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jection is Redirection 이당금 예술이 빽그라운드 대표
광남일보@gwangnam.co.kr |
| 2026년 01월 15일(목) 18: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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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당금 예술이 빽그라운드 대표 |
작곡자이자 노래를 부른 이재의 수상소감이 화제다.
거절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며 눈 앞에서 벽이 닫히는 경험을 한 사람들에게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라고 희망의 메세지를 전달했다.
그 문장은 이상할 만큼 정확하게 지금의 나를 설명하는 것 같다.
병이라는 이름의 거절 앞에서 나는 멈춰야 했다. 그토록 열심히 해왔건만…왜 하필 나야? 라는 안타까움이 우선하다보니 그 무엇보다 감정적으로 버거웠다.
어떤 계기로 인생은 조용히 방향을 틀어버린다. 소리도, 예고도 없이!
나의 경우 그것은 ‘뇌종양’이라는 단어로 다가왔다.
물러설 수도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는 단단한 벽은 물리적보다 심리적으로 더 크게 압박했다.
멈춰야 비로소 보인다고들 하지만 현실은 멈추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멈추는 것은 경쟁에서 밀려나거나 실패를 의미하기에 현대인들의 삶은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에너지가 고갈될때까지 끊임없이 발동시킨다. 마치 초고속 스피드로 타이어를 마모시키며 부릉부릉 커다란 굉음을 울려대는 F1경기처럼. 스타트 선을 출발한 레이서는 흥분되고 짜릿해서 열광한다. 그 굉음은 점점 더 높은 속도로 몰아붙인다. 결국 브레이크 파열을 알면서도 멈춰서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는 흔히 고통을 비극으로만 이해한다. 그러나 고통은 언제나 삶의 가장 깊은 층위에서 말을 건다. 진단 이후 삶은 더 이상 자동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호흡과 수면, 식사와 배변 같은 가장 기본적인 생의 리듬이 하나의 질문이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수술 이후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시나브로 회복되어지고 있음을 안다. 나는 그동안 살아온 것이 아니라, 버텨온 삶에 가까웠다는 사실을.
또한, 고통은 나를 겸손하게 만들었다. 몸이 먼저 말을 걸었고, 나는 더 이상 그 신호를 외면할 수 없었다. 수술실의 강한 빛 아래에서 나는 어떤 역할도 아니었다.
그저 한 명의 인간, 생존을 연습하는 존재였다. 그 경험은 나를 부수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불필요한 욕망들로부터 방향 전환시켰다.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 증명해야 한다는 조급함, 멈추지 못하는 성실함으로부터.
이제 나는 ‘극복’이라는 말을 쓰지 않으려 한다.
고통은 이겨내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건너야 할 강에 가까우니까!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건너느냐가 아니라, 건너는 동안 무엇을 내려놓고 무엇을 새로 발견하느냐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지금 자신의 몸이나 마음, 혹은 삶의 벽 앞에 서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멈춤은 실패가 아니고, 거절은 추락이 아니다. 그것은 삶이 우리에게 조용히 건네는 방향 수정의 신호일지도 모른다. 살아 있다는 것은 여전히 앞으로 가고 있다는 뜻이라는 것을. 조금 느리게, 조금 더 신중하게, 그러나 이전보다 더 정확한 방향으로.
그리고 이 방향 전환이, 누군가에게 새로운 희망의 좌표가 되기를 바란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우리는 모두 각자의 속도로 삶을 통과하고 있다.
때로는 윤기 흐르는 적토마를 타고 달리듯 뜨거운 열정이 필요하고,
때로는 잠시 멈춰 지금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를 차분히 살펴보는 용기도 필요하다.
멈춘다고 방향을 잃는 것은 아니다.
최선을 다하되, 삶을 소진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일과 사람 사이에서 무너지지 않는 간격을 지키며
조금 느리게, 그러나 더 오래 갈 수 있는 방향으로.
2026년이 그런 균형을 연습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독자분들께 인사를 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