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대신 표정·손짓으로…의사소통 벽 없었다"

[2월3일 한국 수어의 날]
광주장애인종합복지관 수어통역사 동행 서비스
연평균 300명·7300여건 제공…제도적 관심 절실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2026년 02월 03일(화) 18:35
공미현 광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수어통역지원센터 수어통역사(오른쪽 첫번째)가 3일 오전 광주보훈병원에서 농아인 양길석(왼쪽 첫번째), 염동자 부부와 수어로 소통하고 있다.
“수어통역사 덕분에 원하는 시간에 의사 선생님과 대화하고, 약도 편하게 받을 수 있었습니다.”

3일 오전 10시께 광주 광산구 산월동 보훈병원. 원무과 대기석에 앉은 공미현 광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수어통역지원센터 수어통역사는 손과 팔을 풀며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뒤 병원에 도착한 농아인 염동자(61·여)씨와 남편 양길석(64)씨는 접수를 마친 뒤 공 통역사를 향해 양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공 통역사도 밝은 표정으로 손짓해 화답했다.

공 통역사는 이날이 2월3일 ‘한국 수어의 날’임을 부부에게 수어로 전했다. 양씨는 엄지와 검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리는 동작을 하며 우울증을 앓고 있는 아내에게 “농아인의 날이니 웃자”고 다독였다.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 공 통역사는 농아인 관련 정보와 염씨의 컨디션 등을 이야기하며 긴 대기 시간을 채웠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에 들어서자 부부는 양손 주먹을 가볍게 쥐고 위아래로 흔들며 의사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라는 수어다. 의사는 최근 근황과 복용 중인 약의 부작용 여부를 물었고, 공 통역사는 질문을 정확한 수어로 옮겼다. 평소 말수가 적은 염씨는 오른쪽 새끼손가락을 턱에 대고 ‘괜찮다’는 뜻을 전한 뒤, 양손 엄지와 검지를 떼었다 붙이며 ‘약을 잘 먹고 있다’고 표현했다. 공 통역사는 내용을 다시 확인해 의사에게 전달했다.



공미현 광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수어통역지원센터 수어통역사(왼쪽 첫번째)가 3일 오전 광주보훈병원에서 농아인 양길석(왼쪽 두번째), 염동자 부부와 병원 진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공미현 광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수어통역지원센터 수어통역사(왼쪽 첫번째)가 3일 오전 광주보훈병원에서 농아인 양길석(왼쪽 두번째), 염동자 부부와 의사 문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진료를 마친 부부는 공 통역사의 도움으로 다음 진료일을 3월4일로 예약하고, 의료비·주차비 수납과 한 달 치 약 처방까지 무리 없이 마쳤다. 의료 과정 전반에서 ‘의사소통의 벽’은 느껴지지 않았다.

공미현 수어통역사는 “농아인을 만날 때마다 삶의 배경과 상황을 들으며 배경지식을 쌓고 있다”며 “운전 중 영상전화를 받지 못할 때는 늘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최근 법정 수어통역 전문교육을 받았다”며 “1993년부터 통역을 해왔지만 여전히 어렵다. 퇴근 후에도 매일 수어 공부를 이어간다”고 덧붙였다.

양길석·염동자 부부는 “세 살 때 열병으로 청력을 잃었다”며 “아내가 2024년 5월부터 우울증을 앓으면서 대화가 줄어들었는데, 수어통역사를 만나면 잠시나마 활발해져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월3일 한국 수어의 날을 더 널리 알릴 수 있는 행사가 마련되길 바란다”며 “농아인도 차별 없이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수어통역사 확충과 제도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광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수어통역지원센터는 의료 분야를 비롯해 일상생활·법률 통역, 긴급 상황 안내 수어 영상 제작 등을 지원하고 있다. 연평균 농아인 300여명을 대상으로 약 7300건의 수어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한국 수어의 날’은 한국 수어를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지닌 농인의 고유한 언어로 인정한 ‘한국수화언어법’ 제정일(2016년 2월 3일)을 기념하는 법정기념일이다. 한글날, 한글 점자의 날과 함께 언어 관련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있다.

광주보훈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는 염동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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