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각과 감성 조화 이룬 ‘절제의 언어’ 구사 임영자 첫 시집 ‘겹꽃으로 피어나는 손’ 펴내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
| 2026년 01월 26일(월) 18: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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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자 시인 |
시인은 이번 시집 해설(김성신 시인)에서 언급됐듯 내면 세계의 자장과 확장을 통해 시공간의 유기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이를 분출하는 이미지와 연결해 독자적 시세계를 구축한다. 내밀한 눈은 시적 상상력을 통해 실존적 자각을 현재화하고 있는 가운데 시속에서 표상되는 이미지들은 온전한 자신만의 창조물로 언어의 폭과 깊이를 확장하는 기폭제로 활용되는 듯하다.
독일 낭만주의 집단지성을 통해 공동철학과 공동문학을 추구했던 프레데릭 슐레겔이 ‘시적 이미지는 단숨에 이뤄진 창조’라고 했는데, 시인의 시편들이 상상력과 연계돼 창조된 시세계를 발아했다는 점에서 그 흔적들을 유추할 수 있다. 여기다 시인은 물상들의 참신한 이미지를 찾고자 노력했는데 섬세한 감각과 정서를 얹기 위한 노력을 경주, 시적 진폭이 한층 더 확장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전남대 교정으로 운동을 나가 의자 위에 있던 인형을 보고 상상력을 발현한 시 ‘마트료시카’에서 시인은 ‘바람도 얼굴이 바뀌는 시대/등이 드러난 마른 증언을 듣는다//저 눈은 누가 우물처럼 파놓은 것일까/눈썹 한쪽 옹이진 고요/주름 곳곳 각진 수심이 깊다//…중략…//삐걱거릴 때마다 나는 나를 바꿔 입어야 해요/겹겹 바닥을 뒹군다, 벗겨도 벗겨도/알맹이면서 껍질인 또 하나의 당신//입술만 깜빡이는 인형/공원 모퉁이에 버려진 기억들이 어둠에 묻힐 때/파랗게 수집되는 기분/곧 다시 머리에 싹이 틀 것이다’고 노래한다.
오늘날처럼 근본적인 것들마저 갈아엎어지는 세태 속에서 문명에 적응하기 위해 인간이 자신의 근원까지 안면 몰수하는 시대, 이제 자연마저 얼굴을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바꾼다는 시각에서 시인의 한층 더 깊어진 관찰력을 대면할 수 있다. 얼굴만 바꾸는데 그치지 않고 등이 드러난 마른 증언마저 바꿔가며 분주하게 사는 오늘의 세태 한 단면과 조우할 수 있다. 시속 늘 ‘삐걱거’리는 주체는 시적 자아로 초등학교 때 어머니를 여의고 중학교 때부터 가사를 해야 했던 시인의 삶의 향방을 표징하는 단어로 이해하면 된다.
또 시인은 시 ‘볼링’에서 ‘등 뒤에서 잃어버린 손을 잡는다//…중략…//고통도 식사였던 한때의 그늘을/과감하게 대신 던지는 오늘/스트라이크/마주 볼 수 없는 시선/마른 목소리가 물길처럼 흐른다/누군가의 선택은 둥근 각도로 휘어지고/이름을 잊는 날은 내 표정도 갓길로 샜다//그날 이후,/시간은 맨살로 눕는 방이기도 했다’고 읊는다.
시속 ‘등 뒤에서 잃어버린 손’이나 ‘고통도 식사였던 한때의 그늘’, ‘시간은 맨살로 눕는 방’ 등의 시문에서 시인의 관찰력과 시적 상상력, 표현력, 정서과잉에 대한 절제력을 단박에 읽을 수 있었다. 이런 점들이 어우러져 한편의 시가 군더더기없는, 매끈한 시의 결을 이루고 있었다. 그는 오랜 동안 습작기를 거쳐온 시인이다. 그만큼 시적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시간들을 가졌고, 이미 서너권을 냈어야 할 나이지만 첫 시집을 냈다. 그러고도 자신을 한없이 낮춰 세우는 모습에서 그는 조용 조용하게 시의 길을 가고자 하는 의지가 읽혔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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