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지역경제에 부는 봄바람 ‘부끄머니’

문인 광주 북구청장

광남일보@gwangnam.co.kr
2026년 03월 09일(월) 18:52
문인 광주 북구청장
최근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국제 정세에 먹구름이 드리운 가운데 유가는 치솟고 환율은 1500원 선을 오르내리면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고유가·고환율 상황이 지속되는 경우 물가 상승이 동반되면서 국내 경제도 불가피한 타격을 입게 된다. 물가가 오르면 소비자들은 지갑 열기를 주저하게 되고, 소비 위축은 지역경제의 근간인 소상공인들의 생존을 결정짓는 중차대한 문제와 연결된다.

소상공인들의 한숨을 깊게 만드는 요인이 대외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을 겪은 이후 우리나라에는 온라인·비대면 중심의 소비 패턴이 자리 잡았고 장기간 이어진 내수 부진 등 경기 침체는 소상공인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웠다.

지난해 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호남·제주지역 소상공인 경제 변화상’을 살펴보면 2023년 기준 광주 창업 소상공인의 5년 생존율은 37.8%에 그쳤고, 10명 중 3명은 연매출이 20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에서는 2020년 말 15만7000명이었던 광주 자영업자가 지난해 말 기준 13만5000명으로 집계돼 총 2만2000명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소상공인이 겪는 어려움이 지역 상권 위축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소상공인과 지역경제는 양(+)의 상관관계를 가진다. 소상공인의 매출 증가는 지역 내 소비 활성화와 고용 창출로 이어져 골목 경제를 살리는 핵심 동력이 된다. 소상공인의 매출 증가를 위해서는 얼어붙은 소비 심리에 불을 지펴야 하는데, 이때 장작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지역화폐이다. 지역화폐는 자금의 역외 유출을 방지하고 지역 안에서 돈을 돌게 하여 민생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북구는 ‘민생경제 회복’을 역점 과제로 설정하고 작년부터 지역화폐 ‘부끄머니’를 발행하고 있다. 지난 2024년 말 광주 자치구에서는 처음으로 지역화폐 발행 근거 조례인 ‘광주시 북구 북구사랑상품권 발행 및 운영 조례’를 제정했고 2025년 제1호 결재 안건으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기본계획’을 처리해 본격적으로 발행 준비에 착수했다.

준비 과정에서 특히 현장 홍보와 가맹점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부끄머니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일상에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공식 발행 직전까지 상인회·전통시장·소상공인 단체들과 협력해 가맹점 모집 캠페인과 찾아가는 홍보 활동에 적극 나섰다. 그 결과 2만개가 넘는 가맹점이 모집되면서 광주 자치구 중 가장 촘촘한 결제망을 구축하게 됐다.

부끄머니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과 반응은 뜨거웠다. 작년 첫 발행 당시에는 준비된 물량이 엿새 만에 동났고 올해는 단 이틀 만에 완판됐다. 특히 이번에는 발행 첫날에만 자그마치 62억원이 소진되며 ‘부끄머니’ 열풍을 실감케 했다.

부끄머니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높은 할인율이다. 올해 북구는 15%의 선할인율을 적용해 부끄머니를 구매하는 주민들에게 온누리상품권(할인율 7%)·광주상생카드(할인율 10%)보다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했다. 둘째는 많은 가맹점 수이다. 음식점·주유소·마트·학원 등 생활 밀착 업종으로 구성된 2만개가 넘는 가맹점은 평소 생활반경 내 어디서든지 ‘부끄머니’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외에도 발급처를 기존 북구 소재 광주은행(18개소)에서 광주 전역(67개소)으로 확대하는 등 ‘부끄머니’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제대로 맞아떨어진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중에 풀린 부끄머니는 현재까지 월평균 20억원 이상 지역 상권으로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발행된 부끄머니 100억원 중 84억원이 이미 소상공인에게 쓰였으며 남은 16억원도 이달 중 전부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소비 속도라면 올해 발행액인 80억원은 이번 상반기 내 모두 사용돼 지역경제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얼마 전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하는 절기 ‘경칩’을 맞았다. 겨우내 땅속에서 움츠리고 있던 생명이 기지개를 켜듯 오랫동안 침체의 그늘에 놓여 있던 지역경제도 활기를 되찾아야 할 때다.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봄기운에 깨어나듯 ‘부끄머니’가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녹이고 골목상권 곳곳에 따뜻한 온기를 전하는 봄바람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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