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실증 등 ‘신산업 전환 경쟁력 구축’ 과제

[광주·전남 산업단지 대해부]<2>광주 하남산단
분양·가동률 높지만 산업 구조 변화 속도는 더뎌
전통 제조업 중심으로 고착…산단 체질 개편 필요

이어 “산업단지를 단순한 입지 집합이 아니라 산업 전략을 실험하고 재편하는 공간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현재의 분양률과 생산 실적이 오히려 변화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은지 기자 eunzy@gwangnam.co.kr
2026년 03월 11일(수) 17:38
조성 초기의 하남산단 전경. 하남산업단지관리공단 제공
산업단지를 평가하는 가장 쉬운 기준은 분양률과 가동률이다. 분양률과 가동률이 높다는 이유로 산업단지를 ‘안정적’이라고 판단하는 시선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그 안정성이 산업 구조의 지속 가능성까지 보장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최근 광주·전남 산업단지를 바라보는 시선도 이런 지점으로 옮겨가고 있다. 분양·가동률이라는 표면적 지표를 넘어, 산업 구조의 전환 가능성과 그에 따른 현실적 한계를 함께 살펴보자는 문제의식이다.

광주를 대표하는 산업단지 가운데 하나인 하남산단은 이런 고민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광주시 광산구에 위치한 하남산단은 지역에서 가장 큰 일반산업단지로, 1970년대 조성을 시작해 수십 년에 걸쳐 확장되며 광주 제조업의 집적지 역할을 해왔다. 현재 면적은 약 600만㎡ 규모로, 1300여 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이들 기업이 고용하고 있는 인원만 해도 3만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자동차 부품, 금속가공, 전기·전자, 기계 등 전통 제조업이 산단 산업 구조의 뼈대를 이루고 있으며, 광주 제조업을 대표하는 중견 기업들도 다수 이곳에 자리 잡았다. 자동차 부품 업체 호원과 현대하이텍을 비롯해 세방전지, 무진기연 등 매출 규모가 큰 제조기업들이 산단 곳곳에 포진해 있으며, 이 같은 이유로 광주 전체 생산과 수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분양이 모두 완료된 상태에서 공장 가동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하남산단이 여전히 ‘작동하는 산업단지’로 평가받는 배경이다. 수치만 놓고 보면 당장 문제를 찾기 어려운 구조다.

그러나 이런 지표들이 산업단지의 현재 상태를 설명해줄 수는 있어도, 산업의 성격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까지 보여주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는 분명하다. 실제로 공장은 돌아가고 생산도 유지되고 있지만, 하남산단의 산업 구조는 여전히 전통 제조업 중심에 머물러 있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자동화 설비 도입이나 공정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산단 전체를 놓고 보면 업종 구성이나 기능 측면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많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지는 비교적 잘 이뤄지고 있지만, 변화의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것이다.

광주시 광산구에 위치한 하남산단 전경. 광주시 제공
이 같은 흐름은 하남산단의 공간 구조와도 맞물려 있다. 이미 공장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고밀 산단이다 보니 업종 전환이나 대규모 재배치를 시도할 수 있는 물리적 여유가 거의 없다. 기존 공장을 철거하고 새로운 산업을 유치하기보다는, 기존 업체가 같은 업종을 유지한 채 운영을 이어가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

부지 재편이 쉽지 않다는 점도 구조 전환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개별 필지의 소유 구조가 복잡하고 기업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산단 차원의 방향 전환을 전제로 한 계획은 추진력을 얻기 어렵다. 그 결과 산업단지는 기존 업체 중심으로 굳어지고, 새로운 업종이 들어올 수 있는 여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구조가 분양률과 가동률이라는 지표가 가진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이정록 전남대 지리학과 명예교수는 “산업단지를 얼마나 분양했는지, 공장이 몇 곳 가동 중인지로 성과를 판단하는 방식은 현재의 안정성만 보여줄 뿐”이라며 “중요한 것은 그 안에 있는 산업이 앞으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느냐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은 하남산단의 용도 체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제조업 생산 기능을 전제로 설계된 산업시설용지는 연구개발(R&D), 시험·실증, 데이터 기반 산업이나 복합 업무 기능을 요구하는 업종과는 구조적으로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신산업 기업이 입주하더라도 확장이나 기능 고도화에 제약을 받는 이유다.

최근에는 산단의 물리적 노후화가 환경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남산단 일대 지하수 조사에서 발암물질이 기준치를 웃도는 수치로 검출되면서, 제조업 중심 구조가 장기간 유지되는 과정에서 누적된 부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남산업단지 안내도. 하남산업단지관리공단 제공
이 같은 문제는 하남산단이 단순히 오래된 산업단지라는 점을 넘어, 현재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과연 지속 가능한 선택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분양률과 가동률이 높다는 사실은 현재의 안정성을 설명할 수는 있지만, 그 구조가 앞으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정록 교수는 하남산단과 같은 노후 일반산단을 두고 “공간과 용도가 과거 산업 구조를 기준으로 고정돼 있으면 새로운 산업이 들어오더라도 정착하거나 성장하기 어렵다”며 “겉으로는 안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구조 전환이 지연될수록 산업단지의 선택지는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단지를 단순한 입지 집합이 아니라 산업 전략을 실험하고 재편하는 공간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현재의 분양률과 생산 실적이 오히려 변화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은지 기자 eunzy@gwangnam.co.kr        이어 “산업단지를 단순한 입지 집합이 아니라 산업 전략을 실험하고 재편하는 공간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현재의 분양률과 생산 실적이 오히려 변화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은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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