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역에서 창업한다는 것, 그곳에서 시작되는 혁신

최진영 ㈜윙스 대표

광남일보@gwangnam.co.kr
2026년 01월 28일(수) 17:48
최진영 ㈜윙스 대표
지역에서 청년으로 창업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많은 이들이 말한다. “서울이 아니면 어렵다”다고.

투자도, 인재도, 기회도 모두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창업을 해보며 내가 내린 결론은 조금 다르다. 지역 생태계는 오히려 ‘문제와 기회가 동시에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그리고 창업은 언제나 문제에서 시작된다.

나는 아동의 언어발달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부모들은 늘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조금 더 일찍 알 수는 없었을까요?”, “왜 이렇게 비용이 많이 드나요?”, “어디에 가야 제대로 된 도움을 받을 수 있죠?”. 이 질문들은 단순한 개인의 고민이 아니다. 제도와 시스템, 그리고 구조의 문제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은 대도시보다 오히려 지역에서 더 날것 그대로 드러난다.

지역 생태계는 고령화, 인구 유출, 교육 격차, 의료 접근성, 돌봄 공백 등 한국 사회의 미래 문제가 가장 먼저 나타나는 공간이다. 동시에 이 말은, 이곳이야말로 새로운 해법이 가장 절실한 곳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이 지점에서 창업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창업은 단순히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사회가 외면해온 질문에 다시 답하는 일이라는 것을.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청년들은 “지역에서 창업하면 성장하기 어렵다”는 말을 듣는다. 물론 투자 환경, 네트워크, 인재 수급 측면에서 수도권과의 격차는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반대로 묻고 싶다. ‘정말 문제가 없는 곳에서 혁신이 탄생할 수 있을까?’.

실리콘밸리가 성장한 이유는 자본이 많아서만이 아니다.

반드시 해결해야 할 거대한 문제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역 역시 마찬가지다. 아직 기술과 시스템이 닿지 못한 영역이 많고, 그렇기 때문에 창업가가 도전할 수 있는 여지도 훨씬 넓다. 중요한 것은 ‘어디서 하느냐’보다 ‘무엇을 풀고 있느냐’다.

다행히 최근 지역 창업 생태계는 분명히 변하고 있다. 지자체, 대학, 공공기관, 대기업, 투자기관이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고, 사회문제와 기술을 결합한 다양한 시도들이 등장하고 있다.

예전에는 “왜 창업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면, 이제는 “어떤 문제를 풀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이 변화는 작지만, 매우 중요한 전환이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도 많다. 지역의 청년 창업가들은 여전히 ‘증명되지 않은 가능성’이라는 이유로 더 많은 벽 앞에 선다. 그래서 더욱 필요한 것은 단기 성과만을 재촉하지 않고 실패를 허용하며 축적을 응원하는 생태계다.

창업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10년, 20년을 내다보는 마라톤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역에서 창업하기로 한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곳이기에 더 절실하게 문제를 바라볼 수 있었고, 더 본질적인 질문을 붙잡게 됐다.

그리고 언젠가 “지역에서 시작된 이 기술과 이 서비스, 이 모델이 전국과 세계로 확장됐다”는 이야기가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풍경이 되기를 바란다.

청년이 떠나는 지역이 아니라, 청년이 문제를 해결하며 남는 지역. 지원만 받는 공간이 아니라, 해답을 만들어내는 생태계.

지역은 충분히 그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문제를 풀고 있는 수많은 청년 창업가들의 선택에서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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