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한 삶의 응집력과 생명력 어루만지다

이민숙 네번째 시집 ‘첫눈이야’ 출간
4부 구성…출판기념회 31일 여수서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2026년 01월 28일(수) 16:27
전남 여수를 연고로 활동 중인 이민숙 시인이 네번째 시집 ‘첫눈이야’를 문학과행동시선 7번째 권으로 펴냈다.

시인의 시작품은 강인한 삶의 응집력과 생명력을 기조로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존재의 본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 소사에만 머무르지 않고 객관화되고 공동화된 영역에까지 관심을 표출하고 있는 동시에 국가적, 사회적, 객관적 사유들에게 대한 탐색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시집은 억지스러운 수사 중심의 관념을 배격하고, 담담한 정서와 자연스러운 말맛의 율동감이 돋보인다. 대표적으로 시 ‘봄의 노래’가 눈에 띈다. 시인은 ‘외롭다고 노래하리//자못 서러웠다고 눈물 지으리//미칠 듯 보고프다고 쓰러지리//노래도 춤도 내 하루는 아니었다고 웅크리리//그 잔인한 사랑, 밤을 지샌 눈물처럼 반짝이는 환희//통한이여 오라 슬픔이여 오라그냥 오라//노랑 등불 접치재 활활 노래 부른다 저 히어리//절망마저 봄의 노래다//도망자의 피맺힌 노래//파르티잔의 노래’라고 노래한다. 이 시는 10·19 여순항쟁 당시 군인이 민간인을 학살했던 곳, 순천시 주암면의 접치재에 오는 봄을 노래한 작품이다. 무고하게 숨져간 넋들에 대해 그 무슨 추모의 언어로 달랠 수 있을까. ‘절망마저 봄의 노래’가 되고 마는 항쟁 희생자들의 영혼을 조용하게 나지막이 마음으로 어루만질 뿐이다.

특히 항구에서 살고 있는 시인은 수생환경과 수생생물들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해 시적 형상화를 하고 있다.뻘, 뻘꼬막, 와온이나 하화도, 우포늪, 파도, 문어, 물떼새 등이 시적 대상으로 호출되고 있다. 시 ‘꿈 하화도’에서는 ‘하화도꿈/어둠이다 그러나 달은 썩지 않는다/통발 속에서 몸서리치던 문어의 춤처럼 세속적이다 달빛!’이라고 했는데 여기서 문어의 춤처럼 세속적이라는 접근이 모호하지만 시적 의미망을 확장해내고 있다. 통발 속은 감금이자 장차 죽음의 서사다. 그럼에도 같은 움직임만을 반복할 수 밖에 없는, 생명성의 허비가 이뤄지는 곳이라는 측면에서 시인이 말하는 세속은 다시 정립된다.

시 ‘뻐꾸기 사랑’에서 ‘…전략…//부처가 태어난 오월/알에서 깨어난 투명 살빛의 존재들이 울고 있다//봄산이 푸르러 푸르러 황홀한 것은/도둑같이 집 바뀌치기로 살아가는 뻐꾸기 탓//조심할 것, 집//욕망인 날개 하나 봄빛으로 깊어서 훔쳐야 하리/허공기건 강물이건 뱃사공도 없이/그대 사랑 한 가운데 깜깜할수록 영롱할‘이라고 읊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알에서 깨어난 투명 살빛의 존재들’과 같이 그의 펄떡이는 심장이 시집의 지면으로 걸어서 나온 듯한 생명언어로서, 우리 시단의 지적 표준과 협잡질해 거푸집에 찍어 조작해 내는 관념 언어를 배격한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이번 시집은 ‘첫눈이야’, ‘거의 모든 알지 못하는 것들에 대하여’, ‘기차는 왜 슬프지 않을까’, ‘봄의 노래’ 등 제4부로 구성됐으며, 분주한 일상 속 틈틈이 창작한 시 47편이 실렸다.

이민숙 시인은 전남 순천 출신으로 1998년 ‘사람의 깊이’에 ‘가족’ 등 6편의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 시집 ‘나비 그리는 여자’와 ‘동그라미, 기어이 동그랗다’, ‘지금 이 순간’ 등을 펴냈다. 여수 ‘샘뿔인문학연구소’에서 오랫동안 고전과 인문학 읽기, 문학창작아카데미를 이끌어 오고 있으며, 전남대학교 여수캠퍼스 글로벌 교육원 문학창작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편 출판기념회는 31일 오후 4시 여수시립 이순신도서관 1층 다목적홀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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