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부르는 ‘우회전 참변’ 여전…알고도 안 지켜

[‘우회전 일시정지 의무화’ 3년]
제도 시행 전 대비 교통사고 건수·인명 피해 그대로
준법자에 경적 난무…"신호등 확대·의식 변화 절실"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2026년 02월 08일(일) 09:11
교차로 우회전 일시정지 의무 제도가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도입 이후에도 우회전 관련 교통사고와 인명 피해가 이어지면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추가 대책과 홍보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우회전 차량은 전방 신호가 적색일 경우 보행자 유무와 관계없이 반드시 정지선이나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 정지한 뒤 우회전해야 한다. 단, 우회전 전용 신호등이 설치된 곳에서는 해당 신호에 따라 주행해도 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승합차 7만원, 승용차 6만원, 이륜차 4만원의 범칙금과 함께 벌점 15점이 부과된다.

그러나 2023년 1월 개정된 제도가 시행된 이후에도 우회전 교통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12일 오전 8시14분 광주 광산구 운수동의 한 공장 앞 도로에서는 60대 A씨가 몰던 17t 화물차가 횡단 중이던 B양(17)을 치어 숨지게 했다. A씨는 공장 앞에서 잠시 정차한 뒤 우회전하던 중 보행자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달 26일 오후 6시34분에는 목포시 죽교동의 한 교차로 횡단보도에서 시내버스 운전사 C씨가 우회전하다 70대 여성 D씨를 들이받았다.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된 D씨는 끝내 숨졌고, 버스 운전기사 C씨는 우회전 시 일시정지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통계상으로도 제도 도입 효과는 뚜렷하지 않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을 살펴보면 광주·전남 지역 우회전 교통사고는 2023년 262건(사망 4명·부상 264명), 2024년 231건(사망 5명·부상 232명)으로 집계됐다.

제도 시행 이전인 2021년(238건·사망 7명), 2022년(244건·사망 3명)과 비교하면 사고 건수는 오히려 비슷하거나 높고, 인명 피해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단속 실적 역시 들쭉날쭉하다. 우회전 교차로 통행방법 위반 단속 건수는 2023년 765건에서 2024년 510건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다시 612건으로 늘었다.

도로의 현장 상황은 이런 통계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광주 동구 서석동 일대 교차로를 확인한 결과, 적색 신호에 일시 정지하는 차량은 극히 일부에 그쳤다. 그나마 일시 정지한 차량 뒤에서는 경적이 연이어 울렸고,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가 켜진 상태에서도 그대로 우회전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북구 동운고가 입구(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동운고가 방향)에는 우회전 신호등과 ‘적색 신호 시 우회전 금지’ 표지판이 설치돼 있지만, 신호를 무시하고 통과하는 차량도 적지 않았다.

운전자 안모씨(36)는 “제도가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여전히 긴장하게 된다”며 “뒤차의 경적 때문에 일시정지를 망설이는 운전자도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제도 정착을 위해 신호체계 개선과 인식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광주전남지부 관계자는 “사고 위험이 높은 교차로를 중심으로 우회전 전용 신호등 설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보행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는 운전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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