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자연·영혼의 빛 투영…마카오에 작품 설치

■중견작가 김상연, 국내외 오가며 연초부터 활동 활발
‘시간탑’ 마카오문화센터 광장서 관람객들에 영구 선보여
중·일 작가와 작업 길이 12m×너비 7m×높이 9.5m 규모
"존재의 순환 기념"…뉴욕 특별전 이어 남경비엔날레 참여도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2026년 01월 14일(수) 18:41
마카오문화센터 광장에 영구, 설치된 ‘시간탑’
2022년 ‘검은 심장’이라는 주제로 열린 공장미술제 때 선보인 작품 ‘나는 너다’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상연 작가.
회화와 판화, 설치 미술을 넘나들며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전남 화순 출생 중견 작가인 김상연씨가 미국 뉴욕 등 국내외를 오가면서 연초부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작업했던 작품이 마카오 문화센터광장에 영구 설치에 들어간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14일 김상연 작가에 따르면 지난해 ‘제5회 마카오 국제예술 비엔날레’ 작가 선정 때 외부설치작가전이라는 명목으로 한국을 비롯해 영국과 프랑스, 중국, 일본, 미국 등 여러 나라의 작가들을 대상으로 전시에 참여할 작가 공모를 거친 뒤 자신을 포함한 중국의 관화이빈, 일본의 사카구치 히로토시 등과 팀을 이뤄 작업한 ‘시간탑’(Time Tower)이 국내 문화체육관광부와 동격인 마카오문화센터 광장에 영구, 설치돼 관람객들에 공개되고 있다.

작품 ‘시간탑’을 위해 수많은 편지를 주고 받으며 장소를 오갔을 만큼 공력을 들인 이 작품은 일단 전시기간인 지난해 8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 먼저 선보인 뒤 설치가 확정됐다는 설명이다. 기획은 현지 큐레이터인 펑보이, 류강, 우웨이가 맡았다고 한다.

마카오문화센터광장에 공공미술 작품으로 설치된 ‘시간탑’은 청동, 스테인리스강, 내후성강, 알루미늄, 대리석을 재료로 했으며, 규모는 길이 12m×너비 7m×높이 9.5m에 달한다.

‘시간탑’은 멈춘 기념비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이자 ‘빛으로 쓰인 시’로, 시간, 자연, 그리고 영혼의 빛을 기리는 기념비를 지향하고 있다. 이 작품은 현대적 언어로 인간과 시공간의 영원한 대화를 재구성하고 있고, 또 한편으로는 자연에 대한 경외, 시간의 철학, 공공문화의 개방성을 드러내며, 다른 한편으로는 마카오의 지역적 맥락을 품고 있다.

특히 작품의 웅장한 주 구조물은 시간과 공간이 응축된 시편(詩篇)으로, 마치 해시계처럼 빛과 그림자의 흐름 속에 마카오 특유의 문화적 연륜을 새겨 넣었고, 성 바울 유적에 켜켜이 쌓인 문명의 기억과 디지털 시대의 에너지가 솟구치며 새로운 시각적 시를 빚어냈다는 설명이다.

또 중국·일본·한국 등 세 작가의 동양적 지혜와 창작 요소가 교차하며 펼치는 대화·바람과 빛의 울림, 만물의 정령, 에너지의 순환, 확장된 정원은 ‘만상공생’(萬象共生)의 우주관을 감각 가능한 공공의 장으로 전환하고, 내적 성찰을 위한 영혼의 귀소처가 된다를 의미를 투영해내고 있다.

아울러 ‘시간탑’은 일종의 영혼의 등대로 볼 수 있으며, 그 개념적·형식적 구조와 개방적인 예술 언어를 통해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넘어, 국제적 분위기의 공공장소 속에서 중·일·한이 공유하는 역사적 깊이와 미래적 긴장을 아우르는 정신적 랜드마크를 표방하고 있는 한편, 관객과 상황적·지각적 연대를 형성해, 개인과 집단의 기억, 삶과 영원의 의미를 함께 나누고 공감하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상연 작가는 ‘시간의 탑’이라는 작품의 핵심 메시지에 대해 “이 작품은 인간이 시간 속을 살아간다는 사실, 그 안에서 사라지고 다시 태어나는 존재의 순환을 기념하는 상징물로, 이 탑을 통해 시간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며 그 시간과 함께 흐르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이 작품은 마카오 풍경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빛을 받아들이며, 우리의 내면 속에 잠든 ‘우리들의 시간’을 깨우는 하나의 거울”이라고 전했다.

이어 김 작가는 “하루의 태양 궤적이 작품의 표면을 따라 이동하며 색과 질감을 바꾸고, 그 변화를 지켜보는 관객의 감정 또한 미묘하게 흔들린다”면서 “시간은 빛이 물질 위에 남기는 흔적이다. 관객이 그 변화를 통해 ‘우리의 시간’, ‘우리의 존재’가 세계와 함께 호흡하고 있음을 느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상연 작가는 전남대 미술학과(서양화 전공)를 거쳐 국립중국미술학원 판화과 석사 과정을 졸업, 다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돌멩이나 고래 등 일상적이거나 상징적인 사물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사유하는데 천착해왔다.

‘수인판화’(Water-based Woodcut)로 대표되는 수묵과 판화의 결합 외에 검은색(玄)을 주조로 해 무겁고 묵직한 서사를 기반으로 한 인간 욕망과 존재 탐구, ‘검은 심장’, ‘우주를 유영하는 고래’ 등 회화, 설치, 공공미술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펼치는 동시에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작업에 집중해왔다.

작가는 오는 30일까지 열리는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뉴욕 수묵 특별전’ 참석차 지난 12월 28일 뉴욕 현지에 머물며 예술교류 모색 등 미술 일정을 소화하고 15일 귀국한다. 귀국한 뒤 바로 중국 난징으로 가 ‘남경국제수묵비엔날레’에 참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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