위령제를 진행했다. 이날 유가족과 시민들은 오전 10시 위령제와 분향소 운영을 시작으로 오후 3시 추모식, 오후 4시 사고 현장 행진에 참여하며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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