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전역 이후, 우리는 다시 ‘사람’을 지킨다 조성은 광주제대군인지원센터 제대군인멘토
광남일보@gwangnam.co.kr |
| 2026년 01월 21일(수) 18: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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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은 광주제대군인지원센터 제대군인멘토 |
계급과 명령, 명확한 역할과 목표 속에서 살아오던 삶이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세계로 바뀌기 때문이다.
나는 광주제대군인지원센터에서 멘토로 활동하며 수많은 전역 장병들을 만나왔다. 그리고 그들의 눈빛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한 것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보다 ‘과연 내가 사회에서 필요한 사람인가’라는 질문이었다.
나 역시 같은 길을 걸어왔다. 2002년 예기치 못한 전역을 맞이했을 때, 사회는 햇빛처럼 밝기보다는 차갑고 높은 벽처럼 느껴졌다. 지금처럼 체계적인 전역 지원 제도가 충분하지 않았던 시절, 나는 홀로 진로를 고민하며 수없이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군에서의 시간은 과연 사회에서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우연히 대학 외부 강사 활동을 하며 복지 현장을 접하게 되었고, 그 경험은 나를 ‘사회복지사’라는 새로운 소명으로 이끌었다.
군에서 배운 책임감과 조직 이해력, 그리고 사람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은 복지 현장에서 놀라울 만큼 잘 맞아떨어졌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두 번째 인생은 2011년 이후 현재까지 사회복지 분야에서 멘토로 활동하는 결실로 이어졌다.
제대군인지원센터에서 만나는 후배들은 과거의 나와 닮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 그들 곁에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고민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광주지방보훈청 제대군인지원센터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상담사 선생님들, 그리고 한 명의 제대군인이라도 더 안정적인 사회 진입을 돕기 위해 애쓰는 센터장님의 모습은 늘 깊은 감동을 준다.
가끔은 “우리 전역할 때도 이런 지원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부러움이 들 정도다. 그러나 과거의 막막함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고, 이제는 그 경험을 후배들에게 나누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 믿는다.
많은 전역 군인들이 사회복지 분야를 낯설게 느낀다. 하지만 군만큼 사회복지사와 잘 맞는 직업도 드물다. 군에서의 경험은 그대로 실무 역량으로 전환될 수 있다.
지휘와 통솔은 사례관리 역량으로, 작전 기획과 행정은 프로그램 기획 및 평가 능력으로, 부대 관리와 소통 경험은 지역사회 네트워크 구축 능력으로 이어진다.
위기 상황에서의 판단력과 대응 능력은 긴급 복지 개입 현장에서 강력한 무기가 된다. 군의 언어를 복지의 언어로 바꾸는 순간, 전역 군인은 이미 준비된 인재가 된다.
현장에서 더욱 빛나는 것은 세 가지 덕목이다.
첫째, 인성-긴박한 복지 현장에서 군에서 단련된 담대함은 중심을 잡아준다.
둘째, 지혜-위기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고 목표를 찾아가는 인내는 군인이 가진 강점이다.
셋째, 경청-명령보다 공감이 필요한 순간, 귀 기울이는 태도는 진정한 전문가의 모습이다.
성공적인 재취업을 위해서는 전략도 필요하다. 사회복지사·요양보호사 자격증, 운전면허, 기본적인 컴퓨터 활용 능력은 필수다. 동시에 이력서에서는 군대식 표현을 직무 중심 언어로 재해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임원사 역임’은 ‘조직 내 갈등 조정 및 구성원 복리후생 프로그램 운영 경험’이 된다. 또한 봉사활동 기록과 같은 현장 경험은 말보다 강한 증거가 된다. 최근에는 스마트 협업 도구 활용 능력도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
최근 전문성을 갖춘 사회복지사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지금은 사회복지사를 꿈꾸는 전역 군인들에게 더없이 좋은 시기다.
사회로 나아가는 햇빛이 두렵게 느껴지는 후배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혼자 고민하지 말라고. 여러분 곁에는 제대군인지원센터가 있고, 먼저 그 길을 걸어간 선배 멘토들이 있다.
직업군인으로서 우리는 ‘국가’를 지켰다. 이제 사회복지사로서 우리는 ‘사람’을 지킨다. 충성으로 다져진 사명감이 열린 봉사로 피어날 때, 전역 이후의 길은 막막한 끝이 아니라 새로운 희망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그 길 위에서, 나는 오늘도 후배들과 함께 걷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