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세평] 지역 중심이 돼야 하는 통합 돌봄

김명화 교육학박사

광남일보@gwangnam.co.kr
2026년 03월 04일(수) 18:09
김명화 교육학박사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표현은 사회복지를 설명할 때 가장 상징적으로 사용되는 문장이다. 이는 1942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베버리지 보고서에서 사회보장제도의 목표를 설명하며 제시된 개념으로, 국가가 국민의 생애 전반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8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이 표현은 여전히 유효하며,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기 위해 사회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가치로 남아 있다.

현대 사회는 급속한 고령화와 가족 구조의 변화로 인해 전통적인 돌봄 방식만으로는 노인과 취약 계층의 삶을 충분히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등장한 개념이 바로 통합 돌봄이다. 통합 돌봄은 건강, 의료, 요양, 생활 지원, 사회복지, 주거 환경 등 다양한 영역의 서비스를 개별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이용자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체계다. 이는 단순한 서비스 제공을 넘어 공공기관, 민간기관, 지역사회가 협력하는 사례관리 중심의 돌봄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기존 복지 서비스와 구별된다.

특히 건강과 의료 영역에서 통합 돌봄은 병원 중심 치료를 넘어선다. 방문 간호, 재활 치료, 약물 관리, 만성질환 관리 등 다양한 의료 서비스가 지역사회 내에서 연계되어 제공되며, 이를 통해 이용자는 지속적인 건강 관리와 예방 중심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방문 요양, 주간 보호, 식사 지원, 생활 지원 서비스 등은 단순한 편의 제공이 아니라, 이용자가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이고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돌봄은 국가 정책의 영역이지만, 여전히 기본적인 돌봄은 가족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핵가족화와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가족 중심 돌봄의 한계가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은 노년기에 자신의 삶을 어떻게 유지하고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삶의 질에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통합 돌봄은 사회복지와 생활 지원의 영역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경제적 지원, 상담, 여가·사회참여 프로그램, 주거 환경 개선과 안전 관리 등은 이용자의 삶의 질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키는 요소다.

특히 통합 돌봄은 지역사회 기반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방자치단체, 복지관, 의료기관, 민간기관 등이 협력해 이용자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적절한 시기에 제공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인 돌봄이 가능해진다.

통합 돌봄이 3월부터 시행된다고 하지만. 법과 제도의 미비, 예산과 인력 부족, 지역 간 자원의 불균형 등은 통합 돌봄의 실효성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국가가 제공하는 공적 서비스만으로는 이용자의 다양한 요구를 모두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지역사회와 민간 자원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특히 사회적 관계 형성, 문화 활동 참여, 정서적 지원과 같은 영역은 지역사회 기반의 프로그램과 공동체 활동을 통해 보완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통합 돌봄은 무엇보다 지역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도시와 농촌, 어촌과 산촌은 각각 인구 구조, 생활 환경, 사회적 자원 등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방식의 돌봄 체계로는 효과적인 지원이 어렵다. 지역의 특성과 주민의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돌봄 체계가 구축될 때, 통합 돌봄은 비로소 실질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지역사회는 단순한 서비스 제공의 공간이 아니라, 돌봄이 실현되는 생활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복지 정책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통합 돌봄 역시 중요한 국가 정책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제도의 확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돌봄이 실제 생활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지역사회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는가이다. 통합 돌봄은 단순한 복지 서비스의 집합이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여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도록 돕는 사회적 시스템이다.

통합 돌봄은 지역의 특성과 현실을 반영한 로컬 중심의 체계로 발전해야 한다. 지역사회 기반의 협력과 참여를 통해 돌봄의 공백을 줄이고, 이용자가 삶의 터전에서 존엄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그것이 통합 돌봄이 지향해야 할 궁극적인 방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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